▲ 존 존스 vs 다니엘 코미어 ⓒ UFC

[SPOTV NEWS=이교덕 기자] "난 농구대의 림을 잡을 수 있다." 다니엘 코미어(35, 미국)가 지난 달 31일 공개훈련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갑자기 자신의 점프력을 자랑했다. 그리고 오는 4일 UFC 182에서 맞붙게 될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27, 미국)를 공격했다. "193cm인 그는 덩크도 못한다. 누가 더 운동선수 같은가?"라고 말했다. 덩크를 시도하려다가 점프력이 낮아서 실패하고만 존스의 유투브 영상을 본 모양이다.

코미어의 때 아닌 '점프력 자랑'은 전날인 지난 해 12월 30일 전화 기자회견에서 존스가 "코미어의 체형은 운동선수 같지 않다"고 말한 것에 대한 카운터였다. 존스는 "짧고 두꺼운 몸으로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코미어에게 존경심을 표한다. 그를 보면 체형이 운동선수 같지 않다. 그러나 레슬링과 종합격투기 커리어에서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나름 칭찬이었지만, 존스와 티격태격 설전을 벌이고 있는 코미어로서는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코미어의 말을 전해들은 존스는 덩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또 반격했다. "사실이다. 난 덩크슛을 하지 못한다. 종아리 탄력이 없다"면서 "우리는 농구코트에서 경기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이어 "지금 그에게 멘탈게임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말이 많다. 그는 대단한 이야기꾼이고, 해설위원이다. 그가 더 나은 운동선수라고 말한다면, 좋다. 그런데 누가 관심이나 있을까"라고 받아쳤다.

▲코미어의 운동능력

평소와 다름없는 신경전이지만 코미어의 운동능력에 대한 발언은 흥미롭다. 180cm의 신장으로 300cm 이상 높이의 림을 잡는다는 건 상당한 탄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코미어는 190cm가 넘는 헤비급 거구들을 쓰러뜨려왔다. 소아 파렐레이(193cm), 데빈 콜(193cm), 안토니오 실바(193cm), 조쉬 바넷(191cm), 프랭크 미어(191cm) 등은 10cm 이상 큰 상대들이었지만, 경기를 지배하며 승리했다. 올림픽 수준의 톱클래스 레슬링 실력과 강한 승부욕, 아버지와 딸의 죽음 등 수많은 역경을 헤쳐 온 정신력 등이 코미어가 헤비급에서 살아남은 이유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 기본에는 타고난 운동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코미어는 고교시절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최강 레슬러였고, 주를 대표하는 미식축구선수기도 했다. 상대선수에 태클을 걸고 전진을 방해하는 수비수인 '라인백커(Linebacker)' 포지션이었는데 40야드 대시 기록이 4.5초였다. 40야드 대시 기록은 미식축구선수의 스피드를 나타내는 기본스탯이다. 4.5초를 돌파하면 빠른 선수로 평가받는다. 가장 빠른 미국미식축구리그(NFL) 기록은 2008년 크리스 존슨의 4.24초다.

존스의 헤드코치인 그렉 잭슨도 코미어의 탄력과 스피드를 경계한다. 지난달 25일 MMA파이팅과 인터뷰에서 잭슨은 "코미어의 레슬링은 분명히 강점이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힘도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친구가 체중에 비해 얼마나 빠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헤비급 거구들은 코미어의 경쾌한 스텝을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안토니오 실바는 아차 하는 순간에 잽 두 방과 어퍼컷 한 방, 총 3대나 맞고 쓰러졌다. 로이 넬슨의 필살기 오버헤드훅은 치고 빠지는 코미어를 건드려보지 못하고 허공만 갈랐다. 순식간에 타격에서 레슬링으로 이어지는 연계는 전성기 시절의 에밀리아넨코 효도르를 떠오르게 한다.


▲매일 계속된 레슬링 훈련

존스는 코미어의 레슬링 실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이번 경기에서 레슬링 맞대결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상대가 강한 영역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미어도 방심하지 않고 있다. 이번 대결을 위해 타격은 물론이고, 레슬링 기술을 더 갈고닦는 철두철미함을 보여줬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4위, 2007년 세계선수권 3위의 실적을 가지고 있는 코미어는 최상의 레슬링 파트너를 모두 미국 산호세로 모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레슬러 카지모우라트 가트살로프(러시아)였다. 가트살로프는 자유형 -96kg급 세계선수권 정상을 5번이나 차지한 레전드 레슬러다. 코미어가 넘지 못한 '통곡의 벽'과 같은 인물이었다.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의 꿈을 접은 것도 가트살로프 때문이었다. 준결승전에서 코미에를 3-0으로 꺾어 동메달결정전으로 떨어뜨린 주인공이다.

가트살로프는 "코미어가 존스를 이기고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을 돕기 위해 왔다. 코미어는 챔피언이 될 운명을 가졌다. 옥타곤에서 본즈(Bones)를 부러뜨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UFC 182 프리뷰 영상에서 코미어는 "정말 다른 레벨의 레슬러"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타 단체인 벨라토르 라이트헤비급 전 챔피언 킹 모(본명 무하메드 라왈)도 함께했다. 킹 모는 코미어와 올림픽 국가대표 자리를 놓고 겨루던 라이벌이자 친구다.

타격 스파링은 존스처럼 장신의 파트너들과 훈련했다. 아메리칸 킥복싱 아카데미의 팀 동료인 191cm UFC 미들급 파이터 루크 락홀드가 가상의 존스가 됐다. 9승 무패의 리암 맥기어도 불렀다. 맥기어는 내년 2월 벨라토르에서 임마뉴엘 뉴튼과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을 펼치는 강자다. 존스보다 5cm나 큰 198cm의 거인이다. '절친' 케인 벨라스케즈가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했지만, 타격과 레슬링 훈련파트너로 드림팀을 구성해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

▲전 라운드를 지지 않는 경기운영과 심리전

코미어는 데뷔 후 31라운드(상대를 피니시시킨 10라운드 포함)를 뛰었다. 그의 대기록 중 하나는 모든 라운드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라운드마다 승리하는 방법을 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미어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존스의 코치 그렉 잭슨도 "내가 본 그 어떤 선수보다 경기운영을 잘한다"고 평가했다. "정말 영리하다. 어느 정도 라운드를 소화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파이터는 보기 힘들다. 반면에 코미어는 항상 시간을 체크한다.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힌 다음 시계를 본다. 1분 30초가 남았다면, 잽과 라이트를 날리면서 움직인다. 라운드를 이길 줄 아는 마스터"라고 말했다.

잭슨은 4, 5라운드에 존스가 심리적으로 몰리는 그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코미어의 경기운영능력 때문이다. "코미어의 라운드 운영이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코미어가 4라운드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우리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그림 중 하나다. 코미어는 기술적으로 뛰어날 뿐 아니라 매우 영리하고 날카롭기까지 하다"고 했다.

코미어는 오랫동안 승부의 세계에 몸담았던 터라 심리전의 효용성도 잘 이해하고 있다. 폭스스포츠의 해설위원으로 활약할 만큼 입심도 좋은데, 존스와 말싸움에서 항상 선수(先手)를 둔다. 존스가 말리는 편이다. 경기 직전까지 코미어가 존스의 말꼬리를 잡고 건드리는 것도 심리전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제 이틀 남았다. 2015년 UFC의 첫 메인이벤트는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이유는 깨질 것 같지 않은 무패의 챔피언을 위협하는 최강 도전자 코미어의 존재 때문이다. 존스를 대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코미어,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까. 오는 4일 오전 11시30분 SPOTV2에서 생중계되는 UFC 182에서 최고의 명승부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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