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5차전, 5회초 선취점을 기뻐하는 NC.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선취점을 낸 팀이 모두 이긴 건 맞다. 하지만 단순히 선취점 여부보다 얼마나 치고 나갔는지가 더 중요한 시리즈였다. 1점 리드를 곧바로 따라 잡힌다면 선취점의 의미는 퇴색된다. 그보다 확실한 사실이 있다. 4회 혹은 5회를 잡는 팀이 이긴다. '약속의 8회'가 아닌 '기회의 5회'를 더 많이 살린 NC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15일 롯데 자이언츠와 준플레이오프를 9-0 승리로 마친 김경문 감독은 시리즈 들어 가장 어려웠던 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5회'와 '타순이 세 바퀴 돌았을 때'를 언급했다. 경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타순이 세 바퀴 돌면 보통은 5회가 된다. 9회까지 1점 차 안쪽에서 팽팽하게 흘러간 1~2차전과 달리 3~5차전은 공통점이 있었다. 5회 대량 득점을 올린 팀이 이겼다. 

3차전 5회, NC는 수비에서 2점을 빼앗겨 5-4까지 쫓겼지만 이어진 공격에서 롯데 김원중을 상대로 박민우의 볼넷과 나성범의 2점 홈런으로 흐름을 탔다. 2사 이후에는 하위 타순까지 살아나면서 3점을 더했다. 여기서 10-4로 달아난 뒤 13-6으로 이겼다. 

4차전 5회, 이번에는 롯데가 반격했다. NC가 선발 최금강을 내리고 원종현을 투입했는데도 롯데의 기세를 멈출 수 없었다. 신본기가 친 땅볼이 행운의 안타가 되면서 2-1로 앞섰고, 손아섭의 3점 홈런까지 터지면서 5회에만 4득점해 5-1까지 치고 나갔다. 김경문 감독은 롯데 타순이 3번째 타석을 얻기 전에 투수를 바꿨으나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롯데의 7-1 승리. 

플레이오프 진출이 걸린 5차전은 NC가 5회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롯데 선발 박세웅을 사대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박민우가 볼넷을 골라 물꼬를 텄다. 나성범과 재비어 스크럭스는 연속 안타를 쳐 선취점을 만들었다. 롯데가 투수를 조정훈으로 바꾼 뒤에도 NC는 멈추지 않고 6점을 더 올렸다. 5회에만 7점을 낸 NC는 9-0으로 롯데를 제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정규 시즌에서도 타순이 세 바퀴 돌았을 때가 선발투수에게는 가장 큰 위기다. 투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한 투수를 상대로 한 바퀴 돌 때마다 리그 평균 OPS는 첫 상대 0.787, 두 번째 타석 0.792, 세 번째 만남에서 0.805로 상승했다. 플레이오프라고 다르지 않다. 선수층이 KBO 리그보다 두꺼운 메이저리그에서도 선발투수를 일찍 교체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올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어떨까. 우선 니퍼트는 4회가 고비일 수 있다. 초반에 많은 주자를 내보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니퍼트의 이닝별 피OPS는 4회에 0.929로 가장 높았다. 상대 횟수에서는 두 번째 타석이 0.834, 세 번째 타석이 0.720으로 차이가 큰데, 타율만 보면 두 번째 타석 0.280, 세 번째 타석 0.277로 큰 차이가 없다. 피장타율에서 격차가 생겼다.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투 피치' 투수인 장현식은 3번째 타석이 고비였다. 두 번째 타석에서 0.737인 피OPS가 세 번째 타석까지 가면 0.953으로 치솟는다. 대신 5회(피OPS 0.890)를 잘 넘기면 6회부터는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6회 0.664, 7회 0.731이다. 당일 컨디션이 경기력을 좌우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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