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한남동, 취재 정형근, 영상 정찬 기자]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47)은 약속 시간보다 약 30분 먼저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 ‘빅 이지’ 어니 엘스(48)는 밝게 웃으며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나란히 앉은 두 ‘전설’은 한국 골프에 대한 생각을 진솔히 털어놨다. 최근 한국 KLPGA에서 벌어진 ‘벌타 논란’에 대한 견해도 빼놓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는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아니카 소렌스탐, 어니 엘스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선수는 전 세계 프리미엄 골프장 멤버십 서비스인 퍼시픽링스의 홍보대사로 한국을 방문했다. 

“정말 이상한 사건이다. 직접 보진 않았지만 기사로 접했다. 골프에서 한두 가지의 이유로 경기가 취소되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규칙은 규칙이다. 라운드가 시작되면 천재지변과 같은 일이 아니라면 다시 시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소렌스탐) 

사상 초유의 사건은 19일 국내 메이저 대회(KB금융 스타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발생했다. 당시 일부 선수들은 그린과 프린지(그린 주변 지역)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1벌타가 주어져야 했다. 그런데 KLPGA 경기위원회는 그린의 경계가 불명확했다는 이유로 벌타를 면제했다. 

선수들은 이에 반발했다. 2라운드 출전까지 거부했다. 결국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1라운드 결과를 무효 처리했고 대회는 54홀로 축소 운영됐다.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 이 소식은 전 세계 주요 골프 전문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어니 엘스도 이미 ‘벌타 논란’을 알고 있었다. 

어니 엘스는 “나도 기사를 읽었다. 이런 일은 흔치 않다. 원래 그린과 프린지는 확실하게 구분이 된다. 그린과 프린지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어쩔 수 없이 라운드가 취소된 건 동의한다. 이 사건은 선수의 잘못이 아니다”고 말했다. 
▲ 어니 엘스(왼쪽)과 소렌스탐이 한국 골프에 대한 생각을 나타냈다. ⓒ곽혜미 기자

‘라운드 취소’에 대한 두 선수의 의견은 달랐지만 본질은 같다. 골프는 심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다른 스포츠와 다르다. 선수 스스로가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양심에 따라 규칙을 지켜야 한다. 규칙을 어길 경우 선수 스스로가 양심적으로 이를 밝히고 벌타를 받아야 한다. 어니 엘스는 몸소 이 사실을 증명했다. 5월 열린 BMW PGA 챔피언십에서 어니 엘스는 스스로에게 2벌타 부여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골프에서는 정확한 룰이 있고 골퍼로서 지켜야 규칙이 있다. 당시 내 공은 깊은 러프에 있었다. 다른 선수에게 양해를 구한 뒤 공을 확인했다. 공을 제자리에 놓고 다시 샷을 해서 이글을 성공했지만 마음이 찜찜했다. 당시 공을 찾은 곳과 같은 위치에 다시 뒀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경기 운영진에게 가서 올바르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모든 선수들이 그런 스포츠맨십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의 룰이다. PGA선수들은 경기에서 청렴성을 중시한다.”

소렌스탐도 어니 엘스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소렌스탐은 “어니 말처럼 스포츠맨십과 룰을 따르는 것은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골프는 역사적이며 전통적인 스포츠이다. 자기 자신이 심판이 되는 몇 안 되는 스포츠다. 스포츠맨십과 룰에 따르는 것은 골프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골프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어니 엘스는 22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CJ컵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감기 때문에 컨디션이 떨어져 출전하지 못했다. 한국 최초의 PGA 투어 대회에 나서지 못했지만 한국 선수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다. 어니 엘스는 한국 선수들의 ‘병역 문제’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주목하는 선수는 당연히 김시우이다. 올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했고 작년에는 윈덤 챔피언쉽에서 정상에 올랐다. 김시우는 21살이지만 벌써 3개의 대회에서 우승했다. 입대를 앞두고 있지만 그것 또한 김시우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군대에서 신체를 단련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배상문도 전역해서 플레이를 볼 수 있다. 최경주는 한국 남성 골퍼들에게 아주 영향력 있는 선수이다. 박세리가 LPGA의 인기를 이끈 것과 같이 최경주는 남자 골프에서 인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국에서 첫 번째 PGA 투어를 연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는 많은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소렌스탐은 현역 시절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10승을 거뒀다. 다른 대회까지 합하면 모두 72승을 올렸다. 박세리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며 선수 생활을 함께했다. 소렌스탐은   “LPGA에 있는 한국 선수들은 대단하다. 90년대 말 박세리가 투어에 합류한 후 높은 성적과 함께 다음 세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 한국과 같은 작은 나라에서 상위 100위권 안에 30명의 선수가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한국 선수의 이름을 계속 나열할 수 있다. 유소연은 매우 잘 해주고 있다. 박성현은 아마도 올해의 신인왕과 올해의 선수를 동시에 수상할 수 있다. 두 개의 상을 한 번에 수상한 선수는 낸시 로페즈 밖에 없다. 박인비 또한 눈여겨보는 선수이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2편에서 계속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