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한남동, 취재 정형근, 영상 정찬 기자] ‘60cm 퍼팅’에 대해 묻자 어니 엘스는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어니 엘스는 2016년 열린 마스터스 대회 2라운드 1번 홀에서 약 60cm 거리의 파 퍼팅을 무려 6번 만에 넣었다. 역대 1번 홀 최악의 스코어(5오버파)를 남긴 어니 엘스는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마스터스는 정말 큰 대회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 의심이 있었다. 새로운 퍼팅 기술을 처음 시도해서 걱정됐다. 워낙 큰 대회이다 보니 압박이 됐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다. 프로 골퍼는 많은 연습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 당시 2번째 티로 넘어가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당황스러웠지만 마음을 다잡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으려 노력했다. 다음 티에서는 훨씬 좋은 플레이를 했다.”

어니 엘스의 대답을 들은 소렌스탐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렌스탐은 선수 시절 항상 확신에 찬 경기를 펼쳤다. 소렌스탐의 멘탈 훈련 방법이 궁금해졌다. 

“테크닉과 신체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부분 또한 중요하다. 우리는 항상 골프는 심리 게임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믿고 내 스윙을 가져갔다. 과거 좋은 이미지와 행동을 떠올리려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빴던 샷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된다면 자신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 신체적으로 뛰어난 선수는 공을 멀리 칠 수 있다. 하지만 첫 번째 티 샷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자신을 믿지 않게 되면서 본인의 샷을 할 수 없게 된다.“
▲ 소렌스탐은 과거 성대결을 펼친 적이 있다. ⓒ곽혜미 기자

여성 최고의 골프 선수로 꼽히는 ‘전설’ 소렌스탐은 남녀 성대결을 펼친 기억도 떠올렸다. 소렌스탐은 2003년 PGA에 출전했다가 컷 탈락한 뒤 눈물을 보였다. 여자 선수로는 58년 만에 나온 PGA도전이었다. 

“2003년 당시는 내 커리어의 하이라이트였다. 자신에 대해 더 배우고 어려운 레벨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성대결은 엄청난 경험이 됐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미쉘 위와 렉시 톰슨도 도전했다. 미래에는 남자와 여자가 같이 플레이하는 대회가 있으면 좋겠다. 미쉘 위와 렉시 톰슨도 도전했지만 현재는 이런 이벤트가 예정되어있지 않다. 성대결이 어렵다면 남자와 여자가 같은 골프코스에서 대회를 하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테니스는 남녀가 같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한다. 이런 경기는 서로 다른 팬 층을 잡을 수 있다.”

어니 엘스도 소렌스탐의 말에 맞장구쳤다. 어니 엘스는 “소렌스탐의 아이디어는 정말 좋다. 여성 경기는 정말 흥미롭다. 새로운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남성 경기도 세대가 바뀌는 모습이 보인다.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매주 열리는 대회는 아니라도 특별한 몇 군데에서 플레이를 한다면 좋을 것 같다.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엄청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부드러운 스윙으로 ‘빅 이지(Big Easy)’라는 별명이 있는 어니 엘스. 신장 191cm 몸무게 90Kg 이상의 거구인 그에게 스윙의 비결을 묻자 사람마다 맞는 스윙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다양한 기술이 있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한 스윙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커리어 내내 스윙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닉 프라이스의 스윙을 보면 나와 완전히 다른 스윙을 한다. 그는 모든 것이 나보다 빠르다. 하지만 그는 최고의 스윙을 가지고 있다. 기술은 사람마다 다르다. 샘 스니드 등 많은 다른 선수들이 나와 비슷하게 느린 스윙을 가지고 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말했다. 
▲ 어니 엘스 ⓒ곽혜미 기자

어니 엘스는 48살이다. 은퇴를 고려해야 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어니 엘스도 이를 부인하진 않았다. 그러나 메이저 대회 4승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통산 71승을 거둔 엘스는 아직도 골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커리어가 이제 마무리가 돼가는 시점이다. 남은 몇 년 동안은 조금 천천히 경기에 참여할 것 같다. 최근에 골프 코스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도 골프가 너무 좋다.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이 즐겁다. 이렇게 오랫동안 골프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이유는 골프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50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

인터뷰 내내 두 선수에게서 골프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느껴졌다. 소렌스탐과 어니 엘스가 남녀 골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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