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칼텍스와 경기에서 블로킹을 시도하는 공윤희(왼쪽)와 김채연 ⓒ KOVO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현대 배구에서 미들 블로커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들 블로커의 임무는 블로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높은 속공 점유율로 양쪽 날개 공격수의 힘을 덜어줘야 한다. 또 미들 블로커의 분주한 움직임은 상대 플레이에 위협이 된다.

올 시즌 미들 블로커 문제로 가장 고민하는 팀은 흥국생명이다. 흥국생명은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GS칼텍스에게 2-3(25-21 25-23 16-25 25-27 10-15)으로 역전패했다.

1, 2세트를 따내며 승리를 눈앞에 둔 흥국생명은 내리 3세트를 내줬다. 특히 4세트에서는 경기를 마무리 지을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4세트에만 블로킹 8득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 경기에서 두 팀의 블로킹 대결은 GS칼텍스가 13-4로 앞섰다. 팽팽했던 두 팀의 승부는 블로킹에서 판가름이 났다.

GS칼텍스도 중앙의 높이는 좋지 않다. 그러나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와 그랜드 챔피언스 컵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에서 뛴 김유리(26)가 버티고 있다. 그는 이 경기에서 두 팀 최다인 블로킹 5득점을 기록했다. 문명화(22)도 중요한 상황에서 블로킹 3개를 잡아내며 흥국생명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반면 흥국생명은 정시영(24)와 테일러 심슨(24)이 각각 2개를 잡는 데 그쳤다. 4세트 막판 흥국생명은 팀의 해결사인 심슨에게 볼을 집중적으로 올렸다. GS칼텍스는 심슨의 공격을 블로킹 득점으로 연결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팀 블로킹 순위에서도 시즌 초반 흥국생명은 6개 팀 가운데 5위를 달리고 있다. 심슨에게 의존하고 있는 현재 팀 공격 성공률(34.41%)과 속공(25%) 퀵오픈(36.11%)은 최하위다.

▲ GS칼텍스와 경기에서 스파이크하는 테일러 심슨 ⓒ KOVO 제공

중앙이 허약한 상황에서 심슨을 제외한 날개 공격수 상황이 좋지 않다. 팀의 기둥인 이재영(21)은 시즌 초반 허리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GS칼텍스와 경기에서는 올 시즌 가장 높은 공격 성공률인 38.46%를 기록하며 22점을 올렸다.

심슨은 알레나 버그스마(KGC인삼공사, 167점)에 이어 득점 2위(164점)를 달리고 있다. 2년 만에 복귀한 국내 V리그에서 제 소임을 다해주고 있지만 미들 블로커의 지원이 아쉬운 상황이다.

올 시즌을 앞둔 박미희 감독은 "고민이 많지만 이겨내야할 과제"라고 밝혔다. 공격과 관련된 부문에서 흥국생명은 하위권에 있지만 수비는 팀 전체 1위에 올랐다.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33)의 활약에 힘입은 디그 부문에서도 선두다.

이재영의 부활은 물론 키플레이어인 정시영과 남은 한 자리 미들 블로커의 활약이 중요하다. 심슨의 높은 공격 의존을 생각할 때 중앙의 비중이 절실하다. 탄탄한 수비에서 나오는 조직력을 최대한 살리려면 날개 공격수로만은 부족하다. 시즌 초반 나타난 흥국생명의 미들 블로커 문제는 큰 고민거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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