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준.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두산 좌완 투수 장원준의 별명은 '장꾸준'이다. 늘 한결같은 투구 내용으로 한결같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 붙여진 자랑스런 별명이다.

장원준은 시즌 도중 인터뷰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가끔 공이 너무 안 갈 때가 있다. 컨디션과 밸런스가 안 좋다는 뜻이다. 그럴수록 더 신중하게 던진다. 컨디션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내 몫은 하기 위해 더 집중한다."

투수에게 밸런스는 생명과도 같다. 조금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인 투수다. 밸런스가 흔들렸다면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그러나 장원준은 이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밸런스가 흔들렸을 때 장원준은 어떤 투구를 했을까. 타구-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를 보면 '장꾸준'이라는 별명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투수의 밸런스를 체크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다.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와 던지는 것이 아무래도 투수에게 유리하다.

체력이 떨어지거나 밸런스가 흐트러지면 익스텐션이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일찍 공을 놓아 버리는 것을 뜻한다. 익스텐션이 뒤로 밀리면 타자는 그만큼 공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장원준은 8월에 고비를 맞았다. 늘 꾸준한 듯 보였지만 장원준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패스트볼과 또 다른 주 무기인 체인지업의 월별 익스텐션과 회전수를 체크해 봤다.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장원준이지만 8월 들어서는 흔들렸다. 7월에 1.67m이던 패스트볼 익스텐션이 1.58m로 크게 줄어들었다.

익스텐션이 줄어들며 공의 움직임도 작아졌다. 수직 무브먼트는 2cm 가량 줄어들었고 좌우 무브먼트는 3cm가량 줄어들었다. 이전의 움직임에 맞춰 타격을 했다면 파울이 될 것이 정타가 될 수도 있는 차이다.

회전수도 크게 줄어들었다. 7월에 2024rpm이었지만 8월 들어서는 1992rpm으로 회전수가 줄어들었다. 그만큼 패스트볼의 구위가 떨어졌다는 걸 뜻한다.

체인지업도 마찬가지였다. 익스텐션은 1.72m에서 1.65m로 짧아졌고 움직임도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 회전수를 줄여서 낙폭을 만드는 것이 체인지업이지만 장원준의 체인지업은 8월 들어 회전수가 오히려 늘어났다.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하지만 장원준은 8월에도 안정적인 성적을 냈다. 5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 자책점 2.61을 기록했다.

5경기 가운데 한 경기만 퀄리티스타트에 실패(6이닝 4실점)했을 뿐 나머지 4경기선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해냈다.

어떤 투수도 1년 내내 좋은 컨디션과 밸런스로 공을 던질 수는 없다. 안 좋을 때 버텨 내는 방법을 아는 투수만이 롱런이 가능하다. 팀원들에게 믿음을 심어 줄 수 있는 투수도 이런 유형의 투수들이다.

장원준은 그 좋은 예를 보여 주고 있다. 밸런스가 무너져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장꾸준이란 별명에 대해서는 보다 더 큰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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