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림 베어스포티비 리포터 ⓒ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어요."

한 시즌을 무사히 책임진 후련한 마음 반, 한 시즌이 다 끝난 아쉬운 마음 반이었다. 이슬림(23) 베어스포티비 리포터는 2017년 두산 베어스와 팬들의 연결고리가 되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 다녔다. 더그아웃과 그라운드, 관중석까지 두산의 열기를 전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마이크를 들었다. 필요하면 작은 카메라로 직접 뜨거운 현장을 담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성공한 팬'이었다. 이 리포터는 어릴 때부터 두산을 응원했다. 스포츠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산 구단 리포터 공고를 보고 과감히 지원서를 냈다. 면접 때는 안방마님 양의지의 유니폼을 입고 응원가를 부르며 두산을 향한 애정을 보였다. 그렇게 베어스포티비 리포터가 됐다.

이 리포터를 6일 상암동에서 만났다. 더그아웃이 아닌 곳에서 만나니 영락 없는 스무살 초반 대학생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어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더 정신 없는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잠깐 숨을 돌리고. 밝고 꿈 많은 이슬림, 그리고 두산 리포터 이슬림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 이슬림 베어스포티비 리포터 ⓒ 차민호 베어스포티비 PD
Q. 시즌 끝나고 어떻게 보냈나.

시즌,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대학 졸업 작품 발표회가 끝난 지 일주일도 안 됐다. 그래서 아직 여운이 남은 채로 지내고 있다.

Q. 구단 리포터는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

스포츠 아나운서 또는 스포츠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두산 팬이기도 하고, 리포터 공고 났을 때 주변에서 지원해 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지원했다.

Q. 리포터 시험을 볼 때 어떻게 준비를 했나. 

지원 당시에 아나운서 쪽으로 준비한 지 6개월도 채 안 된 상태라 '내가 될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다. 주변에서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셔서 기다리고 있었다. 1차 연락 받고, 카메라 테스트를 보러 갈 때 고등학교 때 입었던 두산 유니폼을 입고 갔다. 면접은 내가 진짜 두산 팬인지, 그리고 진심으로 두산을 생각하는지 물어보셨던 거 같다. 

Q. 면접 때 어떤 점이 어필이 된 거 같나.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냐고 물어보셔서 양의지 선수라고 했다. 유니폼 마킹도 양의지 선수였다. 이유를 물어보셔서 정말 가식 없이 솔직하게 느낀점을 이야기했다. '병살을 쳐도 홈런을 치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는데 분위기가 좋진 않았다(웃음). 그리고 나서 '그라운드 안에서 아버지 같고, 후배 선수들을 잘 챙겨주고 포수로서 정말 아버지 같은 선수'라고 말을 했을 때 다시 분위기가 좋아졌던 거 같다. 꾸밈 없는 생각을좋게 봐주신 거 같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가상 선수 인터뷰를 했다. 오프닝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할 거 같아서 양의지 선수 응원가를 부르면서 시작했다. 그런 게 많이 기억에 남았다고 말씀해 주셨다.

Q. 첫 현장에 나갔을 때 기억이 나는지.

정말 힘들었다. 처음 리포터로 한 일이 시범경기 중계였다. 중계 공부를 해본 적도 없었고, 야구 지식이 깊은 팬 분들이 보시기에 얼마나 부족했겠나. 부족한 거 알면서도 하려고 노력은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 눈앞이 깜깜해서 그날 집에 가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부족한 내 모습과 마주한 거 같아서 힘들었다.

▲ 이슬림 베어스포티비 리포터 ⓒ 차민호 베어스포티비 PD
Q. 첫 현장에서 속상했던 마음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한 시기가 있었을 거 같은데.

조금 늦게 찾아왔다. 댓글 보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거 같지도 않고, 하면서 자신감이 없었다. 맨날 속상해 하니까 어머니께서 '모든 사람이 너를 좋아할 수 없다. 또 다 너를 싫어할 수 없다. 너의 색깔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나를 그대로 보여 드리려고 노력했다. 

초반에는 만들고도 업로드하지 못한 영상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슮파라치'라는 코너가 생겼다. 출근하고 퇴근할 때까지 내 시선으로 본 야구장을 전달하는 코너였는데, 그때 팬 분들께서 좋아해 주셨다. 선수들의 인간적인 면을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었고, 또 슮파라치를 찍은 날에 꼭 이겼다. 나중에는 팬분들께서 꼭 찍어달라는 반응을 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Q. '슮파라치'를 봤는데 정말 밝은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더라.   

어릴 때부터 무용을 해서 경쟁을 많이 했다. 그래서 '힘들어도 즐기면서 하자'라는 게 몸에 밴 거 같다(웃음). 무용 대회 나가서 순위 경쟁을 자주 하니까.

Q. 팬과 선수들의 소통을 돕는 게 리포터의 몫이라 생각하는데,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인터뷰할 때 가장 노력한 게 기사로 검색해서 나오지 않는 내용을 물어보려 했다. 기본적인 질문 외에 팬 분들께서 선수들에게 궁금해 할 점들을 선을 넘지 않게 물어봤던 거 같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다면.

다 기억에 남는데, 정진호 선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히트 포더 사이클을 기록하고 이슈가 됐을 때였다. 소감을 물어봤을 때 겸손하시면서도 열의에 차 계신 게 눈빛과 말투에서 다 느껴졌다. 경기나 훈련할 때 얼마나 진심을 다해서 하실지 느껴졌다.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 이슬림 베어스포티비 리포터 ⓒ 스포티비뉴스
Q. 구단 리포터로 한 시즌을 꽉 채워서 보냈는데.

시원 섭섭하다. 한국시리즈 5차전 끝나고 정말 눈물날 뻔했다. 5차전 앞두고 SNS나 커뮤니티 반응을 봤는데 '경기장에 가지 않겠다'는 팬 분들이 꽤 계셨다. 질 것 같다고. 그래서 끝까지 함께 응원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두산이 시즌 초반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또 한국시리즈에서 KIA와 경기하는 걸 보면서 뭉클했다. (걱정과 달리) 그날 많은 팬 분들께서 경기장을 꽉 채워주셨고, 응원도 끝까지 열심히 해 주셨다. 그래서 리포터가 아닌 그냥 한 사람으로서 감동을 받았다.

Q. 1년 동안 두산 베어스와 함께한 소감은.

팬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구단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선수들, 직원분들, 베어스포티비까지 팬들을 생각하면서 일을 하는 걸 지켜봤다. 

리포터로서는 힘들 때나 힘들지 않을 때나 옆에서 도움을 주고 힘을 줬던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시즌 초반 성적을 생각하면 누가 준우승 할 거라 생각했겠나. 주전 선수들도 많이 다쳤는데. 미라클 베어스라고 하듯이 준우승을 했다. 리포터로서 다사다난했던 1년 동안 팬들께 웃음을 드리려고 노력했고, 그런 얼굴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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