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신임 전무이사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대한축구협회의 개혁을 위한 의지를 느꼈다.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겠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신임 전무이사)

대한축구협회가 8일 오전 인사 개편을 발표했다. 정몽규 협회장이 공언했던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을 마침내 단행했다. 김호곤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 사퇴에 이어 이용수 부회장과 안기헌 전무 이사가 물러났다. 

협회 행정을 총괄하는 신임 전무이사로 홍명보 전 대표 팀 감독이 결정됐다. 행정 실무 보완을 위해 전한진 국제팀장이 신설된 사무총장직을 맡았다. 홍 전무이사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대표 팀 감독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뒤 3년 여 만에 협회로 복귀했다. 

홍 전무이사는 은퇴 이후 행정가 길을 꿈꿨으나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위기를 겪은 협회의 간곡한 요청에 코치직을 맡아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대표 팀 코치로 시작해 2009년 FIFA U-20 월드컵,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 올림픽 등 연령별 대표 팀 감독을 맡아 각각 8강, 동메달, 동메달의 성과를 냈다. 

2013년 여름 표류하던 국가 대표 팀 감독직을 맡았으나 2014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 리그 탈락으로 축구 경력에서 첫 실패를 경험했다. 2016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는 중국 프로 축구 클럽 항저우 뤼청 감독을 지냈다.

항저우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홍명보장학재단 이사장 업무에 집중하며 유소년 축구 육성에 매진하던 홍 전무이사는 미국에서 휴식을 보내던 중 협회 연락을 받고 급히 귀국했다. 정몽규 회장이 홍 전무이사를 직접 만나 협회 행정과 실무를 총괄하고 결정하는 전무이사직을 맡겼다.

홍 전무이사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축구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태에 있기 때문. 뜻하지 않았던 지도자 데뷔 역시 한국 축구가 어려울 때 이뤄졌고, 국가 대표 팀 감독직 역시 불리한 조건에서 떠맡았다. 그는 한국 축구가 위기에 있을 때 자신에게도 화가 닥칠 수 있는 상황에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에도 과감하게 결정했다.

◆ 홍명보, 상근직 전무이사…대한축구협회 행정 총괄 '실권'

홍 전무이사는 “정 회장과 대화에서 협회가 많은 점에서 바뀌고 변하고자 한다는 것을 느꼈다. 개혁 의지를 확인했다. 나 역시 그 가운데 한 명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홍 전무이사는 대표 선수, 코치, 감독 등 현장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미국에서 현역 생활을 마치며 축구 행정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감독직도 연령별 대표부터 시작해 월드컵 본선을 경험했고, 러시아 안지마하치칼라에서 프로 팀 코치, 항저우에서 프로 팀 감독을 했다. 일본, 미국, 러시아, 유럽 등 다양한 나라의 축구를 경험했다. 축구인으로 필요한 경험을 대부분 얻었다. 본인이 진정으로 추구했던 행정인으로 본격적인 길을 걷는다.

홍 전무이사는 “부회장은 비 상근이지만 전무 이사직은 상근으로 매일 출근하며 일한다. 앞으로는 회사원”이라며 한국 축구 발전과 쇄신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겠다고 했다. 

홍 전무이사는 현역 시절은 물론 지도자로 일하면서도 강직하게 발언하고 결정해 왔다.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대의를 위해 결정할 수 있는 한국 축구계 대표 인사로 꼽힌다. 정 회장이 홍 전무이사를 선임한 것은 현장의 소리를 듣고, 적극적으로 반영해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홍 전무이사는 이임생 신임 기술위원장, 신태용 국가 대표 팀 감독에게도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이다. 기술 파트의 노하우를 갖췄다. 당장 직전 월드컵 최전선에서 현장 경험을 했고, 대표 팀과 감독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홍 전무이사는 “대표 팀과 한국 축구 전반에 필요한 행정적 도움은 물론, 내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도울 것”이라고 했다.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이미 대표 선수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는 홍 전무이사는 한국 축구의 무게중심이 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췄다. 홍 전무이사는 “총회 등을 거쳐야 선임 작업이 완료된다. 이달 중순께에 본격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 전무이사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쇄신이 단행됐다. 유스전략본부장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유럽 축구 최전선을 경험하며 FIFA 마스터코스 이수로 행정 공부를 마친 박지성이 부임했다. 대학 축구, 내셔널리그, K리그 챌린지와 K리그 클래식 무대를 모두 경험한 조덕제 전 수원 FC 감독은 대회위원장으로 선임됐다.

행정과 현장의 괴리와 간극을 메우고, 소신과 철학을 갖춘 인사가 협회 요직에 대거 입성했다. 인사가 만사다. 위기가 곧 기회다. 한국 축구는 바닥을 쳤고, 이제 비상을 위한 기틀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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