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취재 정형근, 영상 이충훈 기자] 손흥민이 리그 20호 골을 기록하며 ‘전설’ 박지성을 넘었다.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은 손흥민이 새 역사를 쓰는 순간을 기다렸다. 손흥민이 아시아인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리자 EPL 사무국은 박지성과 손흥민의 역대 TOP 5골을 선정해 발표했다.
손흥민은 5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와 경기에서 개인 통산 리그 20번째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박지성이 갖고 있던 아시아 최다 득점 기록(19골)을 넘어섰다.
박지성은 2007-08시즌 풀햄과 경기에서 폴 스콜스가 올린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해 짜릿한 골 맛을 봤다. EPL 통산 7호 골이자 2007년 3월 블랙번전 이후 1년여 만의 골이었다. 2009-10시즌 아스널전에서는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단독 돌파를 시도해 마무리까지 침착하게 성공했다. EPL 사무국은 2009-10시즌 리버풀전에서 나온 환상적인 다이빙 헤딩 골과 2010-11시즌 울버햄튼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성공한 극장 골, 블랙번전 결승 골도 박지성의 TOP 5골로 꼽았다.
손흥민은 2015-16시즌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활용해 골망을 흔들었다. 2016-17시즌 스토크 시티, 미들즈브러와 경기에서는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는 골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스완지 시티전에서는 감각적인 발리슛을 성공하며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번 시즌 리버풀전에서 기록한 리그 첫 골도 역대 최고의 5골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2005년 7월. 박지성은 ‘24세’ 나이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 영입에 직접 관여했다. 박지성은 PSV 에인트호벤 시절인 2004-0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 AC 밀란과 경기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박지성은 "PSV 아인트호벤 마지막 해 FA 결승전 이후 퍼거슨 감독에게 이적 제의 전화를 받았다. 빅 클럽으로의 이적은 생각지 않고 있어서 깜짝 놀랐지만 기뻤다"고 밝힌 바 있다.
맨유는 400만 파운드(당시 가치로 약 73억 원)의 이적료를 주고 박지성을 영입했다. 측면 공격수로 분류된 박지성은 라이언 긱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일각에서는 그의 영입이 아시아 마케팅을 위한 수단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러나 박지성은 빠르게 팀에 적응했다. ‘산소 탱크’라는 별명답게 강한 체력을 앞세워 그라운드를 누볐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뛰었고 궂은일에도 최선을 다했다. 자신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그의 헌신적인 플레이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박지성의 가치는 더욱 빛을 더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7시즌 동안 뛰었다. 박지성은 리그 134경기에 출전해 19골을 넣으며 아시아 최다 득점자로 우뚝 섰다. 맨유 소속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 4회(2007년, 2008년, 2009년, 2011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2008년), 리그컵 우승 3회(2006년, 2009년, 2010년) 등 수많은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박지성의 EPL 활약을 TV로 보면서 자란 손흥민은 2015년 바이엘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으로 향했다. 2005년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한 박지성과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 등에 이은 13번째 한국 선수의 도전이었다.
“꿈의 무대에서 뛰고 싶다”며 EPL에 입성한 손흥민은 데뷔 시즌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손흥민은 2015-16시즌 EPL 28경기(교체 15경기)에 나서 4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는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 이적설까지 나왔다. 그러나 손흥민은 팀에 남았고 시즌 첫 출전한 경기에서 EPL 진출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은 2016-17시즌 리그 4라운드 스토크시티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손흥민은 거침이 없었다. 손흥민은 모든 대회를 포함해 21골(프리미어리그 14골, FA 컵 6골, UEFA 챔스 1골)을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이 1985-1986시즌 기록한 '아시아인 유럽 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19골)'도 넘었다.
손흥민의 시선은 박지성이 지닌 ‘아시아인 EPL 최다 골’로 향했다. 손흥민은 3시즌 72경기 만에 20번째 골을 성공하며 박지성을 넘었다. 손흥민은 “어렸을 때부터 박지성의 플레이를 TV에서 봤다. 박지성은 나의 영웅이었다. 물론 박지성은 나와 포지션이 달라 내가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내가 박지성을 따라잡은 건 아니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손흥민은 ‘전설’로 평가받는 박지성을 이어 EPL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국 축구를 널리 알리는 게 꿈”이라는 손흥민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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