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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수원, 조형애 기자] 처음엔 '스타' 하메스 로드리게스에 환호했고, 이후엔 변한 한국 축구에 환호했다. 작았던 응원 목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졌다. 애증으로 찾았다가 연신 환호한 붉은 악마였다.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한국과 콜롬비아의 평가전이 열렸다. 결과는 2-1 승리. 손흥민의 멀티 골로 앞서나가다 추격 골을 내줬지만 결국 리드를 지켰다.

한국 축구가 '국민 욕받이'로 전락하면서 경기장에 파리가 날릴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보기 좋게 틀렸다. 킥오프를 앞두고 보이기 시작한 구름 관중은 수원월드컵경기장 구석구석을 채웠다.

한국 팬들은 강호와 만나는 만큼 지더라도 잘 싸우기를 바랐다. 한 팬은 "부담 없이 보러 왔다. 질 때 지더라도 경기력이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모든 것이 우위에 있었다. 초반 하메스가 코너 킥을 차러 관중석 근처에 왔을 때 쏟아졌던 환호는 시간이 흐르자 찾아 볼 수 없었다. 한국의 경기력에 놀라기 바빴던 2만 9천여 관중들이다. 

선수들은 '투지'로 맞섰다. 한 발 더 뛰면서 상대를 압박했다. 신태용 감독이 심혈을 기울였다던 수비와 중원의 '간격'은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권창훈, 이근호 등 오른쪽 측면은 파괴력이 돋보였다. 상대는 실수를 연발했고 세트피스를 제외하곤 전반 이렇다할 기회 조차 잡지 못했다.

관중들은 완전히 경기에 빠져들었다. 하메스에게 환호하는 건 초반이 전부였다. 오히려 전반 막판 문전에서 파울을 당한 이근호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 할 때는 야유도 쏟아졌다.

전반을 채 마치기 전에 '파도 타기' 응원이 시작됐다. 후반 콜롬비아가 교체를 단행하며 경기 향방을 뒤바꾸려 했지만 한국의 기세를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손흥민이 A매치 20호 골을 넣었고, "오 필승 코리아"가 울려 퍼졌다.

한국은 투지를 불태웠다. 후반들어 체력 저하로 수비와 중원의 간격이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지만 한 발 더 뛰었다. 붉은 악마들은 플레이 하나하나에 힘을 보탰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빅버드에는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90분. 애증은 그렇게 애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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