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용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이번 경기에서 다 이룬 것이 아니고 갈 길이 멀다." 오랜만에 거둔 기쁜 승리에도 방심 없이 다음 경기를 바라보는 '주장' 기성용의 말이다.

안 좋은 일이 겹쳐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한국 축구 대표팀이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10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KEB하나은행 초청 친선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손흥민이 2골 모두 성공시키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선발로 나선 11명, 그리고 교체로 투입된 선수들까지 모두가 함께 싸워 만든 승리였다.

국제축구연맹(FIFIA) 랭킹 13위에 오른 콜롬비아를 꺾었지만,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기성용은 차분했다. 한국의 목표는 이번 경기가 승리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신태용호의 목표는 내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다. 

아직 과정이다. 무작정 승리에 취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얻고 또 채워야 하는지 찾아야 하는 경기다. 기성용의 눈은 다음으로 향하고 있었다. 기성용은 이번 경기에서 얻을 점은 분명히 했다. 한국엔 생소한 4-4-2 포메이션을 가동한 '전술적 선택'보다도, 신태용호가 하나로 다져지고 있다는 점을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성용이 꼽은 첫 번째 수확은 조직력이다. 기성용은 "그동안 4-4-2 포메이션은 잘 사용하지 않았다.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나무랄 데가 없었다. 기술적인 면을 떠나서 조직적인 부분에서 희망을 본 것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경기는 질 수도, 이길 수도 있지만, 감독님이 '어떻게 하자'고 말한 부분을 경기장에서 보여준 것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포백과 미드필더 라인을 좁혀 수비를 펼쳤다. 좁은 간격을 줄곧 유지하면서 콜롬비아 선수들을 측면과 뒤로 밀어냈다. 한국의 조직적인 수비에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앞세운 콜롬비아도 어쩔 수가 없었다.

공격적으로도 조직력이 빛났다. 투톱으로 나선 이근호와 손흥민은 모두 측면 공격수로도 활약하는 선수들. 중앙에 머무르지 않고 측면으로 빠져나가면서 수비를 교란했다. 공격수 중 한 명이 측면으로 빠지면서 만든 공간은, 주로 나머지 공격수 한 명 그리고 오른쪽 측면에 배치된 권창훈이 메웠다.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콜롬비아의 골문을 여러 차례 위협했다. 기성용도 "경기 전에 얘기했던 경기 계획을 100% 다했던 것 같다"면서 "수비를 조직적으로 했다고 생각한다. 공격진에서도 자신 있게 찬스를 만들었다. 득점을 더 터뜨리지 못하긴 했지만 찬스를 만든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수확은 한국 축구의 장점으로 꼽히곤 하는 정신력이 돌아왔다는 것. 기성용은 월드컵 최종예선 내내 정신력 문제를 꼬집었다. 콜롬비아전은 달랐다. 태극전사들은 용감히 모든 것을 걸고 싸웠고 승리했다. 기성용은 "훈련할 때부터 11명이 많이 뛰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감독님도 그런 것을 지시하셨다. 월드컵에 가면 다른 팀들이 더 좋은 팀을 만나는데, 활동량에서 뒤지면 안된다"면서 "결과를 떠나서 선수들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냈다고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김진수 역시 "투지가 가장 달라진 점인 것 같다. 소위 말하는 것처럼 '머리 박고' 뛰었다. (염)기훈이형, (이)근호 형까지 누구할 것 없이 열심히 했다. 경기에 뛰는 선수든 그렇지 않은 선수든 하나가 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많이 뛰는 신태용호를 만든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다. 김진수는 "관중들이 많이 오셨지만 선수들이 운동장 안에서 소통하기 위해 큰 목소리를 냈다. 내가 뚫려도 (권)경원이 형이 있고, 경원이 형까지 뚫려도 (김)승규 형이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신태용 감독 ⓒ한희재 기자

신태용호가 이제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술적 색을 입힐 시간적 여유도 얻었다. 신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9,10차전은 무조건 월드컵 나간다는 목표가 있었다. 10월에는 K리그 선수들이 다 오지 못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비는 이번 콜롬비아전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성용의 의견도 같았다. 그는 "신 감독님 부임 뒤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최종예선에선 감독님도 자신의 축구를 펼치기 어려웠다. 10월엔 K리그 선수들을 소집하지 못했다"면서 "이번엔 감독님이 뽑고 싶은 선수들을 다 뽑았고, 미팅에서 어떤 축구를 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선수들이 빨리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기에 선수들이 '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까지 다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종 예선 무대는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 어려운 시점이 지나고 이제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한국다운 축구를 만들 수 있는 때가 왔다. 새롭게 합류한 토니 그란데 코치와 하비에르 미냐노 코치까지 힘을 보탠다.

콜롬비아전의 상승세는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를 위해 중요한 승리다. 하지만 1경기 승리에 취해선 곤란하다. 벌써 2번의 월드컵을 경험했던 기성용은 주장 그리고 베테랑답게 그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기성용은 "이번 경기에서 다 이룬 것이 아니고 갈 길이 멀다. 지금까지 고생해서 좋은 경기했는데 쉽게 날리고 싶진 않다. 오늘까지만 즐거워하고 다음 세르비아전도 잘하겠다"면서 각오를 다졌다.

신태용호가 다시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행선지는 러시아 월드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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