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싸움을 벌이는 이정협(가운데 왼쪽)과 카르도나(21번).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유현태 기자] 남미 팀들이 한국을 방문해 연이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또 다시 남미에서 날아온 축구 선수가 인종차별 의미가 담긴 행동을 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이 10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친선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위를 달리는 강호 콜롬비아를 시종일관 괴롭힌 끝에 거둔 값진 승리였다.

한국 쪽에서 보면 오랜 부진을 씻는 뛰어난 경기력이었다. 조직적인 수비와 유기적인 공격 전개는 콜롬비아를 괴롭히기에 충분했다.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자극하면서 심리전도 걸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고요한은 킥오프 뒤 1분이 되기도 전에 하메스 로드리게스에게 과감한 태클을 시도하면서 경기에 불을 붙였다.

경기가 한국 쪽으로 흐르면서 신경전은 격해졌다. 하메스는 전반 종료가 가까울 시점 이근호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자 손으로 유니폼을 잡아 일으키려고 했다. 이근호는 발을 밟힌 상태였다. 하메스의 지나친 행동 때문에 두 팀 선수들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생겼다. 이근호는 전반전만 마친 뒤 이정협과 교체돼 피치를 떠났다.

후반 4분 이재성을 향하는 아벨 아길라르의 거친 태클로 불꽃이 튀었다. 선수들이 밀고 밀리면서 몸싸움을 벌였다. 후반 18분에두 팀 선수들이 또 충돌했다. 김진수가 하메스와 부딪혀 넘어지자 하메스가 또 김진수를 일으키려고 했다. 기성용이 하메스를 슬쩍 밀자 하메스가 얼굴을 감싸고 넘어졌다. 과장된 몸짓에 두 팀 선수들이 다시 한번 맞붙었다.

그리고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에드윈 카르도나가 양손을 눈 옆에 대고 좌우로 벌려보였다. 동양인의 눈이 좌우로 길게 찢어졌다는 이유로 하는 인종차별적 행위였다. 호세 페케르만 콜롬비아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질문을 받자 "보지 못했다. 확인하지 못한 일"이라고 답변했다. 빠르게 지나간 일이지만 중계 카메라를 타고 카르도나의 행동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 인종차별적 행동을 한 카르도나 ⓒMBC 중계화면 캡처

몸싸움을 벌인 당사자 기성용도 차분하게 잘못을 지적했다. 그는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 감정적으로 격해진 상황이었다. 21번 선수가 제스처를 취했다. 난 바로 앞에 있었다. 축구장안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아시아 선수에게 무례한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경기장에서 때릴 수도 없는 것이다. 사실 감정이 격해졌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남미 선수들 수준이."

비슷한 장면이 데자뷰처럼 떠올랐다. 지난 5월 개막해 6월 막을 내린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당시 우루과이의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골 뒤풀이에서 비슷한 동작을 했다. 이후 한국 관중들은 발베르데에게 여러 차례 야유를 했다. 하지만 반성은 없었다. 발베르데는 4강 이탈리아전에서 승부차기를 성공한 뒤 두 손을 귀에 대면서 관중들을 자극했다. 우루과이 팀 또는 선수의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는 없었다.

축구는 국적도, 피부색도 관계없이 전 세계인들이 즐기는 스포츠다. 그래서 FIFA는 'SAY NO TO RACISM' 캠페인을 전개해 축구계에 존재하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을 세웠다. 축구의 순수성을 해치는 인종차별이 한국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악연이 생겼다. 공교롭게도 모두 장본인은 남미 출신 선수들이다. 

기성용의 말대로 남미 선수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수준'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축구 실력보다도 중요한 가치는 분명히 존재한다.

▲ 2010년 남아공 월드컵 8강, 가나vs우루과이. 이런 캠페인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 발베르데부터 카르도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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