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냐노 피지컬 코치(왼쪽)와 그란데 수석 코치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조형애 기자] 4전 5기. 신태용호가 4번을 넘어지고 5번째 일어섰다. 경기 내용도 결과도 잡았다. 한참 전력이 앞서 있는 '남미 강호' 콜롬비아가 제물이 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경기력에 눈이 휘둥그레해진 많은 이들이 되뇌었던 말이다. 최정예 멤버 소집, 안방 이점, 주요한 전략, 정신력, 상대의 맞지 않은 호흡까지. 축구라는 것이 참 복잡하고 요망해 승리 요인을 딱 하나로 꼽긴 어렵다. 하지만 신태용호 첫 승리 뒤 새로 합류한 스페인 코치들의 기여는 간과할 수 없다. 신태용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한목소리로 '스페인 코치 효과'를 말했다.

그란데·미냐노 코치 6일 선수단과 상견례…10일 콜롬비아전까지 단 4일

세밀한 분석과 맞춤형 조언…달랐던 '디테일', 모두 흡수한 신태용호

토니 그란데(70) 수석 코치와 하비에르 미냐노(50) 피지컬 코치는 3일 한국 땅을 밟았다. 선임 발표가 되던 날 오후 5시 입국했다. 본격적인 업무는 6일 시작됐다. 이날 신태용 감독을 비롯한 기존 코칭스태프와 미팅으로 훈련 계획과 프로그램을 공유했고 선수단과 상견례 시간을 가졌다.

소집 첫날부터 새 코치들은 이번 콜롬비아전을 관통하는 화두를 던졌다. "너무 순하게 축구를 한다"는 것이다. '제3자의 눈'으로 본 한국 축구의 첫인상을 '순둥이'로 표현했고 신태용 감독은 "그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선수단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이후 선수단은 투지를 소환했다. 경기 전까지 가장 많이 나온 말이 '투지', '거친 축구'였다.

세밀한 관찰 뒤 이어진 두 번째날부터는 영상 미팅으로 선수단을 환기했다. 영상은 스페인 대표 팀 시절 남미 국가인 콜롬비아와 칠레를 상대로 한 경기를 분석한 자료. 선수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영상을 그란데 코치가 직접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팀 관계자에 따르면 미팅에 대한 선수들의 만족도가 꽤 높았다. "그란데 코치의 분석 자료를 보고 '다르더라'는 말이 나왔다"는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절대 급하게 가지는 않았다. 미냐노 코치는 선수 개개인 컨디션을 조절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23인 전부가 모두 함께 정상 훈련을 한 게 소집 3일째인 8일이었다. 7일까지는 해외파 각자 몸 상태에 맞는 훈련을 가졌다.

▲ 밥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 마치 한몸처럼 움직이는 코칭스태프다. ⓒ연합뉴스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들어 온 'A급 선수들은 흡수가 다르다'는 말. 이를 눈으로 확인했다. 꼬박 4일, 경기 당일까지 5일에 지나지 않았지만 선수단은 흡수력은 '스펀지'같았다. 10일 콜롬비아를 2-1로 꺾은 뒤 만난 선수들은 '코치 효과'를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중앙 깜짝 출전에 맹활약을 펼친 고요한은 경기 전 영상 분석을 계속 되뇌인 게 주효했다고 했다. "하메스와 콜롬비아 전력 분석을 모두 했다. 하메스는 왼발을 많이 쓴다.그래서 왼발을 막자고 했다. 일단 토니 그란데 코치님께서 한번 괴롭히면 신경질적으로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경기 도중에도 영상 분석을 생각하면서 플레이 한 게 도움이 됐다."

온갖 질타를 받았던 수비 라인도 이상 무. 수비는 물론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눈도장을 찍은 김진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맞춤형 분석과 경험 전수가 효과 있었다고 했다. "미팅을 할 때 스페인 대표 팀에서 쌓은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를 전수해 주시는 게 좋다. 더 세밀하게, 한 선수 한 선수 잡아 준다."

신태용 감독도 '조력자' 스페인 코치 듀오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밥 먹고 잠 자는 시간 외에는 스페인 코치와 한국 코치가 거의 같이 생활하다시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서 "훈련 프로그램을 공유하면서 선수들 부족한 점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스페인 대표 팀 당시 준비한 점 가운데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새 코치 효과도 승리의 전부가 아닌 하나의 요인일 뿐이다. 하지만 벤치 밖에서 준비 과정을 같이한 스페인 코치 듀오의 노력이 힘이 된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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