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채태인-최준석-정성훈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1루수는 내야 포지션 중 전통적으로 공격 중요성이 큰 자리다.

1루수는 지금까지 2루수, 3루수, 그리고 유격수보다 수비 부담이 적은 대신 공격에 매진할 수 있는 만큼 거포형 타자들이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 이대호(롯데), 윤석민(kt), 재비어 스크럭스(NC), 다린 러프(삼성), 오재일(두산)에 돌아오는 박병호(넥센) 등이 그 케이스다.

이전까지는 베테랑들이 수비 부담을 줄여 1루를 보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웨이트 트레이닝과 타격 기술의 발달로 1루수 역시 강습 타구에 대한 수비 중요도가 커졌다. 자연스럽게 1루수도 젊은 타자들이 많이 기용되고 있다. 2014년 외국인 보유 한도 증가로 각팀에 외국인 타자들도 합류하면서 1루가 빈 팀이 줄었다. 그 결과 베테랑 1루수들이 외면받는 케이스가 생기고 있다.

올 겨울 가장 찬 바람을 맞은 1루수는 LG에서 방출된 정성훈(37)이다. 정성훈은 지난달 22일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사실이 밝혀졌다. 올 시즌에도 115경기 타율 3할1푼2리의 타격감을 보인 정성훈이지만 LG는 파격적인 리빌딩을 선언했다. 양상문 LG 단장은 "1루수로 양석환, 김재율, 윤대영, 그리고 김용의까지 후보가 많아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FA 시장에 나와 있는 베테랑 1루수들도 쉽게 팀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채태인(35)은 원소속팀인 넥센이 "보상선수 없이 보상금을 받고 다른 팀에 보내줄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병호가 돌아오면서 더 설 곳이 줄었다. 그 역시 올해 109경기 타율 3할2푼2리를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타격감을 보였고 유연성과 뛰어난 수비 신경을 자랑한다. 그는 "아픈 곳은 없다. 몸상태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롯데 최준석(34)은 지명타자와 1루수로 번갈아 출장하지만 정확하게 이대호와 할 일이 겹친다. 이대호에게 150억 원을 투자한 롯데는 올 겨울 최준석과 협상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 역시 최준석을 원하는 팀이 있다면 보상선수를 바라지 않고 보내주겠다는 계획. 그러나 최준석은 주루와 수비에서 단점을 보이고 있어 다른 팀들의 지갑 열기에 한계가 있다.

힘을 타고 나야 했던 전과 달리 홈런 타자도 키워 쓸 수 있는 최근 KBO 리그에서 1루 수비로 역할이 한정된 선수들은 구단에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10개 구단은 이미 내년 시즌 1루수가 다 채워지고 있는 상황. 그 틈을 파고 들지 못하고 있는 베테랑 1루수들이 올 겨울 새 둥지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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