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1,000m와 5,000m 릴레이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김기훈(맨 오른쪽)이 힘차게 코너를 돌고 있다. ⓒ대한체육회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평창은 2011년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뮌헨(독일)과 안시(프랑스)를 1차 투표에서 가볍게 제치고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삼수 끝에 거둔 성과였다. 이제는 대회를 잘 치르고 대회 이후 경기장 시설 등을 활용해 성공한 올림픽으로 남기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동·하계 올림픽과 축구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지난 30년 사이 한반도 남쪽에서 펼쳐진다. 중·장년 스포츠 팬들에게는 감격스러운 일이다. 한국 겨울철 스포츠는 그동안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겨울철 올림픽 출전사로 알아본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1980년대 초반까지 세계 수준과 격차만을 실감하면서 실망감을 거듭하던 한국 동계 스포츠는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조금씩 세계 무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1988년 캘거리(캐나다) 대회에서 드디어 동계 올림픽 메달의 가능성이 보였다. 배기태가 500m 5위와 1000m 9위를 차지한 것이다. 500m에서 배기태는 동메달리스트인 일본의 구로이와 아키라에게 0.13초 뒤졌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컬링 프리스타일 스키 등과 함께 시범 종목으로 열린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한국은 남자 1,500m 김기훈과 3.000m 이준호가 금메달을 차지해 네덜란드(금 2 은 2 동 1)에 이어 영국과 이 종목 공동 2위에 올랐다.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과 상당한 경기력 차이를 보이게 되는 일본이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1개씩 차지한 게 눈길을 끈다.

한국은 두 종목 외에 피겨스케이팅 스키 바이애슬론 등에 출전했으나 여전히 ‘노메달’이었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는 한국 동계 올림픽 출전사에 큰 획을 그었다.

한국은 1992년 2월 5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알베르빌 대회에서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김기훈이 2관왕에 오르며 동계 올림픽에서도 메달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김기훈은 1,000m에서 1분30초76으로 한국의 동계 올림픽 1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세가 오른 김기훈은 이준호, 모지수, 송재근과 팀을 이뤄 출전한 5,000m 릴레이에서 뛰어난 스피드를 자랑하며 질주를 거듭한 끝에 한국이 7분14초02의 기록으로 우승하는 데 견인차 구실을 했다. 4년 전 서울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한 김수녕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인 올림픽 2관왕이 탄생했다.

5,000m 릴레이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이준호의 활약도 김기훈에 못지않았다. 이준호는 1,000m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캐나다의 블랙번 프레드릭을 효과적으로 견제해 자신은 동메달에 그치면서 김기훈의 우승에 절대적인 도움을 줬다. 프레드릭은 은메달이었다.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이 한국 스포츠에 준 선물은 쇼트트랙 금메달 2개 말고도 또 한 가지가 있었는데 개막 다음 날인 2월 6일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나온 김윤만의 은메달이다. 입상권인 6위 이내에만 들어도 선전한 것이라던 경기 전 예측을 보기 좋게 깨뜨리며 역주를 거듭한 끝에 1분14초86으로 골인해 독일의 징케 올라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동계 올림픽이 열리기 닷새 전인 1월 31일 바르샤바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 500m에서 38초99를 마크하며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그 대회보다 수준이 높은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올라프의 기록은 김윤만보다 불과 0.01초 앞선 1분45초85였다.

김기훈이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딴 날이 9일이었으므로 김윤만은 한국의 동계 올림픽 1호 메달리스트이다. 김윤만의 은메달은 1970년대 이영하, 1980년대 배기태와 같은 스피드스케이팅 우수 선수들이 이루지 못했던 비원(悲願)의 올림픽 메달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한국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동계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메달 순위(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회에서 ‘통일 독일’은 금메달과 은메달을 10개씩, 동메달 6개를 차지해 단숨에 동계 올림픽의 강자가 됐다. 직전 대회인 1988년 캘거리 대회에서는 동독이 2위, 서독이 8위였다.

독립국가연합(금 9 은 6 동 8), 노르웨이(금 9 은 6 동 5)가 뒤를 이었고 일본은 11위(금 1 은 2 동 4), 중국은 15위(은 3)에 올랐다.

북한은 황옥실이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해 19위를 마크했다. 북한이 동계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1964년 인스부르크 대회에서 한필화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동메달을 딴 이후 28년 만이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