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선 경기 4-3 포항 승리. ⓒ포항스틸러스

2018시즌을 맞이하는 스포티비뉴스는 성실한 발걸음으로 현장의 소리를 전하고자 합니다. K리그 12개 구단의 국내외 프리시즌 훈련을 현장에서 취재해 밀도있는 기사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겠습니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방콕(태국), 조형애 기자] "골 넣게 해주는 재미가 있어서요. 좋은 찬스가 있으면 만들어 주려고 해요. 어시스트 해트트릭 해야 하지 않겠어요?"

경기를 앞둔 그는 숙소부터 훈련장까지 약 30분을 달려 '뛰는 체력'을 끌어 올렸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빼놓지 않고 했다. '도움왕'이 되겠다는 그는 포항스틸러스 선수가 아니다. '감독'이다.

최순호 감독이 전지 훈련 지도로 피곤한 와중에도 나름의 준비를 한 건 직접 성사 시킨 친선 매치에 나서기 위해서였다. 결과적으로 팀은 4-3 승리, 공약 이행은 실패. 도움은 0개 였다. 하지만 단출한 경기 기록지에는 참 익숙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득점: 이르윙, 김기동, 박철호, 최순호'

'24일 오후 7시 코칭스태프 친선 경기, 상대 포스코태국법인'

산책, 조식, 팀 미팅, 훈련.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선수단 스케줄에서 단연 눈에 띈 코칭스태프 친선 경기였다. 사연은 이랬다.

지난 시즌부터 지역 동호회와 매달 1번 씩 볼을 차는 등 사회공헌활동에 열을 올렸던 최 감독은 모기업 포스코의 태국 법인장을 만났다가 즉석에서 경기 약속을 잡았다.

"포스코 태국 법인장께서 격려 차원으로 식사를 대접해 주신 게 계기가 됐죠. 어떻게 하면 포스코에서 지원해주는 스틸러스 축구 팀이 포스코 직원들 위상을 높일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참에 물었습니다. '직원이 어느 정도 되시죠?'. 한 50명 된다고 하길래 축구 경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근무 하는 곳이 축구단을 지원하고, 그 지원을 받는 팀과 경기를 한다면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 지난 시즌부터 지역 동호회와 볼을 차온 포항. ⓒ포항스틸러스

그후 포항 코칭스태프 및 지원팀 직원들은 나름대로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친선 경기지만 축구인의 자존심이 걸린 한 판. 축구 사랑이 뜨거운 나라, 태국 현지 직원들을 경계한 TEAM 포항에는 긴장도 슬쩍 엿보였다. 실제로 태국은 식당 5곳 가운데 4곳은 '리그 불문' 축구 경기가 켜져 있다. 태국 인기 구단 부리람 유나이티드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AC 밀란까지. 레플리카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포항관계자는 최순호 감독이 '구멍'들을 경계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경기를 준비했다고 했다.

"유소년 코칭스태프가 뛸 수 없는 상황이라 소위말해서 '구멍'이 많은 상황이죠. 감독님은 몸을 만들고 계세요. 훈련장 뛰어가시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시고요. 저희보고 '준비 좀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황지수 코치(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믿고 있습니다. 이거 반칙 아닙니다! 저희 구멍이 많아요."

준비는 빛을 발했다. 포항은 한국인 직원 3명, 태국인 직원 11명을 상대로 극적 승리를 안았다. 수적 열세였지만 최순호 감독, 김기동 코치, 황지수 코치가 '클래스'로 압도했다는 게 포항관계자 말이다.

'구멍'을 메우며 고군분투 했던 황 코치는 결국 후반 막판 지쳤고, 주인공은 최순호 감독이 됐다. 전후반 25분씩 진행된 경기에 풀타임 출전한 최순호 감독. 결국 막판 장신을 이용한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니까 '최순호 감독이 결승 골을 넣었다?'는 낚시가 아니다.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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