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렌츠바로시와 경기에서 슈팅하는 55번 토요다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알가르브(포르투갈), 한준 기자] “좋은 팀이랑 경기했잖아요.”

현지시간 28일 오후 포르투갈 알가르브에 위치한 이스타지우 벨라비스타. 페렌츠바로시와 전지훈련 마지막 연습경기를 치르고 나온 선수단의 표정은 어두웠다. 변재섭 코치는 마지막 경기를 지게 되어 아쉽다는 인사에 좋은 팀과 경기해서 좋은 훈련이 됐다며 웃었다.

실제로 울산은 전지훈련 마지막 일정에 가장 강한 상대를 배치해 AFC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모의고사를 구성했다. 27일에는 현재 모로코리그 선두를 달리는 IR탕헤르와 경기했고, 0-1로 졌다. 이 경기는 울산이 좋은 장면을 더 많이 만들었으나 마무리 과정에서 힘이 부족했다. 페렌츠바로시전은 내용에서도 밀렸다. 

김도훈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에게 “실수해도 괜찮다. 경기가 그럴 때도 있다. 기죽지 말라”며 다그치기 보다 독려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제 경기 체제다. 좋았던 부분들을 생각하고 더 잘 하자.” 김 감독은 이른 시간 실점으로 선수들이 흔들린 면이 있었지만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본연의 플레이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분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울산현대의 1월 포르투갈 전지훈련은 실전형 평가전 중심으로 경기 감각과 전술을 다듬는 시간이었다. 동계 훈련을 1월 초 시작한 울산은 국내 훈련 일주일, 포르투갈 알가르브 입성 후 일주일 간 체력 운동을 하고 1월 16일부터 연이은 연습 경기과 전술 훈련으로 플레이 만들기에 몰두했다.

초반 4경기에서 결과와 내용 모두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베이징궈안을 4-1로 꺾은 경기에 대해 김도훈 울산 감독을 비롯한 울산 선수단 모두 이구동성으로 “좋은 장면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울산은 이번 전훈 경기에서 집요하게 후방 빌드업을 통해 경기를 풀며 팀 플레이를 통한 득점 과정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베이징과 경기는 세드릭 바캄부가 후반전에 입단 후 첫 출전을 기록하는 등 주력 선수가 대거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울산은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연속 이어진 전훈 마지막 경기에서 내리 3연패를 당했다. 

▲ 페렌츠바로시전 이후 수비 간격에 대해 이야기하는 강민수와 박주호(오른쪽) ⓒ한준 기자


◆ 실전형 연습경기, 전훈 막판 3연패…자만 덜고 자신감 유지

특히 2017-18시즌 현재 헝가리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페렌츠바로시와 경기는 결과 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상대에 압도당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페널티킥을 내주며 실점했고, 후방 빌드업이 여러 번 차단 당해 상대에게 쇼트 카운터를 허용했다. 전반 15분여 만에 0-2로 끌려갔다.

김도훈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스포티비뉴스를 만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로 나선다”면서도 “첫 번째로 중점을 둔 것은 경기 체력을 올리는 것”이라며 완전한 경기력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반전 경기력은 생각보다 더 좋지 않았다.

페렌츠바로시와 경기는 전훈 개시 이후 최정예 멤버로 선발 명단을 꾸렸다. 골문을 김용대가 지킨 가운데 박주호, 강민수, 임종은, 김창수가 포백 라인을 구성했다. 정재용이 포백 앞을 보호하고, 원톱 토요다의 뒤를 오르샤, 김성주, 박용우, 김인성이 받쳤다. 4-1-4-1 포메이션은 울산이 전훈 기간 플랜A로 삼고 단련한 전형이다. 

전후반을 나누어 경기하던 이전 경기들과 달리 주력 선수들에게 실전 경기에 준하는 시간을 부여하며 경기 체력 올리기에 나섰다. 페렌츠바로스는 3명 정도를 제외하면 정예 멤버로 선발 명단을 꾸렸다. 페렌츠바로시는 한창 시즌을 치르고 있다가 추운 겨울에 휴식기를 맞아 울산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기술적으로도 돋보이는 선수들이 있었다. 

◆ 첫째도 둘째도 부상 방지…스스로 고민하고 해법 찾는 선수들

울산은 전반전을 마친 뒤 근육에 경미한 통증을 느낀 박주호를 교체했다. 이번 전훈 기간 부상자를 내지 않겠다는 게 김 감독의 방침. 리차드 역시 일정 초반에 무리하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의견을 내자 부상이 발생한 상황이 아니었으나 미리 운동량을 조절하며 쉬게 했다. 울산은 하루 전 많은 시간 경기한 선수들을 이번 경기 명단에서 아예 제외하면서 리차드를 라이트백, 수비형 미드필더로 경기 중 옮겨가며 운영해야 했다.

울산은 후반전에 리차드의 크로스 패스를 김성주가 다이빙 헤더로 연결해 한 골을 만회했다. 경기 후 만난 김 감독은 “사실 경기를 보면서 속이 탔다”고 했지만 “상대는 우리가 K리그나 ACL에서 만날 팀보다 수준이 높다. 이런 수준의 팀을 상대로 어떻게 하는지 볼 필요가 있었다. 선수들도 느낀 게 많을 것”이라며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 질타보다 격려를 택한 김도훈 감독 ⓒ한준 기자


오히려 김 감독은 “전훈 기간 내내 사실 플레이가 잘 됐다. 어떻게 보면 선수들이 자만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오히려 마지막 일정에서 이런 경기를 해보면서 ACL 첫 경기를 준비하는 마음 가짐을 더 강하게 잡을 계기가 됐다”며 긍정적으로 봤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엄하게 지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자율 속의 규율을 강조하는 김 감독은 선수들을 존대하고, 선수들이 특별히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거의 없다. 선수들 모두 “감독님이 부드럽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김 감독은 “내가 화를 낸다고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없다. 스스로 느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페렌츠바로시전이 끝나자 마자 선수들이 삼삼오오 모여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토론을 벌였다. 경기가 끝난 뒤 박주호와 주장 강민수는 한참 동안 이날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해법을 모색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페레츠바로시와 전훈 마지막 경기는 선수들에게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깨닫게 해줬다. 울산 선수들 역시 어려운 경기를 했으나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전훈 내내 연습한 빌드업 과정에 집중해 결국 득점을 만들어낸 것 자체에서 자신감을 유지했다는 반응이다. 

29일 회복 훈련을 갖는 울산은 30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틀 간 휴식한 뒤 국내에서 ACL 멜버른빅토리전 대비 훈련으로 다시 담금질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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