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선수촌에 입촌한 이상화 ⓒ 연합뉴스 제공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빙속 여제' 이상화(29, 스포츠토토)와 '매스스타트 퀸' 김보름(25, 강원도청)이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에 도착했다. 이들은 특정 종목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공통점이 있다. 또 올림픽을 앞두고 각자 넘어야 할 벽도 있다.

6일 오후 이들은 같은 버스를 타고 강릉선수촌에 입촌했다. 이상화는 버스에서 내린 뒤 자신을 기다린 수많은 취재진을 만났다. 잠시 선수촌에 들어간 그는 강릉 미디어빌리지 웰컴센터 앞에 나타나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했다.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2연패 했다. 이미 목표했던 바를 이룬 그는 세 번째 올림픽에 도전한다. 첫 번째 올림픽을 앞두고 설레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이상화의 표정은 여유가 넘쳤다. 그는 "(올림픽)실감이 정말 난다. 다음 주 일요일(18일) 경기가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0년 당시 만 19살이었던 이상화는 세계 챔피언이었던 예니 볼프(독일) 등 쟁쟁한 정상급 선수들을 제치고 '단거리 여왕'에 등극했다. 이후 2012년과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500m에서 우승하며 명실상부한 일인자가 됐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2연패에 성공한 그는 적수가 없는 듯 여겨졌다. 2016년 러시아 콜룸나에서 열린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500m에서 우승했지만 반갑지 않은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여기에 오랫동안 국제 대회에서 경쟁했던 고다이라 나오(32, 일본)가 급부상했다.

▲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이상화 ⓒ 연합뉴스 제공

현재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와 1000m 세계 랭킹 1위는 고다이라다. 네덜란드에서 전지훈련하며 뒤늦게 일취월장한 고다이라는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500m에서 우승했다. 최근 이상화와 대결에서도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고다이라는 네덜란드에서 선진 수업을 받았다. 자세를 교정받고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체력까지 발전하며 새로운 단거리 여제가 됐다.

4년 전 소치 올림픽에서 이상화에게 고다이라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고다이라는 이상화의 올림픽 3연패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경쟁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상화는 "그 선수(고다이라)는 갑자기 나온 선수가 아니라 중학교 때부터 절친한 사이였다"며 "최근 제 기사를 보면 저보다 그 선수 얘기만 있다. 저에게 포커스를 맞춰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반드시 이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제 그만 비교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의견을 내비쳤다.

이상화는 이날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링크에는 고다이라도 있었다. 이들은 각자 훈련에 전념했지만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은 팽팽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이상화는 "얼마나 내려놓는가에 따라 기록이 나온다"고 말했다. 고다이라와 경쟁은 한일전과 올림픽 3연패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이런 점을 내려놓고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보름은 이상화와 달리 올림픽 금메달이 절실하다. 쇼트트랙 선수로 입문한 그는 2010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그런데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과거 쇼트트랙 선수로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비로소 자신에게 적합한 분야를 찾았다.

김보름은 2016~2017 시즌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그는 201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훈련 중인 김보름 ⓒ 연합뉴스 제공

그는 평창 올림픽 매스스타트가 열리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과 인연이 깊다. 지난해 테스트이벤트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는 이곳에서 치러졌다. 김보름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왔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믹스트존에서 취재진들을 만난 김보름은 "이곳에서 지난해 매스스타트 우승을 했다. 또 3000m도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빙질과 환경이 긍정적이어서 좋은 기억이 많다. 나와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김보름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상이다. 지난 시즌 월드컵 대회에서 허리 부상을 입은 그는 올림픽 준비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보름은 올림픽을 앞두고 열리는 주요 국제 대회에 불참했다. 올림픽 매스스타트에 초점을 맞추며 컨디션을 조절했지만 변수가 생겼다. 그는 애초 매스스타트와 팀추월 1500m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3000m에 출전할 러시아 선수 한 명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후보 1순위였던 김보름은 3000m에 나설 기회가 생겼다.

매스스타트는 24일 열린다. 김보름은 이 시기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릴 예정이었다. 원래는 강릉 선수촌에 늦게 합류할 예정이었지만 3000m 출전 가능성이 생기며 일찍 입촌했다.

김보름은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출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저 혼자 결정할 일은 아니다. 코치 선생님과 상의해 결정하겠다. 출전한다면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나갈 생각이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부터 체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부상은 완쾌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칠 때와 비교해 많이 회복했다.

이상화와 김보름은 각자 분야에서 정상에 올랐다. 올림픽을 앞두고 뛰어넘을 큰 산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상화는 고다이라와 경쟁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김보름은 지난해 우승 경험이 있는 장소에서 좋은 기운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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