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불펜 투구를 하는 후랭코프.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볼 끝이 지저분하고 싱커를 잘 던진다. 똑바로 오는 공이 없다. 전형적인 땅볼 유도형 투수다. 내야 수비가 좋은 두산과 궁합이 매우 잘 맞을 것이다."

두산을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이 설명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감이 잡혔다고 생각힐 것이다. '새 외국인 투수 후랭코프 이야기겠구나…'

미안한 이야기지만 주인공은 다른 선수다. 2014년 두산에서 뛰었던 볼스테드가 이맘때 쯤 들었던 평가다. 정확하게 후랭코프의 그것과 일치한다.

볼스테드는 그 해 17경기서 5승7패, 평균 자책점 6.21의 부진을 겪다 퇴출됐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볼스테드에 대해 "오래 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떤 장,단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임팩트가 없었다는 뜻이다.

볼스테드 이야기를 난데없이 꺼낸 건 그가 받았던 평가를 현재 후랭코프가 고스란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후랭코프도 볼 끝이 지저분하고 똑바로 오는 공이 없다고 했다. 싱커를 주로 던지며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후랭코프가 지금의 평가를 뛰어 넘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선 볼스테드가 왜 실패했는지를 먼저 살펴보자.

볼스테드는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실제로 땅볼 유도를 많이 해냈다. 땅볼 아웃/뜬공 아웃 비율이 2.04나 됐다. 플라이볼 아웃의 두 배가 넘는 수치의 땅볼 아웃을 유도해 냈다. 특히 보살(송구로 아웃 시키는 것)이 17경기서 21개나 나왔다. 투수 땅볼의 매 경기 유도해냈다는 뜻이다. 그 해 두산에서 보살을 가장 많이 기록한 투수는 30경기에 등판한 유희관(24개)이었다.

하지만 볼스테드는 자신의 땅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맞춰잡을 수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구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볼스테드는 한국 타자들의 파워를 이겨내지 못했다.

일단 공격적 투구를 하는 투수 치고는 볼넷이 많았다. 9이닝 당 볼넷이 3.83개로 두산 선발 투수 중 가장 많았다.

당연히 투구수도 많아졌다. 이닝 당 17.9개나 던졌다. 그러다 보니 평균 소화 이닝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평균 5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삼진을 잡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 A팀 전력 분석원은 "외국인 투수하면 1,2선발을 맡아줘야 한다. 우리가 원.투 펀치 투수에게 바라는 것은 역시 삼진이다. 야수들은 병살 보다 삼진을 좋아한다. 자신들의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순간엔 맞춰 잡는 것 보다 삼진으로 타자를 돌려세울 때 팀 분위기가 더 살아난다. 또 우리 타자들의 파워가 좋아지며 땅볼도 안타가 되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볼스테드는 삼진 능력이 떨어졌다. 9이닝 당 삼진이 3.31개였다. 삼진 보다 볼넷이 많은 투수였던 것이다.

후랭코프에 대한 첫 평가만으로는 꽃길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랭코프는 볼스테드가 보여주지 못한 무언가를 더 보여줘야 한국 프로야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희망적인 요소들은 존재하고 있다. 일단 후랭코프는 볼스테드 보다 볼이 빠르다. 볼스테드가 140km대 초,중반을 기록한 반면 후랭코프는 중,후반 대를 찍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다양한 변화구를 대부분 주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커브와 체인지업 그리고 커터도 있다. 싱커 승부가 막혔을 때 돌아갈 수 있는 여러 통로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싱커가 좋아도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가 없다면 살아남기 힘든 곳이 한국 프로야구다. 후랭코프가 싱커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며 성공시대를 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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