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평창 동계 올림픽 개회식을 기다리는 관람객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평창, 신원철 기자] 일기예보 어플리케이션이 고장난 게 분명하다. 아니면 추위 탓에 위치 설정 기능에 문제가 생겼나. 영하 2도 일리가 없다. 9일 오후 6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개회식이 열릴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의 체감 온도는 기상청이 밝힌 영하 10도를 뛰어 넘을 것만 같다. 하지만 분위기는 좋다. 관람객의 표정이 밝다. 

9일 오후 3시부터 올림픽플라자 주변은 개회식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개회식장 옆 송천은 꽁꽁 얼어붙어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했다. 사진을 찍는 외신 기자들도 더러 볼 수 있었다. 3시 30분 부터 게이트 앞에 모인 관람객들은 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꺼이 줄을 섰다. 이정도 추위는 예상했다는 듯. 

오후 4시, 관중 입장이 시작됐다. '폴 포지션'을 차지한 이들에게 추위 대책은 마련했는지 물었다. 7번 게이트 가장 앞 쪽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김용덕(46) 씨는 "인제에서 왔는데 여기랑 날씨가 비슷하다"고 했다. 의외의 반응. 당황해 헛웃음이 나왔다. 김 씨는 "여기 오기 전에는 강릉에 있었는데 거긴 훨씬 따뜻했다"며 웃었다. 

올림픽플라자 길 건너에는 '재팬 하우스'가 있다. 여기 출장을 나온 아리마 슈지 씨와 이시야마 도시로 씨는 도쿄에서 왔다. 아리마 씨는 "스타디움을 보니 웅장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일본과 비교하면 홋카이도 정도 되는 날씨, 추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느냐고 하니 "전에 왔던 직원들에게 얼마나 추운지 들었다"고 했다. 개회식에서 기대되는 점이 뭔지 물었다. "기대되는 일이요? 음…2020년 올림픽에 어서 오세요!"  

대전에서 온 강 모씨는 아내, 아들과 함께 개회식을 찾았다. 아들은 6살. 그는 "더 어린 아이가 있는데 추울까 걱정돼 못 데려왔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스키복 꺼내서 입고, 기념품 모자도 사서 썼다. 걱정 많이 했는데 그 정도는 아직 아닌 것 같다. 그래도 해가 지고 나면 많이 추울 것 같다"고 말했다. 

▲ 9일 평창 동계 올림픽 개회식을 기다리는 관람객들. ⓒ 연합뉴스
어린 아이 만큼이나 노년층도 철저한 추위 대책이 필요하다. 대전에서 온(강 모씨와 다른 일행의) 홍승욱(70) 씨와 심정숙 씨는 "내복은 당연히 입었다.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했다"고 했다. 홍 씨는 "내가 전국 팔도 안 가본 산이 없다. 오대산에 가까운 걸 알고 거기에 맞게 대책을 세웠다. 오늘 날씨 덕 봤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서 하니 좋은 기운이 올 거다"라며 이정도 추위는 일도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부부의 가방 안에는 껴입을 옷이 한가득이었다. 

부산에서 온 신모 씨(59)는 대회 조직위가 제공할 '방한 용품 6종 세트'를 믿고 왔다. 조직위는 개회식 관람객에게 판초우의, 무릎담요, 핫팩방석, 손핫팩, 발핫팩, 모자를 준다. 그는 "용평에 스키 타러 와봤다. 그때랑 비슷한 느낌"이라며 "여기 와서 장갑을 샀다. 내복도 입고 스키 양말도 신었다. 나머지는 여기서 주는 걸 쓸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밖에서 개회식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도 "아들이 표를 사줬다"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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