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임창용-김승회-이정민-이종욱-조동화-김사율-박한이-박정진-이택근-박용택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나이 많은 게 죄입니다".

최근 한 베테랑 선수는 자신을 찾아주지 않는 현실에 대해 나즈막히 한탄했다. 2017년은 베테랑들에게 추운 시즌이었다. 유독 많은 베테랑들이 시장의 찬 바람을 맛봤다. 시즌 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새 팀을 찾아야 했던 선수들이 있다. FA 시장에서 불러주는 곳이 없어 마음졸인 선수들도 있고 여전히 새 팀을 애타게 찾는 선수들도 있다. 

물론 자신의 의지로 유니폼을 벗은 베테랑들도 있다. 지난해 개막을 앞두고 발표된 2017년 등록 명단과 지난해 말 나온 2018년 보류 명단을 비교해 보면 10개 팀 중 7개 팀의 최고령 선수가 바뀌었다. KBO의 세대 교체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이제 40대 야구 선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줄어들었다.

KIA는 지난 시즌 도중 리그 최고령 선수 최영필(44)이 은퇴하면서 팀내 최고령 선수도 임창용(42)으로 바뀌었다. 최영필은 대학교 야구 선수인 아들과 함께 프로 마운드에 서보고 싶다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야수 최고령이었던 김원섭(40)이 은퇴하며 새로 이적해온 정성훈(38)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두산은 정재훈(38)이 지난 시즌 후 은퇴하고 코치로 변신하면서 김승회(37)가 팀내 최고령 자리를 물려받았다. 두산의 야수 최고령은 오재원(33)으로 10개 구단 야수 최고령 중 가장 젊다. 롯데는 '여왕벌' 정대현(40)의 은퇴로 이정민(39)이 최고령 투수가 됐다. 야수는 이우민(36)이 떠난 1982년생 자리를 이대호(36)와 새로 온 채태인(36)이 지킨다. 하지만 빠른 1983년생인 동기 최준석(35)도 새 둥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NC는 이호준(42)의 은퇴로 자연스럽게 이종욱(38)이 배턴을 이어 받았다. 팀에서 전력 그 이상의 무게감을 가지고 있던 '큰 형님' 이호준의 은퇴는 팀에 많은 아쉬움을 안겼다. NC는 투수 최선참이 김진성(33)으로 투수조가 매우 젊은 팀이다. 넥센은 마정길(39)이 지난 시즌 도중 유니폼을 벗어 이택근(38)이 팀의 최선참이 됐다. 마정길, 황덕균(35)이 모두 은퇴하면서 팀내 최고령 투수가 오주원(33)으로 확 젊어졌다.

한화는 조인성(43)에서 박정진(42)으로 최고령 자리가 옮겨 갔다. 박정진(5월 27일)은 임창용(6월 4일)보다 생일이 조금 빨라 팀뿐 아니라 리그를 통틀어 최고령 선수가 됐다. 타자 최고령은 김태균(36, 5월 29일)보다 생일이 20일 빠른 장민석(36, 5월 9일)이다. 삼성은 이승엽(42)이 '예고 은퇴'로 유니폼을 벗으면서 리그 최고령 타자 박한이(39)가 팀을 지키게 됐다. 팀내 최고령 투수는 권오준(38)이다.

세월의 흐름을 맞은 다수의 팀들과 반대로 베테랑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팀들도 있다. SK 조동화(37), LG 박용택(39), kt 김사율(38)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팀의 최고령 선수로 남아 있다. 그러나 조동화는 지난해 1,2군 출장이 1경기도 없었고 김사율은 계속 1,2군을 오갔다. 박용택은 여전히 팀 타선을 활발하게 이끌고 있지만, 최근 몇 년새 이병규(44)의 은퇴, 정성훈의 방출로 간접적으로나마 한파를 느껴야 했다.

젊은 선수들을 선호하며 육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은 KBO 리그. 그 만큼 베테랑 선수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이승엽, 이호준처럼 박수 받을 때 떠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여전히 뛰고 싶어도 이제는 기회가 없는 선수들도 많다. 베테랑들이 야구와 아름답게 이별할 방법은 무엇일지, 많은 이들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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