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신기록으로 3,000m 계주 예선을 마친 한국 선수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신원철 기자]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계주에서 한국은 무려 3위와 반 바퀴 차이 나는 꼴찌였다. 이유빈(서현고)이 경기 초반 균형을 잃고 넘어지며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혼신의 역주를 펼친 한국은 4분 6초 387로 골인해 2위 캐나다(4분 7초 627)를 1초 이상 제쳤다.

4분 6초 387은 올림픽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중국이 세운 4분 6초 610. 아무리 경기 초반이라지만 주자가 넘어지는 불상사를 겪고도 올림픽 신기록까지 작성했다는 건 분명 놀라운 일이다. 더 놀라운 건 이 신기록이 하루는커녕 10여 분도 유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조에서 달린 중국이 4분 5초 315를 기록하며 다시 'OR(올림픽 신기록)'을 전광판에 띄웠다.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은 여자 500m 예선 3조에서 42초 872로 왕멍이 2010년 밴쿠버에서 작성한 42초 985를 넘었다. 크리스티는 2016년 세계 신기록 42초 335도 세웠다. 세계-올림픽 신기록을 모두 보유한 선수가 됐다. 이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예선 8조에 속한 최민정(성남시청)이 42초 870을 기록했다.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임효준은 남자 1,500m에서 2분 10초 485로 8년 전 이정수가 기록한 올림픽 기록 2분 10초 949를 깼다. 

세 종목의 2017-2018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4차 대회 최고 기록을 보면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목동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여자 500m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42초대를 기록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남자 1,500m는 2분 11초대가 최고였다. 3,000m 계주는 한국이 예선에서 세운 4분 8초 589가 최고 기록이었다. 쇼트트랙은 순위 경쟁이 기록 경쟁에 앞서는 종목이지만, 이렇게 하루에 신기록이 쏟아졌다는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답은 빙질에 있다. 현재 올림픽 메달이 걸린 8개 세부 종목 가운데 5개 종목의 세계 신기록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나왔다. 올림픽 신기록은 8개 세부 종목 가운데 6개가 2010년 밴쿠버에서, 나머지 2개는 2014년 소치에서 나왔다. 기술적 진화와 더불어 빙질이 기록을 발전시키는 양상이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평가를 종합해보면 강릉 아이스아레나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얼음은 꽤 단단한 편이라고 한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이자 쇼트트랙 메달리스트인 박승희는 "미주 국가의 경기장에서 탈 때와 기록이 비슷하게 나온다는 것만 봐도 빙질이 상당히 좋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빙질은 취향을 타는 부분이지만 기본적으로 단단한 얼음이 속도를 내는 데는 익숙하다는 게 선수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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