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빈. ⓒ스포티비뉴스 DB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김선빈은 키가 작다. 프로 야구 최단신 선수 자리는 김성훈(삼성)에게 내줬지만 그보다 작은 선수가 들어왔기 때문이지 키가 자란 것은 아니다.

파워가 대단한 선수도 아니다. 그의 시즌 최다 홈런은 2012년과 지난해 기록한 5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김선빈은 결코 힘으로 누를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그의 체구를 보고 힘으로 덤볐다간 오히려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때문에 그가 지금까지 프로 야구 선수로 살아남았고 지난해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김선빈이 힘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선수라는 건 패스트볼 대응력에서 확실하게 나타난다. 

김선빈의 패스트볼 타율은 4할2푼6리나 된다.

그냥 강하기만 했던 것이 아니다. 패스트볼에 대한 대응은 확실한 김선빈이다.

김선빈은 평균 타구 속도가 빠른 선수는 아니다. 시속 140km를 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패스트볼에 대한 대응력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한국 프로 야구에서 패스트볼이 가장 많이 형성되는 스피드 구간은 시속 135km~145km 사이다. 김선빈은 바로 이 구간에서 가장 빠른 타구 속도를 기록했다.

시속 135~140km 구간에서 140.72km를 기록했고 시속 140~145km 구간에서도 138.40km로 빠른 스피드를 보였다.

타구 속도가 빨라지면 안타가 만들어질 수 있는 면이 늘어나게 된다. 김선빈은 자신이 기록할 수 있는 최고 타구 스피드 구간을 패스트볼에 맞춰 놓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궁지에 몰렸을 때도 패스트볼에 대해선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2스트라이크 이후 패스트볼에 대한 대응력을 알아봤다. 2스트라이크 이후는 투수의 승부구가 들어오는 타이밍이다. 패스트볼을 택했다면? 김선빈에겐 혼쭐이 날 확률이 높았다. 김선빈은 이 순위에서 가장 꼭대기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2스트라이크는 아무래도 투수에게 유리한 카운트다. 조그만 김선빈이 들어오면 빠르게 승부를 걸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허투루 패스트볼로 억누르려 하면 김선빈은 스프링처럼 강하게 반응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 패스트볼 타율이 3할6푼9리나 됐다.

김선빈은 대부분의 변화구에도 평균 이상의 성적을 보였다. 좌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더에서만 1할대 성적을 보였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공이 한정돼 있다.

때문에 큰 것은 피할 수 있다는 심정으로 패스트볼 승부를 들어갔을 수 있다. 힘으로 눌러 보겠다는 의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응은 안타로 돌아올 확률이 매우 높았다.

타구 발사각이 좋지도 않고 타구 스피드도 빠르지 않다. 하지만 김선빈은 자신이 가진 힘 안에서 최고의 대응을 하고 있다. 그를 최고 타자로 만든 비결이다. 누를 수 있을 듯 보이지만 결코 힘으로 억누를 수 없는 타자. 그가 바로 김선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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