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서귀포 전지훈련 당시 '이적생' 정선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2013년 성남FC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한 정선호는 최고와 최악의 순간을 모두 경험했다. 그래서 '젊은' 대구FC에 '약이 될' 경험을 안겨줄 수 있는 선수다.

올 시즌 목표를 물으면 대구 선수 대다수가 K리그1(클래식)에서 상위 스플릿 진출 또는 잔류를 말했다. 이 가운데 '이적생' 정선호만 다른 목표를 말했다. 그는 FA컵 '우승'을 말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고 했던가. 2014년 FA컵 우승 경험이 있는 정선호는 "FA컵 대회에선 전력이 약한 팀도 우승을 노릴 수 있다"면서 다시 한번 우승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고 했다. 우승을 해보니 보이는 것 자체가 다르다고.

좋지 않을 때 극복하는 노하우도 이제야 좀 알겠다고 한다. 2016년엔 강등의 아픔을 겪기도 했기 때문이다. 일단 "도전하는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위기가 왔을 땐 경험이 있으니 어떻게 할지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도 '생존'이 목표인 대구엔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정선호는 2017년 무릎을 크게 다쳤다. 상주 상무에 입대했다가 군 생활을 예상보다 빠르게 마감했다. 이후엔 재활이었다. 시즌 전 인터뷰 때 "5,60%정도 될 것 같다. 시즌 개막하면 교체로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니 1,2라운드 모두에 교체 출전하면서 감각을 높이고 있다.

동계 훈련 기간, 그리고 시즌 개막 직후 정선호가 '새로운 팀' 대구와 나누고 싶은 경험과 목표를 들어봤다.

다음은 정선호와 일문일답.

▲ '국가 대표 골키퍼' 조현우는 정선호를 최고의 프리키커로 꼽았다. 날카로운 왼발을 자랑하는 정선호.

다시 K리그 1(클래식) 팀에서 뛰게 됐다.
성남FC에서 뛸 땐 K리그 1에 있었다. 상주로 떠난 뒤에 떨어졌다. 성남에서 같이 빨리 올라오고 싶기도 했다. 구단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사정이 있어 대구를 택하게 됐다. FA컵 우승이나 좋은 순위를 내고 싶다. FA컵 우승은 비교적 약팀들에게도 기회가 있다. 대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대구는 밖에서 보면 어떤 팀인가. 또 직접 와보니 어떤가.
성남에 있을 때 대구를 생각하면 많이 뛰고 짜증나는 팀이다. 같이 뛰다보면 경기를 말리는 팀이다. 될 것 같은데 안 된다. 다들 많이 뛰고 공격수들을 괴롭히다보면 그렇게 되는 거다. 지금 와서 보니까 밖에서 보는 것과 같은 팀이다. 젊은 선수들이 많이 뛰고 역습을 펼쳐야 한다.

안드레 감독의 축구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감독님들의 전술 틀에서 경기를 했지만, 여기서는 자유를 많이 주시는 편이다. (수비적으론 전술적 요구가 많으신 것 같은데.) 수비는 자율적으로 하는 팀은 어디에도 없다. 수비는 조직력이 기본이다. 조금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격적인 면은 당연히 자유를 주시니 좋다. 세징야와 아직 발을 맞춰본 적도 없고, 성향이 파악되지 않은 선수들이 있다. 생각하면서 준비하면 나아질 것 같다.

2016년의 성남과 대구의 팀 컬러를 비교하면 어떤 것 같나.
당시 성남과 색은 다르다. (김)두현이 형, (황)진성이 형, (김)철호 형처럼 연륜과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있었다. 나는 따라가면 됐다. 지금 대구는 젊은 선수들이 투지 있게 하고 많이 뛰는 팀이다. 대구가 더 절실하게 해야 하는 팀이다. 선수들도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지, 더 좋은 성적을 거둘지 알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긍정적인 면도 있을 것이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로서 대구의 어린 선수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성남에서 선배들에게 배웠던 것을 알려주려고 한다. 정신적인 면이나 프로 정신을 알려주고 싶어 한다. 아직 어린 선수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나도 그랬던 것처럼 좋아질 것이다. (김)두현이 형, (황)진성이 형, (김)철호 형한테 배운 것들을 알려줄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두현이 형은 축구를 위해 개인적인 생활을 상당히 많이 희생했다. 항상 축구 생각을 하는 것도 그렇고. 진성이 형, 철호 형까지 모두 나이에 상관없이 어린 선수들하고 경쟁하는 것 자체가 보고 배울 점이었다. 내가 훨씬 많이 잘 뛸 수 있는데도 지려고 하지 않았다. 형들이 공도 잘 차고 기술도 있는데, 공을 예쁘게 차려고 하지 않고 몸싸움도 거칠게 하고 투지 있게 하는 게 좋았다. 활동량 자체도 지기 싫어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경기가 안 풀릴 때 어떻게 정신을 다잡는지도 보고 배웠다. 몇몇 물어보는 선수들도 있더라. 개인적으로는 해웅이가 자세가 좋고 노력도 많이 하는 선수인 것 같다. 배우는 자세도 열려 있다. 물론 내가 일방적으로 알려준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 30살밖에 안됐고 활동량에서도 져선 안된다고 생각하고 무릎이 빨리 좋아지면 몸으로 보여주고 싶다.

▲ ACL에 출전했던 정선호(오른쪽). FA컵 우승이 준 선물이었다.

팀의 목표는?
FA컵 우승을 목표로 하고 싶다. 스쿼드가 조금 약해도 우승을 노릴 수 있다. 성남에서도 전북, 서울을 이기고 우승했다. ACL을 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승을 해보고 싶다. 리그에서는 한 경기마다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씩 이겨가다 보면 좋은 위치에 있을 것 같다.

우승 경험을 해보니 어땠나. 어떤 점을 얻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진짜 다르다. 우승 자체로 게임으로 치면 경험치가 생겨서 레벨이 오른 느낌이다. 또 FA컵 우승을 해서 ACL도 나가봤으니 또 다른 경험도 쌓았다. 대구도 그랬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도전할 땐 아무 것도 모르고 달려든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어떻게 해야 우승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승 후에 오는 것들이 뭔지를 알게 된다. 그래서 또 하고 싶고, 또 우승을 하기에도 유리한 점이 있다.

우승의 기쁨은 얼마나 컸나.
전북을 페널티킥으로 꺾은 뒤에 서울 쪽에서 동영상이 떴다. 서울이 우리가 와서 좋아했다는 거다. 이거 한 번 물 먹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기고 나서 정말 통쾌했다. 우승하고 난 다음 날엔 유니폼에 FA컵 우승 기념으로 동료들 사인도 받고 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더라. 첫 우승이었고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성남의 2016시즌 후반기에 급격히 떨어지는 경험을 해봤다. 대구한테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냉정하게 말해서 도전하는 처지다. 지킬 위치가 아니다. 나쁜 분위기가 오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위기가 온다면 그래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조금이라도 더 알고 있다. 어떤 생각을 선수들이 가져야 하고, 또 코칭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도 알 것 같다. 일단은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14일 현재 개인적인 몸 상태는 어느 정도인가.
첫 경기는 마냥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수원전에선 훨씬 좋아졌다. 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반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위기가 조금 일찍 온 것 같은데.
2연패 뒤라 아무래도 분위기는 좋지 않다. 그래도 경기 이후에 2,3일 지나면서 나아지고 있다. 훈련을 하루에 두 번씩 하고 있다. 대구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정신적으로 해이해져서 시즌을 시작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선배 선수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경기를 하자고 했다. 인천전을 승리한다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팀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 것이 보여서 나쁜 생각은 아직 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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