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창훈(오른쪽)의 선제골은 돌아서 침투하는 움직임에서 나왔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패배했지만 공격적 전개만큼은 확실히 짜임새가 생겼다. 이제 골 결정력만 갖춘다면 월드컵에서도 싸워볼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한국 축구 대표 팀은 24일(한국 시간) 영국 벨파스트 윈저파크에서 열린 북아일랜드와 평가전에서 1-2로 패했다.

경기 내용에선 북아일랜드를 압도했다. 영국 공영 방송 'BBC'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65% 점유율을 기록했고 슈팅 수에서도 15개를 기록해 4개를 기록한 북아일랜드를 압도했다. 통계 수치가 경기 내용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한국은 북아일랜드를 상대로 잘 싸웠다. 공격적으로는 특히나 그랬다.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 득점력 부족에 울었다. 10경기에서 11골 득점에 그쳤다. A조에선 가장 많은 득점이긴 했지만 경기당 1골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B조에선 일본, 사우디아라비아가 17골, 호주가 16골을 터뜨렸다.

과정은 좋았다. 문제는 경기 내용을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는 것. 골 결정력에서 울었고 수비에서 집중력이 떨어져 다소 아쉽게 실점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태용 감독 역시 경기 뒤 "만들어가는 과정이 나쁘지 않았는데 마지막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며 "북아일랜드의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어가는 부분이 좋았는데 마지막 꼭지를 따지 못했다"고 말했다.

▲ 직접 돌파도 위협적이지만, 공 없이 침투할 때 진가를 발휘하는 손흥민(오른쪽). ⓒ연합뉴스

◆ 약속된 2선 침투, 한국 공격의 핵심은 2선 공격수다

신태용 감독은 확실히 약속된 플레이로 선제골을 만들었다. 2선 침투가 신태용호의 공격 전술의 핵심이었다. 전반 7분 만에 골 소식이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 있던 권창훈이 중앙 쪽으로 이동하면서 돌아 들어가자 박주호가 정확한 로빙 패스를 넣었다. 권창훈이 침착하게 골로 마무리했다.

측면에서 경기를 시작했던 손흥민은 중앙으로 자리를 옮긴 뒤 전방에 머무르지 않고 중원까지 내려와 공격 전개에 도움을 줬다. 그리고 공간을 확보하면 적극적으로 2선 침투를 했다. 전반 15분 손흥민이 또 2선 침투로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후방까지 왔던 손흥민이 중앙 쪽으로 침투하자 김민재가 공간을 향한 패스를 연결했다. 손흥민이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망을 흔들었지만, 김신욱이 중앙에서 수비수를 몸으로 막아서 반칙이 먼저 선언됐다.

손흥민 외에도 권창훈, 이재성도 지속적으로 과감한 2선 침투를 하면서 찬스를 만들었다. 측면 수비수 이용 역시 공간을 확보할 때마다 전진해서 공격에 가담해 자신의 정확한 크로스로 공격을 도왔다.

김신욱 개인의 활약은 특별하지 않았다. 장신이지만 거칠게 몸싸움을 벌인 북아일랜드 수비진 사이에서 공중볼 다툼에선 다소 고전했다. 하지만 김신욱 자체가 수비진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존재고, 그는 단순히 머리만 쓰는 공격수가 아니다. 김신욱은 그 스스로도 공격을 펼치지만 발을 활용해 연계 플레이로 도움을 줬다. 동시에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면서 한국이 자랑하는 2선 공격수들을 살릴 수 있는 최고의 미끼기도 했다.

2선 침투와 패스가 맞아떨어지면 수비수들이 반응하기 쉽지 않다. 후방부터 가속해 속도를 높인 상태기 때문에 수비수들이 따라붙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수비수는 뒤로 돌아서 공을 쫓아야 한다.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는 것도 수월하다. 더구나 한국의 공격력은 최전방보다도 공격 2선에서 나온다. 손흥민을 잘 살려야 하고, 선제골의 주인공 권창훈 역시 득점력을 무시할 수 없는 선수다. 2선 침투는 한국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좋은 공격 방식이다.

◆ 원터치패스가 늘었다, 간결해야 속도가 산다

공은 사람보다 빠르다. 우사인 볼트가 도르트문트에서 훈련한다고 하지만, 그 역시도 축구공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다. 공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면 수비진을 흔들 수 있다.

비밀은 원터치패스다. 터치가 많아지면 공의 흐름은 느려진다. 물이 흐르듯 공을 연결하려면 원터치패스가 중요하다. 한국의 공격에 활기가 돌았던 것은 이따금 나온 원터치패스 연결 때문이다. 이재성이 중요한 인물이다. 공을 끌어야 할 때와 간결하게 연결할 때를 알았다. 침착하게 공을 관리해 뒤로 연결하기도 하고, 때론 원터치패스로 공격 템포를 살리기도 했다.

원터치패스가 나와야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수비진을 깨뜨릴 수 있다. 한국도 원터치패스로 득점 직전까지 갔다. 후반 35분 이용이 오른쪽 돌파를 성공하면서 기회를 만들었다.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페널티박스 안의 이재성에게 원터치패스를 넣으면서 결정적인 찬스가 시작됐다. 이재성이 중앙의 김신욱에게 영리하게 공을 내줬지만 몸을 던진 북아일랜드 수비에 막히고 말았다. 이재성이 직접 슛을 시도해도 괜찮은 상황이었다. 과정은 훌륭했다.

▲ 단독 돌파보다 동료를 살릴 때 훨씬 위협적이었던 이재성. 골 결정력은 또 하나의 해결 과제다. ⓒ연합뉴스

◆ 축구는 골로 말한다, 결정력은 여전히 고민

문제는 역시 골 결정력이었다. 수많은 찬스에도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우리가 득점하고 나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강팀은 한 골을 넣었다고 만족하지 않는다"며 선제골 이후 이어진 느슨한 플레이가 역전패의 빌미가 됐다고 지적했다.

후반전 맹공을 퍼붓고도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초반 주도권을 내줬다가 후반 8분 이재성의 슛으로 반격을 알리면서 여러 차례 기회를 잡았다. 다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후반 8분 이용의 크로스가 수비수에 맞고 굴절되자 이재성이 곧장 슛으로 연결했다. 수비수 몸에 굴절되고 살짝 골대를 빗겨 갔다. 후반 12분 전방에서 공격에 실패한 뒤 빠르게 압박해 다시 소유권을 되찾았다. 박주호가 강력한 왼발 슛을 날렸지만 카슨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18분 이재성이 북아일랜드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로 영리하게 움직였다. 이재성은 페널티박스 정면까지 전진한 뒤 슛을 날렸지만 수비수 몸에 걸려 골문 밖으로 흘렀다.

이후도 이재성과 교체 투입된 황희찬을 중심으로 공격에 활기가 돌았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후반 35분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이용이 오른쪽 돌파를 성공하면서 기회를 만들었다. 황희찬이 페널티박스 안의 이재성에게 원터치 패스를 넣었다. 이재성이 중앙의 김신욱에게 영리하게 공을 내줬지만, 김신욱의 슛은 몸을 던진 북아일랜드 수비에 막히고 말았다.

그리고 후반 41분 실점했다.

축구에는 흐름이 있다. 강팀과 약팀의 대결에서도, 약팀이 흐름을 주도하는 때가 있다. 공격을 주도할 때 골을 넣는 것은 강팀의 조건이다. 월드컵에서 반란을 노리는 한국도 주도권을 쥐었을 때 골을 넣어야 한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까지 강호를 연달아 상대하는 가운데, 한국이 많은 찬스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기회를 골로 바꾸는 '골 결정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한 번, 한 번의 찬스를 간절하게 대하고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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