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네덜란드와 접전 끝에 승부치기에서 져 은메달을 딴 남자 필드하키 대표 선수들이 자랑스런 시상대에 올라 있다. ⓒ대한체육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1982년 뉴델리 대회에 여자와 함께 출전해 중국을 3-1로 꺾고 5위를 기록하면서 워밍업을 한 남자는 1986년 서울 대회 결승에서 이 대회 전까지 아시아경기대회 통산 5회 우승에 빛나는 세계적인 강호 파키스탄을 2-1로 잡고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남자도 여자 못지않게 탄력을 받아 1994년 히로시마 대회 결승에서는 또 다른 세계적인 강호 인도를 3-2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는 인도를 4-3, 2006년 도하 대회에서는 중국을 3-1로 꺾고 인도도 이루지 못한 아시아경기대회 2연속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3편에서 계속>

1982년 뉴델리 아시아경기대회에 하키가 남녀 모두 출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일이기도 했지만 하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뉴델리 대회에 하키 남녀부를 비롯해 전 종목을 파견한 건 4년 뒤 열릴 서울아시아경기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2년 뒤인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여자가 은메달을 따면서 한국 여자 하키는 호주 스페인 독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호로 떠올랐다. 한국은 서울 올림픽 조별 리그 B조 첫 경기에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의 강호 서독을 4-1로 잡으며 파란을 예고했다. 기세를 올린 한국은 2차전에서 캐나다를 3-1로 물리친데 이어 호주와 5-5로 비겨 조 1위로 4강에 올랐다.

준결승에서 영국을 1-0으로 잡았으나 조별 리그에 이어 결승에서 다시 만난 호주에 0-2로 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호주는 이후 1996년 애틀랜타 대회와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2연속 우승하는 등 1980년 모스크바 대회 때 처음으로 올림픽 세부 종목이 된 여자 하키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데 한국은 서울 대회에 이어 1966년 애틀랜타 대회 결승에서 또다시 맞붙게 된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하키는 호주 한국 영국 등 8개 나라가 예선 라운드를 치러 호주가 6승1무, 한국이 4승2무1패를 기록해 예선 1위와 2위인 두 나라가 금메달 결정전을 치렀다. 한국은 서울 올림픽에 이어 조별 리그에서는 3-3으로 비겼지만 결승에서 1-3으로 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 무렵 세계 최강 호주와 막상막하의 승부를 펼칠 만큼 1980~90년대 한국 여자 하키는 강력한 경기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서울 올림픽에서 여자가 은메달을 땄을 때 남자는 조별 리그 B조에서 2무3패를 기록해 순위 결정전으로 밀려난 뒤 9위 결정전에서 스페인에 0-2로 져 12개 출전국 가운데 10위에 머물렀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는 출전권을 따지 못했고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자격으로 출전했다. 히로시마 대회에서 한국은 1986년 서울 대회에 이어 다시 한번 남녀 동반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남자는 2002년 부산 대회와 2006년 도하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여자가 중국세에 밀리면서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동반 우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애틀랜타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은 조별 리그 B조에서 중국과 방글라데시를 4-0, 10-0으로 눌렀으나 인도에 1-3으로 져 조 2위로 4강에 올랐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조별 리그 A조 4전 전승(19득점 2실점)의 뛰어난 성적을 올린 파키스탄과 2-2로 맞선 뒤 승부치기에서 4-1로 이겨 결승전에 올랐고 조별 리그에 이어 다시 만난 인도를 3-2로 꺾고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서울 올림픽에는 개최국으로 자동 출전했다.

파키스탄은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 직후 열린 하키 월드컵 우승으로, 인도는 1996년 1월에 열린 세계 예선 통과로 애틀랜타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한국이 5위, 파키스탄이 6위, 인도가 9위에 올랐다. 한국은 5위 결정전에서 파키스탄을 3-1로 눌러 히로시마 대회에서 가리지 못했던 승부를 마무리했다.

드디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인도와 치른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 결승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치기에서 2-4로 져 시드니행 직행 티켓을 놓친 한국은 2000년 3월 도쿄에서 열린 세계 예선에서 파키스탄, 스페인 등과 함께 올림픽행 막차를 탔다. 한국은 어렵사리 올림픽에 나섰지만 본선에서는 펄펄 날았다. 조별 리그 B조에서 조 1위 호주에만 1-2로 졌을 뿐 인도를 2-0으로 잡는 등 2승2무1패, 조 2위 4강에 올라 A조 1위인 파키스탄(2승3무)을 1-0으로 꺾고 대망의 결승전에 진출했다.

4년 뒤인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또다시 우승하는 강호 네덜란드와 결승전은 올림픽 하키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다. 한국은 송성태가 전반 9분 선제골을 넣었으나 스테판 패트릭 빈에게 연속으로 3골을 내주며 1-3으로 역전당했다. 그러나 끈질긴 투혼을 보인 한국은 경기 종반 김경석이 추격 골, 강건욱이 동점 골을 터뜨렸고 결국 승부치기까지 끌고 갔으나 4-5로 져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1940~50년대 열악한 여건에서 출발해 세계 정상권에 올라서는 성적을 올린 하키는 불굴의 정신력을 보여 주는 한국 스포츠의 대표적인 종목이다. 올림픽 역대 전적에서 여자(은메달 2개)는 8위, 남자(은메달 1개)는 공동 12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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