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을 지나치는 '준우승자' 메시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역대 최고의 선수로 기억되기 위해선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할까. 일단 기량은 기본이다. 경기를 뒤바꿀 수 있는 압도적인 능력이 있어야 한다. 승리를 쌓아올리면서 만든 결과, 바로 '우승 경력'도 필요하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길 수 있는 종목이다. 당연히 골과 관련된 선수들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펠레나 디에고 마라도나 같은 공격수들이 역대 최고의 선수들로 기억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2000년대에 들어서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기억될 선수는 누굴까. FC바르셀로나의 공격수 리오넬 메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유력 후보다.

단 하나 그의 경력엔 메이저 국가 대항전 트로피가 없다.

◆ 기량과 클럽 우승 경력은 완벽하다

메시의 기량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10대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데뷔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도 출전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폭발적인 가속과 섬세한 기술, 상대 중심을 역이용하는 드리블, 정확한 왼발까지 환상적인 개인 기량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메시는 뛰어난 골잡이인 동시에 도우미다. 미드필드까지 종종 내려와 공격 전개를 담당하기도 하는 메시는, 동료들의 움직임을 읽고 활용할 줄 아는 선수다. '솔로플레이어'로서도 '팀플레이어'로서도 메시의 가치는 높다. 그래서 메시를 막는 것은 쉽지 않다.

클럽에서 쌓은 경력도 메시를 빛나게 한다. 메시는 자신의 클럽 FC바르셀로나에선 최고의 경력을 쌓았다. 1번도 힘들다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4번이나 우승했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무려 8번 우승을 차지하고 이번 시즌 9번째 우승이 유력하다. 코파델레이, 수페르코파, UEFA 슈퍼컵, 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까지 스페인 소속 클럽이 우승할 수 있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빅이어를 들고 '행복한' 메시. 바르사에선 우승 경력까지 완벽하다.

◆ '3연속 준우승' 국가 대항전에서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런 메시의 유일한 약점은 국가대항전 성과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메시는 세르히오 아구에로, 곤살로 이과인, 앙헬 디 마리아 등 뛰어난 동료들을 보유했지만, 중요한 고비마다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늘 마무리가 되질 않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2015년과 2016년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에서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05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 그가 아르헨티나의 유니폼을 입고 거둔 우승 경력이다.

축구계의 평가도 비슷하다. 아프리카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하나로 꼽히는 디디에 드로그바는 "메시는 특별한 선수"라고 칭찬하면서도 "그는 아직 마라도나와 펠레의 위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바로 월드컵 우승 경력이다. 드로그바는 "메시는 이미 축구계에서 많은 것들을 했다. 월드컵 우승은 그를 더 전설적인 선수로 만들 것이다. 마라도나, 펠레와 멀지 않다"고 밝혔다. 메시와 같은 아르헨티나 출신인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브라질 축구의 전설 펠레는 무려 3번이나 월드컵을 우승했다.(1958년, 1962년, 1970년)

메시는 2016년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했다. 메이저 대회 3연속 준우승의 충격과 자신에게 쏟아진 압박 때문에 내린 선택이었다. 3연속 준우승도 메시 자신의 부진 때문이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지는 동료들의 탓이 컸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받는 발롱도르를 5번 수상했다. 자타공인 최고의 선수로 10년을 보냈다. '화룡점정(畵龍點睛)' 월드컵 우승은 메시란 용에 마지막 눈을 찍는 일이 될 것이다.

▲ 삼파올리 감독은 아르헨티나를 '메시의 팀'이라고 지칭했다.

◆ "총을 머리에 댄 부담감" 메시는 월드컵 우승을 바란다

메시는 4번째로 출전하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노리고 있다. 여전히 그는 아르헨티나의 중심 선수다.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에서 부진했던 아르헨티나를 본선으로 이끈 주인공도 바로 메시다. 에콰도로와 남미 예선 마지막 경기(3-1 아르헨티나 승)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면서 아르헨티나 그리고 새로 지휘봉을 잡은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에게 월드컵 본선 티켓을 안겼다.

우승을 바라고 있는 것은 메시도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다.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32년이 지났다. 삼파올리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두고 "메시에 어깨에 달렸다"고 정리했다. 삼파올리는 "메시의 팀이 되고 있다. 메시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고, 이 팀은 그의 어깨에 달려있다. 내 팀보다는 메시의 팀이다"고 고백했다. 

문제는 부담감이다. 삼파올리 감독은 잡지 '비바'에 자신이 발매하려는 '프리뷰' 일부를 제공했다. 여기에 메시를 보는 그의 마음이 잘 담겨 있었다. 삼파올리 감독은 "메시가 머리에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리볼버 권총을 대고 있다"면서 "우승하지 못한다면 쏴서 죽어버릴 것"이라면서 강도 높은 메시의 부담감과 책임감을 설명했다. 메시가 얼마나 월드컵 우승을 열망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파올리 감독은 "부담감 때문에 메시가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다. 국가 대항전을 둘러싼 부정적인 분위기가 메시에게 타격을 주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안타까운 심경을 덧붙였다.

1987년생. 이제 30대에 접어든 메시도 선수 경력의 전성기를 지나고 있다. 다음 월드컵이 열릴 땐 그 역시 35살. 지금과 같은 기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메시는 자신의 힘으로 우승 컵을 들고 싶을 것.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사실상 최상의 기량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월드컵 우승은 신만이 결과를 알고 있다. 한 판에 승패가 갈리는 '녹아웃 스테이지'에선 어떤 변수도 발생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각본 없는 드리마다. 전 대회 챔피언이 조별 리그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는 이제 뻔한 스토리다. 우승을 하려면 '운'까지 따라야 한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최고의 선수로 기억되기 위해, 그리고 선수로서 가장 큰 꿈인 월드컵 우승을 위해 메시는 엄청난 압박감도 기꺼이 견디면서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