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원톱으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26)의 후반전 측면 이동이 토트넘홋스퍼의 반전을 이끈 한 수였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홋스퍼 감독은 후반전에 전반전과 동일한 선수를 내세웠지만 배치를 바꿔 경기력을 개선시켰다.
토트넘은 스탬퍼드브리지에서 28년, 26경기 만에 승리했다. 토트넘(4위, 64점)에겐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5위 첼시(56점)와 승점 차이를 8점으로 벌려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토트넘의 승리는 경기 중 전술 변화를 통해 일궜다는 점에서 ‘지적’이었다.
◆ 전반전: ‘슈팅 0개’ 무력한 손TOP? 부지런했던 손TOP
토트넘은 손흥민을 원톱으로 배치한 4-2-3-1 포메이션으로 2일 새벽(한국시간) 2017-18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첼시 원정에 나섰다. 일명 ‘손TOP’은 전반전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손흥민은 전반 45분 간 한 차례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손흥민이 완전히 고립되었던 것은 아니다. 한 차례 돌파와 한 차례 키패스를 성공한 손흥민은 전후좌우로 부지런히 움직이며 왼쪽 측면에 배치된 델레 알리,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한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전진과 슈팅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줬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선제골을 내준 상황에 기점이 된 첼시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의 오버래핑을 열심히 추격하기도 했다. 뤼디거가 왼쪽에서 전진해 오른쪽 측면으로 배달한 공을 막지 못했고, 결국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알바로 모라타가 헤더로 마무리하면서 ‘진짜 9번’을 출전시킨 첼시가 리드했다.
토트넘의 ‘손TOP’ 전략이 아예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토트넘이 공격할 때 첼시 수비는 손흥민의 속도를 경계했다. 세 명의 센터백이 라인을 내렸고, 미드필드와 센터백 라인 사이 공간이 확보됐다. 전반 추가 시간 에릭센의 중거리슈팅 동점골은, 슈팅 클래스 자체가 대단했지만 손흥민을 향한 침투 패스를 경계한 첼시 수비가 분산된 간접 효과도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손흥민이 가진 질주와 슈팅을 써먹지 못한 전반전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손흥민을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시키고, 왼쪽 측면에 서던 알리와 오른쪽 측면에 선 라멜라를 전방으로 올렸다. 하지만 이 두 선수도 전방 압박 상황이나 공격 전개 상황에 원톱 공간으로 치고 올라갔다. 실질적으로는 4-6-0의 제로톱 형태로 경기했다.
◆ 후반전: 오른쪽 날개로 이동, 슈팅 3회-유효 3회…역전골-쐐기골 ‘전조’
손흥민은 측면으로 이동한 뒤 경계 관여도가 높아졌다. 윙백을 거쳐 전개된 첼시의 빌드업을 적극적으로 괴롭혔고, 더 빈번하게 공을 쥐고 돌파와 슈팅을 시도했다. 손흥민은 후반전에만 세 차례 슈팅을 했고, 모두 유효 슈팅이었다.
양발을 잘 쓰는 손흥민은 평소 주 포지션으로 서던 왼쪽 이 아닌 오른쪽 윙포워드로 나섰지만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파괴력을 유지했다.
손흥민의 첫 번째 슈팅은 윌리 카바예로의 선방에 막혔다.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접고 들어오며 시도한 왼발 슈팅이 강력했다. 손흥민의 슈팅으로 흔들린 첼시 수비는 결국 1분 뒤 역전골을 헌납한다. 에릭 다이어가 한 번에 수비 배후로 찔러준 롱 패스를 알리가 이어 받아 마무리했다.
손흥민의 두 번째, 세 번째 슈팅은 한 순간에 나왔다. 후반 21분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을 타고 문전까지 진입했다. 다이어와 에릭센을 거친 빠른 전진패스가 손흥민의 속도를 살렸다.
문전 우측에서 손흥민이 시도한 두 차례 슈팅은 연이은 카바예로의 육탄 방어에 걸렸다. 손흥민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으나 흐른 공을 알리가 밀어 넣어 3-1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손흥민이 직접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으나 전후반 모두 전술적으로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 교체 없이 흐름 바꾼 포체티노, 3장의 카드로 승리 굳히기
사이드 라인을 타고 달린 손흥민의 역동성과 파괴력이 첼시의 간격을 벌리고, 윙백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알리와 라멜라의 허를 찌른 전방 진입, 에릭센의 2선 자유가 펼쳐지며 토트넘의 후반전 공격은 활기를 찾았다. 포체티노 감독의 교체 없이 경기를 바꾼 마법이었다.
3월 A매치 두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한 손흥민은 후반 29분 토트넘이 첫 번째로 교체한 선수가 됐다. 부상에서 회복한 해리 케인이 손흥민 대신 투입됐다. 토트넘은 케인을 원톱으로 한 정상적인 4-2-3-1 포메이션으로 리드를 지켰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36분 다이어를 빼고 빅터 완야마를 투입해 중원 수비를 견고하게 했다. 후반 43분에 라멜라를 빼고 무사 시소코를 투입해 시간을 소진하며 전방 수비의 체력도 보강했다.
안토니오 콘테 첼시 감독은 후반 36분 모지스를 빼고 올리비에 지루를 투입해 투톱을 구성했다. 후반 38분 에메르손, 후반 43분 허드슨호도이를 투입하며 총공세를 폈지만 2골 차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적, 전술적 동력이 없었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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