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광주, 조영준 기자] 한국은 리듬체조의 변방국이었다. 러시아와 동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리듬체조에서 동아시아에서 온 작은 소녀는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는 손연재(21, 연세대)로 인해 수십번 새롭게 작성됐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개인종합 4위에 오른 손연재는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뒀다. 2013년 우즈베키스탄 아시아선수권에서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국제대회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리듬체조에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안겼다. 또한 2014 터키 이즈미르 세계선수권 개인종합에서는 4위에 오르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리듬체조는 최강국인 러시아 선수들이 오래전부터 1,2위를 독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도전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상위권으로 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리듬체조 변방국에서 태어난 손연재는 이들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비록 세계 최강인 러시아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이들과 경쟁을 펼치며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손연재는 지난달 충북 제천에서 열린 '제7회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 3관왕에 등극했다. 당초 목표인 전 종목 석권에는 실패했지만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최강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이번 유니버시아드 대회서 금메달을 거머쥐는 쾌거를 올렸다.

리듬체조 유니버시아드는 올림픽, 세계선수권과 비교해 출전 선수들의 수준이 비슷하다. 이 종목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는 선수들의 연령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다. 대학 재학 시기의 나이 대를 갖춘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상위권 선수 대부분이 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한다.

그러나 이번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는 러시아의 '원투 펀치'인 마르가리타 마문(20)과 야나 쿠드랍체바(18, 이상 러시아)가 출전하지 않았다. 이들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1,2위를 다투는 최강자들이다. 마문과 쿠드랍체바는 중동성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이 빠졌기 때문에 손연재는 개인종합 메달을 획득할 좋은 기회를 잡았다.

당초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다. 스타니우타는 지난 4월 루마니아 부카레슈티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스타니우타는 손연재를 제치고 개인종합 3위에 올랐다. 우아한 표현력이 일품인 리자트디노바도 만만치 않은 상대. 리자트디노바는 국제대회에서 러시아 선수들을 가장 위협하는 선수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땀을 흘렸다고 밝혔다. 지난달 충북 제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한 그는 이 대회를 마친 뒤 곧바로 자신의 훈련지인 러시아 노보고르스크로 날아갔다. 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많은 양의 훈련을 소화했다.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손연재는 "이번에는 훈련량이 많았다. 아시아선수권이 끝나자마자 바로 준비해서 힘든 것은 사실이다"고 말한 뒤 "하지만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부담이 조금 되고 스스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올 시즌 18점 대 초반의 점수를 받았는데 18.5점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훈련 시간이 아니라 강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홈 어드밴티지는 분명 유리한 점이 많다. 손연재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몇몇 잔실수를 범하며 위기가 닥쳤지만 노련한 경기력을 펼치며 큰 실수를 피해갔다.

한국 리듬체조의 대부분 기록을 홀로 갈아치운 손연재는 오는 13일 열리는 종목별 결선에 출전해 다관왕에 도전한다.

[사진] 손연재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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