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루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 큰 열정을 보이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충칭에 있을 때와 한국 대표팀에 와서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나스포츠)

파울루 벤투(49) 감독이 한국 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결정됐을 때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지난 7월 중국슈퍼리그 클럽 충칭당다이리판에서 경질된 것이다. 어느 감독이나 실패하지만, 중국에서 실패한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이 됐다는 점에 실망하는 반응이 있었다.

벤투 감독도 이러한 반응을 미리 파악했다. 실제로 지난 23일에 있었던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에서의 실패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실패가 아니었다"고 답했다.

"솔직히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사실대로 얘기하자면, 난 중국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7개월 동안 있었는데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었다. 우리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구단이 내게 설정한 목표는 1부리그에 잔류하는 것이었다. 1부리그에 잔류하고 있었다. 시즌 중 한 번도 강등권에 내려간 적도 없다. 불행한 결정이 내려졌지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충칭은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

◆ 중국이 의심하는 벤투…벤투가 변한 걸까, 상황이 변한 걸까

중국 언론의 시각은 달랐다. 취임 회견이 있던 날 시나스포츠는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에 간 것에 대해 모두가 놀랐다. 한국인들은 슈퍼리그에서 있었던 일을 모르는 것인가? 적절한 인물을 선택한 것이 맞는가?"라고 썼다. 

시나스포츠는 23일 벤투 감독의 한국 대표팀 취임 기자회견 소식을 보도하며 충칭을 지휘하던 때와 다른 모습이었다고 썼다. 시나스포츠는 충칭 시절 벤투 감독에 대해 "거만했다. 선수 탓을 했고, 선수단과 관계가 냉랭했다. 베이징궈안, 톈딘터다와 경기에 졌을 때 한 코치는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고 했다. 구단이 주선한 언론 개별 인터뷰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칭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경기 성적보다 선수단 및 구단과 관계 문제가 경질의 이유였다"고 했다.

한국에 온 벤투 감독은 진중했고, 신사적이었다. 코칭스태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과 미팅도 우호적으로 진행됐다. 시나스포츠도 한국 축구 상황을 취재하며 "벤투 감독이 충칭에서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물론, 막 부임한 상황에 문제가 있는 모습을 보이기는 어렵다. 어떤 감독이든 초기의 밀월 기간은 있다.

▲ 충칭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낸 벤투 감독


시나스포츠는 "벤투 감독이 중국에서 교훈을 얻은 것 같다"며 달라진 모습에 대해 논평하기도 했다. 사람이 달라진 것일까, 아니면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벤투 감독은 취임 회견 당시 "중국에서는 환경이 달랐고, 어려웠다. 한국에 오니까 그 환경이 어떻게 다른지 많이 깨닫게 됐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지원과 한국의 업무 환경이 좋다고 했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벤투 감독이 한국에서 맡게 될 프로젝트는 충칭에서보다 크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목표로 4년의 시간을 부여받았다. 벤투 감독은 파주NFC에 상시 근무를 위한 사무실을 요청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입국 당일부터 회의를 진행하는 등 열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나스포츠의 논평대로 중국 생활을 경험한 뒤 배운 것이 있고, 김판곤 위원장과 미팅을 통해 당부받은 것도 있을 것이다.

◆ 강성으로 알려진 벤투 감독, 취임 회견의 다짐 "존중하겠다"

김 위원장은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서의 선수단 불화, 중국슈퍼리그에서 중도 경질 등 리스크를 묻자 "그 부분도 우리가 캐치하고 있다. 워낙 카리스마가 있고 선수단을 장악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알아본 루트로는 선수들과 관계가 좋다. 오히려 맨매니저먼트는 다른 후보보다 좋다는 리포트를 받았다"고 했다.

그리스와 중국에서의 벤투 감독이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축구계 관계자는 벤투 감독이 충칭에서 중국인 코치와 갈등이 있었고, 이 과정에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전했다. 중국 축구계에서 흔히 있는 정치적 암투에 벤투 감독이 괴로워했다는 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선수단 운영 과정이 밀도있게 이뤄지지 못했다. 올림피아코스에서도 서유럽과 다른 구단 문화로 인한 문제가 벤투 감독을 어렵게 했다고 전해진다. 

▲ 벤투 감독과 김판곤 위원장 ⓒ한희재 기자

김 위원장은 한국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제가 설명했다. 제 경험상으로도 그렇고, '당신이 외국에서 가장 잘해야 할 것은 존중이다. 선수들과 그 나라 코치들과 그 나라의 대중에게, 존중하는 마음이 깔린 이후에 지지를 받아내면 그것을 바탕으로 당산이 성공할 수 있지 않냐'고 대화했다. 전혀 거기에 대해선 반감이 없었다. 저도 올림피아코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대충 알고 있다. 아마 한 선수를 비난했던 것 같고, 그에 대해 주장이 그에 대해 반감이 있었던 것 같고, 여러 일이 있었는데 자기들도 아마 그런 실수와 실패를 통해서 생각하고 성장하지 않았나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취임 회견에서 정답을 말했다. 논란이 된 성격에 대한 질문에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은 대로, 존중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 선수들, 스태프를 모두 존중하고, 언론도 마찬가지로 존중한다. 선발하고 결정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모든 감독들은 언론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감독을 맡으면 자연스럽게 겪는 일이다. 어떤 질문을 받아도 성실히 답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모든 답변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적절히 돌아갔고, 대중을 향한 당부와 다짐에 오차가 없었다.

"팬들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우리는 한국 대표팀을 맡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매일 최선 다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아주 전문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열정과 야망을 갖고 임할 것이다. 모든 팬이 즐길 수 있는 경기 내용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매 경기, 공식전이든 친선전이든 대표팀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줄 것을 약속하겠다."

"성적이라는 목표를 넘어 한국 축구가 발전하는 데 힘을 쓰고 싶다"는 벤투 감독의 발언은 김 위원장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새 대표팀 감독에게 원했던 부분을 말한 것이다. 아직 한국에 온 지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았고, 첫 경기도 치르지 않았다. 말로는 뭐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말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그래야 보장받은 4년의 임기를 채울 수 있다.

검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준비 기간이 빡빡하다. 부임 5개월만에 2019 UAE 아시안컵을 치러야 한다. 벤투 감독은 9월, 10월, 11월 A매치 6경기를 통해 팀의 철학과 전술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아시안컵이 임박했지만, 우승이라는 목표를 말하며 실력을 입증하겠다고 했다. 

▲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힘차게 출항했다 ⓒ한희재 기자


◆ 벤투호 지키기, 협회의 리스크 컨트롤이 중요하다

여론은 수시로 춤춘다. 벤투 감독 선임이 발표됐을 때 가득했던 실망감은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 벤투 감독의 취임 회견을 거치며 진화되었다. 믿고 지지하자는 여론이 대세가 됐다. 감독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역대 어느 때보다 큰 기대와 관심 속에 부임했다. 9월 A매치부터 부진한 경기력과 결과가 나오면 회의론이 나올 수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준우승한 아시안컵에서의 성적도 벤투 감독에 대한 향후 여론에 결정타가 될 것이다.

협회는 멀리 보고 이룬 선임인 만큼 감당 못할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벤투 감독 체제를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지키겠다는 생각이다. 4년은 긴 시간이다. 아무런 문제없이 이토록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감독도, 팀도 없다. 모든 팀에는 굴곡이 있다. 문제는 위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하느냐다. 질 때도 있고, 화를 낼 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기대한 대로 포르투갈에서 시작된 전술 주기화론과 코칭 기법은 선진적이다. 4명의 코치를 대동한 벤투 감독의 전문성에 대해 김 위원장은 실제 그가 지휘한 경기 영상과 훈련 자료를 통해 충분히 검증했다고 했다. 남은 것은 리스크 컨트롤이다. 그동안 축구협회는 대표팀이 흔들릴 때 노련하게 보호하지 못했고, 감독이 욕받이가 되는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10명의 감독이 거쳐 갔지만 대부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협회는 단기간이었지만 여러 논란 속에 신태용 감독과 계약 기간을 채웠다. 벤투 감독과 계약 기간을 채운다면 대표팀 역사상 최장 기간을 지휘하는 감독이 된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신설 이후 첫 선임 감독도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을까? 협회는 월드컵 16강만큼이나 어려운 미션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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