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의 현실은 이랬다.ⓒ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수원월드컵경기장, 조형애 기자]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조용했다. 간간이 박수가 터지고, '막아! 막아!'라는 선수들의 목소리가 퍽 크게 들렸지만 수 천명이 모인 것 치곤 참 조용했다.

90분 내내 응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수원삼성 팬들이 응원을 '보이콧'한 게 그 이유다.

수원삼성은 25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26라운드를 치렀다. 상대는 하반기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무서운 승격팀' 경남FC였다.

최근 수원 분위기는 침체 될 대로 침체됐다. 네 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고 경남전 전까지는 내리 3번을 졌다. 아프지 않은 패배가 없겠지만, 최근 수원 패배는 가히 충격적이고 큰 상처를 남기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FC서울과 슈퍼매치에서 선제골을 터트리고도 역전패 했고 전남전에서는 4골을 넣고도 6실점을 하며 지고 말았다.

날씨도 도와주지 않아 곤욕을 치른 뒤 돌아온 빅버드는 결코 편안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K리그서 열정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수원 팬들은 분노를 '침묵'으로 대신했다. 경기 전 선수단 이름을 우렁차게 부르는 것도 목소리가 평소보다 상당히 작았다. 심지어 서정원 감독 이름이 전광판에 뜰 때는 야유까지 섞여 나왔다.

▲ 수원을 질타하는 걸개가 걸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서정원 감독도 분위기를 모를리 없었다. 경기 전 서 감독은 "상당히 마음이 아프다. 팬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다 내 책임"이라며 책임을 통감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은 나태하지 않았다. 문제는 나"라면서 "힘들 때 선수들에게 힘을 줬으면 좋겠다. 내가 부족하면 나가야 한다. 자리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다만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원 선수라면 열정을 보여라.', '어찌 이런 팬들 앞에서 나태해졌는가.'

걸개가 걸린 채 시작된 경기는 90분 내내 응원 없이 조용히 진행됐다. 수원은 전북현대와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앞두고도 전력을 다하는 라인업을 꾸리고 경남을 상대했다. 하지만 한 번 처진 분위기와 경기력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템포는 눈에 띄게 느렸고 공격 진영에서 볼 잡은 선수 외 공간을 만드는 움직임이 나오지 않아 결실 없이 시간을 흘려 보냈다.

패배를 모르는 '역전의 명수' 경남은 후반 보다 날카로운 역습을 펼쳐 보였다. 수원 역시 후반 보다 팽팽하서 맞섰다. 크나큰 위기는 수원에 먼저 있었다. 전반 활약을 펼쳤던 사리치가 핸드볼 파울을 범해 페널티 킥을 내준 것. 응원 보이콧으로 조용했던 빅버드가 정말 쥐죽은 듯 조용해 진 건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수원에는 신화용이 있었다. 신화용이 온몸을 던져 페널티 킥을 막아냈고 수원엔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 수원은 기사회생했다. 곽광선 결승 골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은 기세를 올렸다. 결국 곽광선이 일을 냈다. 조영철의 패스를 끊어낸 뒤 내달린 곽광선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골키퍼도 꼼짝할 수 없는 궤적이었다. 그렇게 수원의 4경기 연속 무승 행진은 끝이 났다. 하지만 수십명에 남짓한 경남 응원단 목소리가 90분 내내 수천 수원 팬 목소리보다 컸다는 건 수원에 아프게 다가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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