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는 올해 LG 트윈스에 15승 1패를 기록했다. ⓒ 두산 베어스
▲ LG 트윈스는 올해 두산 베어스와 경기 뒤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일이 잦았다. LG는 두산과 시즌 최종전에서 값진 1승을 거뒀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무서울 정도였다. 두산 베어스는 LG 트윈스와 시즌 15차전까지 전승을 기록했다. LG는 어떻게든 전패는 피하기 위해 처절하게 덤볐고, 마지막 16차전에서 값진 1승을 챙겼다. 

KBO 리그 역사상 특정 팀 상대 전승은 딱 한 차례 있었다. 1982년 OB 베어스(현 두산)가 삼미 슈퍼스타즈와 시즌 16경기를 모두 이겼다. 당시 삼미는 리그 최약체 팀이었다. 놀라운 일이긴 했지만, 충격적일 정도는 아니었다. 두산은 LG에 15승 1패를 거두며 36년 전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LG는 삼미와 비교할 전력은 아니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다. LG가 가을 야구를 못 할 줄 누가 알았을까. LG가 급격히 추락한 원인으로 김현수의 부상 이탈, 불펜 붕괴 등 여러 가지가 꼽히는데, 두산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두산에 몇 경기만 더 이겼으면"이란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두산은 LG전 15승 가운데 역전승만 8번을 기록했다. 초반부터 확실히 승기를 잡고 간 경기가 7번으로 더 적다. LG는 그래서 두산이 더 무서웠다. 승기를 잡았다 싶으면 무섭게 따라붙어 뒤집으니 속된 말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LG는 지난 7월 20일부터 22일까지 치른 시즌 6~8차전을 모두 역전패한 게 가장 뼈아팠다. 7월 20일 경기에서 4-1로 앞서다 6회 2점, 7회 1점을 줘 동점이 됐고, 연장 12회 오재원에게 결승타를 얻어맞아 4-5로 졌다. 이 경기를 잡지 못하면서 LG는 두산전 17연패 늪까지 빠졌다. 

이쯤되니 이기는 팀도 지는 팀도 모두 불편한 상황이 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6일 LG와 시즌 최종전에 앞서 "(LG 17연패 상황이) 신경은 쓰인다.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두산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취재진도 쉽게 질문을 던질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LG는 힘겹게 17연패 사슬을 끊었다. 선발투수 차우찬의 투혼이 엿보였다. 차우찬은 134구 9이닝 4피안타 3볼넷 7탈삼진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두산은 끝까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차우찬은 3-1로 앞선 9회 2사에서 박건우 안타, 김재환 볼넷, 양의지 볼넷으로 만루 위기에 놓였으나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그리고 대타 김재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끝냈다. 

차우찬은 "선수들끼리 그동안 계속 지면서 위로도 해주고, 뭐가 안 좋았는지 이야기도 해줬다. 우리가 못하기도 했지만, 두산이 워낙 잘했다. 두산전 압박이 심했는데, 이겨서 내년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LG는 '두산 포비아'에서 벗어날 탈출구는 만들고 조금은 홀가분하게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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