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누 가르시아의 아들이 한번 더 골망을 흔들었다. ⓒ한준 기자
▲ 마누 가르시아의 아들이 한번 더 골망을 흔들었다.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비토리아(스페인), 한준 기자] “1930년대 이후로 홈에서는 처음 이겼다.” 

파블로 오르티스 바스코니아-알라베스 그룹 커머셜 디렉터는 함박 웃음을 지었다. 후반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경기가 끝날 때쯤은 잦아들었다. 쌀쌀해진 날씨에도 수용 인원이 2만이 안되는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의 홈 경기장 멘디소로사의 분위기는 따듯했다. 경기 후 VIP 에어리어에는 몇몇 선수들도 등장해 구단 직원, 가족들과 여운을 즐겼다. 이케르 곤살레스 스폰서십 매니저는 “이게 우리 구단의 분위기다. 선수들도 가족처럼 지낸다”며 웃었다.

데포르티보 알라베스가 현지 시간으로 6일 밤 레알마드리드와 2018-19 스페인 라리가 8라운드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파블로의 설명대로 80여 년 만의 업적이다. 알라베스는 2000년에 마드리드 원정 1-0 승리의 기억이 있지만, 홈에서 이긴 것은 1931년 3월의 일로 무려 87년 전의 일이다. 멘디소로사 경기장에서 이날 경기를 본 팬 대다수가, 처음 본 승리다.

레알마드리드가 최근 3경기 연속 무득점 및 무승으로 부진한 상황이었지만 알라베스의 승리를 예상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알라베스는 견고한 수비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막았고, 후반 추가 시간 종료 직전 코너킥 기회를 기적적으로 살렸다.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 합작했다. 소브리노의 헤더를 골키퍼 쿠르투아가 막았지만 마누 가르시아가 재차 헤더로 마무리했다.

▲ 타이틀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내건 알라베스 팬들의 플래 카드 ⓒ한준 기자
▲ 알라베스 1위 순위표를 송출한 전광판 ⓒ한준 기자


알라베스의 결승골은 알라베스 열성 서포터들이 자리 잡은 북측 골대 뒤에서 터져 경기장 분위기를 더 뜨겁게 만들었다. 후반 10분께 알라베스 팬들은 “클럽은 타이틀(트로피) 때문에 위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 덕분에 위대해지는 것이다. (A un club no lo hace grande sus titulos. Lo hace grande su gente.)”라는 문구를 쓴 대형 플래 카드를 펼쳐보이며 자부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 자부심이 승리라는 결과로도 이어지자 경기장은 골과 승리에 흥분한 팬들의 몸짓은 마치 큰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장관을 연출했다. 

승리가 확정된 후에 특별한 이벤트도 있었다.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 빠져나간 뒤 결승골을 넣은 마누 가르시아가 유니폼을 입은 자신의 아들과 다시 나타났다. 마누 가르시아의 아들이 공을 몰고 결승골이 터진 골대까지 간 뒤 슈팅했다. 마누의 아들이 찬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자 그때까지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있던 알라베스 서포터들이 환호했다.

알라베스 서포터들은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90분 내내 자리에 서서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 넣었다. 열정적이지만 폭력적이거나 거칠지는 않았다. 불만스러운 판정이나 몸싸움 상황에서 욕설이 있기는 했지만 일상 생활에서 나올 수 있는 수위였다. 격정적인 응원이 펼쳐진 서포터 구역에도 아기를 대동한 팬, 미취학 아동을 대동한 가족 단위 팬이 많았다. 어린 꼬마 팬들도 응원가 리듬을 즐기며 축구를 만끽했다.

▲ 열정과 평화가 공존한 서포터 관중석 ⓒ한준 기자
▲ 어린이 팬도 서포터석에서 안전하게 응원했다. ⓒ한준 기자


경기 종료 후 알라베스 구단은 알라베스를 8라운드 순위표 최상단에 올려 전광판에 송출했다. 알라베스는 레알마드리드, 그리고 8라운드 경기를 아직 치르지 않은 바르셀로나와 승점 14점 동률로 공동 1위에 올랐다. 라리가는 승점 동률시 골 득실 차 보다 승자승을 우선시 한다. 바르셀로나와 개막전에서 0-3으로 졌지만 8경기를 치른 팀의 순위를 우선 표기해 레알마드리드를 제친 일시적 1위를 자축했다. 팬들도, 구단 직원들도 1위 알라베스의 기념 사진을 찍었다.

레알 마드리드를 꺾은 역사적인 날, 알라베스의 결승골이 터진 골대 뒤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 경기 후 VIP 에어리어에 온 소브리노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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