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투 감독과 뮐러 기술발전위원장(오른쪽) ⓒ곽혜미 기자/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유럽 축구의 선진 노하우가 한국 축구의 철학 설계에 이식된다. 축구 전술과 훈련 이론이 발달한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49) 감독이 성인 대표 팀 지휘봉을 잡았고, 한국 축구의 유소년 육성을 총괄하는 기술발전위원장 자리에 체계적인 축구 인프라를 자랑하는 독일 출신 미하엘 뮐러(53)가 지난 12일 선임됐다.

뮐러 위원장은 대한축구협회(KFA)가 사상 처음으로 임명한 외국인 분과위원장이다. 뮐러 위원장은 독일축구협회 지도자 강사로 10년 동안 활동했다. 독일 U-21대표팀 스카우터로 2017년 UEFA U-21 챔피언십 우승에 일조한 인물이다. 지난 4월 KFA 지도자교육 수석강사 겸 유소년 정책수석으로 임명된 이후, 국내 축구 현장을 순회하면서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연구해 왔다. 

기술발전위원장은 20세 이하 연령대 남녀 대표팀의 운영과 유소년 육성, 지도자교육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KFA는 대표팀 성적에 따라 기술위원장의 자리가 흔들리자 장기 계획이 필요한 유소년 분야의 지속성을 위해 지난해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와 기술발전위원회로 기술위원회를 분리했다. 초대 기술발전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임생 전 위원장이 사퇴한 뒤 공석이던 자리에 뮐러 위원장이 선택됐다.

뮐러 위원장은 박지성 KFA 유스전략본부장이 직접 인터뷰하고 선임한 인물이다. 지난 4월 11일 '지도자 수석강사 겸 유소년 정책수석'으로 영입했다. 2021년 4월까지 3년 간 장기 계획했다. 위원장이 된 뮐러는 상근하지 않는 박 본부장 대신 파주NFC에 상주하며 한국 유소년 축구 철학과 훈련 프로그램 및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 등을 총괄하게 됐다. 뮐러 위원장은 박 본부장과도 소통하며 한국 축구 유소년 육성 시스템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벤투 감독과 뮐러 위원장이 공조해 KFA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한국 축구 철학 확립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과 뮐러 위원장이 한 차례 회동했지만, 이렇게 따로 만나기보다는 파주NFC에서 함께 상주하며 자연스럽게 만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링크’를 만들었다”고 했다. 벤투 감독도 파주NFC 2층에 마련한 사무실에 출근하며 일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집을 구했다. 

벤투 감독과 뮐러 위원장을 통해 김 위원장은 성인 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은 물론 한국 축구 유소년 훈련 시스템 전체가 일관된 철학을 공유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대표팀에 적용한 축구 철학이 “내 철학이 아니라 한국 대표팀의 철학”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한국 선수들과 한국 대표팀에 맞는 경기 모델을 설정하고 본인의 방법론을 통해 이를 구현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축구를 한국에 이식하고, 뮐러 위원장이 독일 축구를 한국에 이식하는 것이 아니다.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에서 얻은 노하우와 방법론을 한국에 맞게 적용하고, 뮐러 위원장이 독일에서 체득한 훈련 기법과 시스템 구축 방법론을 한국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벤투 감독과 뮐러 위원장이 공감대를 갖고 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고 지원하며, 평가하는 것도 김판곤 위원장의 일이다. 다만 유소년 레벨에서의 기술적으로 더 세세한 파트를 뮐러 위원장이 담당한다. 서로 역할이 다르지만,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과 뮐러 위원장의 가교가 되기도 하고 함께 일하기도 하며 큰 그림을 그린다. 

벤투 감독과 뮐러 위원장 모두 영어에 능통하다. 홍콩에서 오래 생활한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한국 축구의 철학을 설계하는 세 명이 통역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통역이 배석한 상황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서 자유롭다. 국제적 감각을 갖고, 세계 축구의 최신 트렌드에 밝다는 강점도 있다. 

지난해 적폐 논란에 휩싸였던 KFA는 홍명보 전무 체제로 재편하고 구조를 정비하는 과정에 쇄신에 나섰다. 색깔이 없고, 장기 계획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한국 축구의 철학 설계 작업은 인맥 논란에서 자유롭고, 기술적 디테일을 갖춘 ‘외국인’ 벤투 감독과 뮐러 위원장을 통해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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