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수 경례하는 주장 민상기의 뒷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 이명주(왼쪽)는 치열하게 싸운 뒤 승리에 환호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아산, 유현태 기자] '존폐 위기'에 놓인 아산은 묵묵히 축구로 호소하고 있다.

아산 무궁화가 21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8시즌 KEB하나은행 K리그2(챌린지) 33라운드에서 성남FC를 1-0으로 이겼다. 아산은 승점 63점을 기록하면서 2위 성남을 승점 7점 차로 따돌렸다. K리그2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경기 내내 간절하게 뛰었다. 성남의 단단한 수비를 두고도 계속 밀어붙였다. 성실하게 전방 압박하며 역습 전개를 차단했다. 그리고 후반 43분에서야 결승 골이 터졌다. 이명주의 코너킥을 김륜도가 머리로 중앙으로 연결했다. 모두의 시선이 공으로 쏠린 순간 조성준만 공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의무 경찰 제도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경찰청 축구단의 해체 역시 시간 문제로 여겨졌으나, 2018년 하반기 선수 수급 중단은 급작스러웠다. 내년 2월 전역하는 선수들까지 떠나고 나면 14명만 남는다. 당장 다음 시즌 리그 참가조차 할 수 없다. 구단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경찰청과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시도했지만 완강한 태도만 확인했을 뿐이다.

"고생한 결실을 맺자고 했다. 힘든 시기에 일이 터졌지만 뭉치는 힘이 생겼다. 쉽게 지지 않을 것이란 자신이 있다. 선수들도 우승해서 (팀을0 부각시키고 싶어 한다. 간절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동혁 감독)

존폐 위기 앞에서 14명의 선수들은 이미 단단히 뭉쳤다. 축구 선수로서 몇 달의 공백마저 치명적일 수 있다. 이명주는 "아무래도 조금 더 잘하고 싶다. 잘해서 우승하고 기다려야 한다. 골을 넣겠다는 마음가짐이 커야겠다. 좋은 선수들이 많다. 괜히 다치거나 하면 몸을 사리는 게 없지 않을 수도 있다. 우승을 향한 집념도 커지고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먼저 전역하는 '선임'들도 한 마음이다. 이미 한솥밥을 먹으며 내무 생활을 함께한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결승 골의 주인공 조성준은 "1년 넘게 같이 있는 선수들이다. 내년 8,9개월 더 해야 한다.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항상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아산의 급작스러운 폐지에 대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소리없는 아우성'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팀 결속은 강해졌지만 서로를 위해 말은 아낀다. 모두 서로를 배려한 선택이다.

박 감독은 "싫은 소리를 안 한다.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고민한다. 표현을 안 하려고 하는데 안쓰럽다. 1등 팀인데…"라며 선수들을 그저 안타까워 한다. '선임' 조성준은 "하긴 하는데 기분 나빠할까봐 말하지 않는다. 잘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낸다"면서 굳이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 '당사자' 이명주도 "선수들 전부 다 알고 있다. 딱히 이야기하지 않았다. 긴장할 수도 있고 주눅들 수도 있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우리 플레이하고 잘하는 것을 잘 준비하자고 했다"면서 묵묵히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승을 한다고 해도 상황이 어찌 풀릴지는 알 수 없다. 축구 선수들답게 그저 축구로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하고, 구단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아산은 우승으로 말하려고 한다. 남은 3경기에서 단 1승만 거두면 우승을 자력으로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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