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KBO가 선수간 폭행에 대해 처음으로 징계를 결정했다.

KBO는 19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넥센 외야수 이택근에 대해 징계 여부를 논의했다. 이택근의 소명을 들은 KBO는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3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지금까지 선수가 야구장 밖에서 시민을 폭행하거나 경기 중 벤치 클리어링을 벌여 징계를 받은 적은 있어도 선후배 폭행으로 징계가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일 문우람과 이태양의 기자회견이었다. 문우람은 당시 브로커 조 모 씨와 친해진 경위에 대해 설명하면서 2015년 팀 선배에게 머리를 맞고 뇌진탕이 오면서 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쉴 때 조 모 씨가 운동화, 청바지, 시계 등을 사 줘 호의로 받았으나 결과적으로 승부 조작의 대가가 됐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후 언론 취재를 통해 팀 선배가 이택근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KBO는 구단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3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어떻게든 폭행 사유와 정도를 정확히 판단해 징계를 내리겠다는 의지였다. 이택근은 이날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팀의 기강을 잡으려고 했다. 감정적으로 때린 적은 없지만 어떻게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택근의 말은 자유를 존중하는 최근 사회 분위기 속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야구계에서는 통용되던 말이다. 심한 염색이나 파마가 금지되는 등 팀마다 선수들이 지켜는 규율이 있고 이를 어기면 선배들에게 혼나던 것이 야구계의 관행이었다. 특히 유망주들이나 신인급 선수들의 경우 프로라는 세계 속에서 다른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더욱 사생활 단속을 철저히 하는 팀들도 있다.

▲ 19일 징계위원회에 참석해 기자회견 중 고개 숙이는 이택근 ⓒ연합뉴스

그러나 가해자는 물론이고 피해자들조차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던 선후배간 폭행은 이제 야구계에서 더 이상 관행으로 통하지 않는다. KBO는 선후배 폭행 문제에 처음으로 징계를 내리며 폭행에 문제 의식을 갖게 했다. 36경기 징계가 약하다는 여론도 있다. KBO는 피해자 문우람이 오히려 연락을 받지 않으면서 당시 상황을 피해자 처지에서 듣지 못해, 피해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난감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야구장 안팎에서 선배에게 폭행을 당하는 후배들은 용기를 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팀내 규율, 야구계의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묵인되던 폭행이 수면 위에서 논의될 수 있는 장이 열린 것이다. 문우람이 이택근의 폭행을 처음 폭로할 때는 사실 이택근을 징계 받게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한 이유가 컸다. 하지만 경로가 어찌 됐든 이번 일로 야구계 선후배 문화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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