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메이저리그 직행 내야수. 동양 야구와는 다른 메이저리그 수비 관점과 레그킥 동작에 따른 빠른 공 대처 능력 등으로 기대감 한편 우려를 자아냈던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그러나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전체로 봐도 가장 성공적인 데뷔 커리어를 자랑하는 신인 내야수 가운데 한 명이다. 무리 없는 수비와 시행착오 끝에 나온 나쁘지 않은 타격 정확성은 물론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 내며 순항하고 있는 강정호는 얼마나 훌륭한 시즌을 보내고 있나.(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박민규 기자]100경기 .285/.356/.444/.800 10홈런 41타점 3.0 fWAR/3.5 bWAR
메이저리그 ‘루키’ 강정호의 올 시즌 성적이다. 기대 반 걱정 반 속에서 시즌을 시작한 강정호는 어느덧 내셔널리그 ‘올해의 신인’의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19일(이하 한국 시간)에는 시즌 10호 홈런을 기록하며 2004년 최희섭(36, KIA 타이거즈)과 2008년 추신수에 이어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역대 세 번째 한국인 타자가 됐다. 훌륭한 경기 내용을 보이고 있는 강정호지만 그가 처음부터 좋은 활약을 펼쳤던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한 달은 강정호에게 고난의 연속이었다. 4월 9일, 밀워키 브루어스의 카일 로시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7타석 만에 첫 안타를 만들어 냈지만 좀처럼 선발 출장하지 못하며 타격감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강정호는 4월 22일 피츠버그의 홈 구장 PNC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서 7회 말, 제이슨 모트(33)의 시속 96마일 강속구를 받아쳐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만들어 냈다. 안타를 생산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담감을 장타 한 방으로 씻어 버린 것이다. 또한 4월의 마지막 날, 컵스와 원정 경기에서는 마지막 타석에서 리글리 필드의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만들어 내며 3안타를 몰아치는 등 앞으로 활약을 예고했다.
5월 들어 강정호는 타격감을 찾으며 좋은 활약을 펼치기 시작한다. 강정호는 5월 중순까지 0.367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BABIP를 기록하고 있었다. 강정호가 이처럼 높은 BABIP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안타 가운데 내야안타의 비중이 상당해 운이 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정호는 꾸준히 질 좋은 타구를 만들어 냈으며 긴 시행착오 끝에 각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기 시작했다. 5월 7일, 신시내티 레즈와 경기에서 ‘레그킥’을 사용해 아롤디스 채프먼(27)의 시속 100마일 강속구를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 내며 강속구에 약하지 않다는 면모를 보이기도 했으며 5월 11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경기에서는 상대 선발 투수 타일러 라이온스(27)의 시속 93마일 패스트볼을 ‘레그킥’을 사용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레그킥’을 적재적소에 사용해 질 좋은 타구를 만들고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점점 적응해 가는 강정호였다.
6월에는 타율 0.221 1홈런 8타점으로 부진했지만 7월에는 완전히 다른 경기력을 보였다. 강정호는 7월 한 달 동안 .379/.443/.621/1.064 3홈런 9타점을 기록하며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그 결과는 내셔널리그 ‘7월의 신인상’ 수상이었다. 한국인 선수가 ‘이달의 신인’에 선정된 것은 2003년 최희섭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강정호가 7월 한 달 동안 기록한 OPS 1.064,는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피츠버그 구단 역사상 한 달 간 90타석 이상 소화한 역대 신인 선수가 기록한 월간 OPS 가운데 1위다.
● 피츠버그 역대 신인 선수 월간 OPS 순위(90타석 이상)
1. 강정호(2015년) - 1.064
2. 폴 워너(1926년) – 1.052
3. 글렌 라이트(1924년) - 1.037
4. 앤드류 맥커친(2009년) - 1.004
5. 거스 슈어(1930년) - 1.003
2013년 ESPN의 트리스탄 콕크로프트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타구 가운데 24.8%를 차지하고 있는 강한 타구의 BABIP는 무려 .623라고 한다. 중간 타구(0.370)와 약한 타구(.146)의 기록을 살펴본다면 그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ESPN의 마크 사이먼에 따르면 강한 타구의 평균 타율은 0.700이라고 한다. 결국 강한 타구는 안타를 생산해 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강정호가 7월의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강한 타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강정호가 7월 한 달 간 기록한 강한 타구의 비율은 44.9%. 이는 지난 6월에 비해 21.7%p가 상승햇다. 더불어 강정호는 강한 타구를 데이비드 페랄타(46.6%)에 이어 조이 보토(44.9%)와 함께 내셔널리그 두 번째로 많이 기록한 타자다.
지난달 28일, ‘베이스볼 서번트’를 운영하는 데런 윌먼은 자신의 SNS에 한 자료를 게시했다. 그 자료는 바로 우타자 가운데 좌완 투수 상대 타구 속도 순위였는데 놀라운 것은 강정호가 시속 95.19마일로 97.15마일을 기록한 폴 골드슈미츠(27·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이어 2위라는 것이다. 올 시즌 강정호가 좌완 투수를 상대로 0.239의 저조한 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강한 타구를 꾸준히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개선될 여지는 충분하다.
다시 정규 시즌 개막 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강정호에게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를 따라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강정호는 우려와는 달리 패스트볼을 잘 공략하고 있다. 위에 언급된 내용대로 강정호는 채프먼의 시속 100마일 강속구를 받아쳐 2루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 시즌 강정호는 포심 패스트볼을 상대로 0.395의 엄청난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시속 95마일 이상 패스트볼을 상대로 0.500(38타수 19안타)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속 95마일 이상 패스트볼을 상대로 30타수 이상 소화한 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바로 강정호다.
● 시속 95마일 상대 타율 순위(30타수 이상)
1. 강정호 : .500(38타수 19안타)
2. 미구엘 카브레라 : .438(32타수 14안타)
3. 프린스 필더 : .395(38타수 15안타)
4. 안드렐튼 시몬스 : .394(33타수 13안타)
5. 다니엘 머피 : .390(41타수 16안타)
*14. 추신수 : .343(35타수 12안타)
올 시즌 강정호는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한 아시아 내야수 가운데 가장 훌륭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미 홈런 10개를 기록한 강정호의 올 시즌 홈런 페이스는 14개인데, 이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역대 아시아 내야수의 데뷔 첫해 홈런 순위 2위에 해당한다. 1위는 이구치 다다히토의 15홈런이다. 강정호의 진정한 가치는 WAR에서 나타난다. 올 시즌 강정호는 3.5의 bWAR(3.0 fWAR)을 기록하고 있는데 아시아 출신 야수 중 데뷔 첫해 강정호보다 높은 bWAR을 기록한 선수는 스즈키 이치로 뿐이다.
● 아시아 야수 데뷔 첫 해 bWAR 순위
1. 이치로(2001) : 7.7
2. 강정호(2015) : 3.5
3. 아오키(2012) : 3.4
4. 이구치(2005) : 2.8
5. 조지마(2006) : 2.6
*추신수(2006) 1.3/최희섭(2003) 1.1
올 시즌 강정호는 충분히 훌륭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는 모든 예상들을 뛰어넘고 있으며 톱 유망주 출신인 작 피더슨(23·LA 다저스), 크리스 브라이언트(23·시카고 컵스)와 함께 신인왕의 강력한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급부상했다. 미국으로 건너 가 새로운 모든 것들과 싸우고 있는 강정호는 분명 상상 이상으로 잘해 내고 있다. 자존심을 버리고 도전을 선택한 한국 야수 출신의 또 다른 개척자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면서 부담감 역시 커지고 있다. 또한 앞으로 그가 헤쳐 나가야 할 난관 역시 수없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대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이제까지 그래왔듯 강정호는 앞으로도 해낼 것이기 때문이다.
기록 출처 : 베이스볼 레퍼런스, 팬그래프닷컴, 베이스볼 서번트
[영상] 취재진과 장난치는 강정호 ⓒ 스포티비뉴스
[사진] 강정호 ⓒ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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