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호주 오픈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오사카 나오미가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동안 여자 테니스 무대는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38, 미국, 세계 랭킹 16위)가 이끌었다. 여자 테니스의 역사를 하나 둘 씩 홀로 갈아치웠던 그는 30대 후반까지 최강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세레나는 출산 및 체력 관리 차원에서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 오픈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 및 여자 프로 테니스(WTA) 투어에서도 굵직한 몇 개 대회만 출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 테니스는 춘추전국시대에 들어갔다. WTA 투어 세계 랭킹 1위는 자주 바뀌었다. 또한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톱 시드를 받거나 우승 후보로 떠오르던 선수들이 조기 탈락하는 일도 흔하게 일어났다.

특별한 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랜드슬램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이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오사카 나오미(22, 일본, 세계랭킹 4위)는 이러한 흐름을 깨며 그랜드슬램 2회 우승을 달성했다.

오사카는 26일 호주 멜버른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9년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페트라 크비토바(28, 체코, 세계 랭킹 6위)를 세트스코어 2-1(7-6<2> 5-7 6-4)로 이겼다.

▲ 2019년 호주 오픈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오사카 나오미 ⓒ Gettyimages

지난해 US오픈 결승전에서 오사카는 세레나 윌리엄스를 꺾고 그랜드슬램 대회 첫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올해 첫 그랜드슬램 대회인 호주 오픈에서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경기를 마친 오사카는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을 비롯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2세트에서 힘든 상황이 왔다. 만약 이를 이겨내지 못했다면 이 경기를 계속 뒤돌아봤을 것"이라며 소감을 남겼다.

1세트를 따낸 오사카는 2세트에서 5-3으로 앞서며 손쉽게 우승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후 크비토바에 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5-7로 2세트를 내줬다.

자칫 분위기가 크비토바 쪽으로 넘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3세트에서 평정심을 되찾은 오사카는 3세트를 6-4로 잡으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사카는 어릴 때부터 미국으로 테니스 유학을 떠났다. 좋은 신체 조건을 지닌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일본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는 프로 데뷔 이후 지금까지 세 번 정상에 등극했다. 두 번의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정상에 등극했고 '제5의 그랜드슬램'으로 불리는 BNP 파리바 인디언웰스 오픈(2018년)에서 우승했다.

오사카는 유독 큰 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오사카는 남자 테니스의 니시코리 게이(29, 일본, 세계 랭킹 9위)보다 먼저 일본에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안겨준 선수가 됐다. 또한 남녀 단식을 통틀어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그동안 테니스 무대는 북미와 유럽 선수들이 장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사카는 여자 테니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의 장점은 아시아 선수들의 약점으로 지작된 파워와 강한 서브다. 다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강한 서브와 힘을 지닌 그는 기술과 정신력도 발전하면서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 2019년 호주 오픈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오사카 나오미(왼쪽)와 준우승한 페트라 크비토바 ⓒ Gettyimages

현재의 흐름을 보면 오사카의 강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여자 테니스 무대는 남자 테니스와 비교해 한층 경쟁이 치열하다. 시모나 할렙(27, 루마니아, 세계 랭킹 1위)은 가장 기복없는 경기를 펼치고 있으며 안젤리크 케르버(30, 독일, 세계 랭킹 2위)는 지난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여기에 수비 테니스의 일인자인 캐롤라인 보즈니아키(28, 덴마크, 세계 랭킹 3위)와 미국의 새로운 강자인 슬론 스티븐스(26, 세계 랭킹 5위)도 언제든지 치고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오사카가 여자 테니스의 일인자를 제대로 증명할 대회는 다가오는 봄에 펼쳐질 롤랑가로스다. 그가 하드 코트가 아닌 클레이코트에서 어느 정도의 경기력을 발휘할 지에 따라 '제2의 세레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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