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서운 타격으로 '베이브 류스'라는 별명까지 얻은 류현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MLB)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제도 도입이 그중 하나다.

아메리칸리그와 달리 내셔널리그는 여전히 지명타자 제도가 없다. 물론 방망이에 자질이 있는 투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자동 아웃이거나 번트 시도다. 여기에 투수들이 베이스러닝을 하다 다치는 경우도 적잖다. 더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지명타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찬반 여론이 갈린다. 노아 신더가드(뉴욕 메츠)와 같이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드러낸 선수도 있다. 전통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여론도 많다. 그러나 시대의 부름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아 당장 시행할 수는 없지만, 2020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LA 다저스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다저스 네이션’은 7일(한국시간) 지명타자 제도 도입이 다저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다저스 네이션’은 얻는 것도 있고, 잃는 것도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기본적으로 다저스는 야수층이 두꺼운 편이다. 야수 한 명을 더 쓰면 나쁠 것이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상대적 이점’을 잃을 수도 있다고 봤다.

‘다저스 네이션’은 “다저스는 전통적으로 타격이 좋은 투수들을 보유했으며, 현재도 그렇다. 클레이튼 커쇼, 류현진, 로스 스트리플링, 마에다 겐타는 때때로 다저스에 이득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투수 공격력이 타 팀에 비해 낫다는 것이다. 다저스 투수진의 지난해 합산 타율은 1할3푼6리(내셔널리그 6위), OPS(출루율+장타율)는 0.318(7위)로 리그 평균을 웃돌았다.

‘다저스 네이션’은 “커쇼같은 선수는 타격과 베이스러닝도 잘 다룰 줄 아는 선수다. 이점이 사라지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베이브 류스’의 모험도 더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분명히 괜찮은 타자고 지켜보는 것이 재밌는 선수”라고 했다. 사실 투수가 안타나 홈런을 쳐내는 것도 내셔널리그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그런 요소가 사라질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고등학교 시절 4번 타자를 맡기도 했던 류현진은 팬들에게 큰 재미를 주는 ‘타자’다. 타격이 쉽지 않을 것 같은 큰 체구지만, 매서운 방망이를 뽐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MLB 통산 타율 1할8푼5리(162타수 30안타), 9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타율 2할6푼9리, 출루율 3할2푼1리의 맹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이제 타자 류현진을 얕볼 투수는 없다.

커쇼의 통산 타율은 1할6푼3리, 마에다는 1할1푼7리다. 류현진의 타격이 얼마나 훌륭한지 보여주는 지표다. 물론 류현진도 2017년 베이스러닝 중 엉덩이를 다치는 등 부상 위험과 싸우고 있다. 선수로서는 투수로 전념하는 게 나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저스 네이션’의 지적대로 팬들의 관심사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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