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1989년 군산 서흥중학교 1학년 때 유도를 시작했으니 벌써 30년째다.

전북체육고등학교를 거쳐 경희대학교, 국군체육부대 그리고 전라북도체육회에서 2004년까지 현역 유도 선수로 활동했다.

지금은 모교인 전북체육고등학교에서 제자를 가르치는 유도 선생님이다.

김형철은 30년 동안 매일 도복을 입고 있는 유도가(柔道家)다. 유도가 일상이고, 곧 삶인 셈이다.

김형철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유도 경력을 묻는 질문에 "열심히는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 특출나게 잘했던 선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그에겐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주짓떼로(Jiujitero)다. 포르투갈어로 '주짓수 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글로 하면 유술가(柔術家)다.

주짓수는 일본 유술이 브라질로 넘어가 실전성을 더하면서 만들어진 무술이다. 유도와는 뿌리가 같은 형제라고 할 수 있다.

김형철이 처음 주짓수를 알게 된 건 1995년 대학교 시절이다. 브라질에서 유학 온 형이 그레이시 선수들이 표지를 장식한 신문을 보여 주며 주짓수를 소개했다.

그땐 이런 게 있나 보다 싶었다. 첫째도 올림픽, 둘째도 올림픽인 시절이었다. 주짓수를 배워 볼 여력이 없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2012년 11월에야 흰 띠를 매고 주짓수를 시작했다. 곧 여러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엘리트 체육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검은 띠까지 빠르게 올라갔다.

하지만 김형철 역시 처음 적응은 쉽지 않았다. "유도가 직선적이고 힘을 한 번에 쓰는 다이내믹한 운동이라면, 주짓수는 원을 그리는 듯한 곡선 움직임이 많다. 유도가라도 처음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형철은 올해 만 42세다. 선수로선 적지 않은 나이다.

그러나 아직 도전이 어색하지 않은 때라고 믿는다. 스파이더 인비테이셔널 브라질리언 주짓수 챔피언십(이하 스파이더 BJJ 챔피언십)에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진 이유다.

스파이더 BJJ 챔피언십은 전 세계 실력파 주짓떼로를 초청해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을 가리는 국제 대회다. 2016년부터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다.

김형철은 100kg급에 출전한다. 다음 달 2일 서울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열리는 예선 토너먼트 8강 토너먼트부터 도전을 시작한다. 예선 3위 안에 들면, 오는 11월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

김형철은 이번 예선 토너먼트 16명의 출전자 가운데서 자신이 최고령자라는 사실을 알고 허허허 웃었다. "사실 아토스 주짓수 안드레 갈벙 사범보다 내 나이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어 "선수로서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아내에게도 하얗게 태우겠다고 약속했다. 훈련할 때 제자들한테 자주 하는 말이 '다 짜내 보자'다. 나 역시 남김없이 짜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철은 세계적인 주짓떼로들과 경쟁하면서 체득한 기술을 유도에 접목하고도 싶다.

"종주국 일본은 메치기에 이은 굳히기 연계 기술을 잘 활용한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메치기 훈련에 너무 치중하는 편이다. 주짓수 기술을 통해 굳히기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다른 유도가들에게 전파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1남 3녀의 아버지, 그리고 여러 제자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김형철은 "부담이 되진 않는다"고 한다.

"끈끈한 경기를 보여 주고 싶다. 태양이 뜨면 지기 마련 아니겠나. 내 나이는 선수로 치면 노을이 지는 때다. 그런 모습을 매트 위에서 보여 주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렇다고 이 도전이 마지막은 아니다. 김형철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선수로서 경기 시간은 다 끝났다. 이제 연장전 시작. 현역 연장. 2025년, 50세 은퇴 미리 선언."

아직 6년이나 남았다.

■ 스파이더 BJJ 챔피언십 대진

76kg급 8강 토너먼트

▶마테우스 루테스(브라질/브라운) vs 다니엘 새들러(브라질/퍼플)

▶아우구스토 멘데스(브라질/블랙) vs 루카스 로차(브라질/블랙)

▶마시아스 루나(브라질/브라운) vs 레비 존스(호주/블랙)

▶오스발도 모이징뇨(브라질/블랙) vs 이상현(대한민국/브라운).

100kg급 8강 토너먼트

▶로베르토 지메네스(미국/브라운) vs 앤더슨 무니스(브라질/퍼플)

▶클라우디오 칼라산스(브라질/블랙) vs 마르코스 티노코(브라질/블랙)

▶티모시-마이클 스프릭스(미국/블랙) vs 럿슨 마테우스(브라질/블랙)

▶마테우스 디니즈(브라질/블랙) vs 김형철(대한민국/블랙)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