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의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이용규의 선수 경력도 갈림길에 섰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용규(34·한화)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외야수다. 지난해까지 1군 통산 1572경기에 나가 타율 3할2리, 978득점, 346도루를 기록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도 두 번이나 행사했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 선수였다.

태극 마크도 자주 달았다. 아시안게임 두 차례(2006·2010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두 차례(2009·2013년), 올림픽 한 차례(2008년), 프리미어12 한 차례(2015년) 나서는 등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굵직한 국제 대회에 참가했다. 한때 국가 대표 외야수 명단 단골손님이었다.

그러나 최근 경력이 내리막이다. 그것도 경사가 조금 가파르다. 잔 부상에 시달리면서 자연히 성적을 쌓기가 어려웠다. 2017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행사할 수 있었으나 1년을 미룰 정도였다. 지난해 134경기에 나가 개인 한 시즌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웠으나 정작 성적이 좋지 않았다. 타율은 3할을 밑돌았고(.293), OPS(출루율+장타율)는 0.711에 머물렀다.

절치부심할 것 같았던 올해는 초반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이용규는 지난 11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팀에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한화도 일단은 강경 대응이다. 16일 이용규를 육성군(3군)으로 내려보냈다. 아직 해빙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국가 대표 외야수가 3군에서 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직 만 34세의 나이다. 올해를 앞두고 2+1년 총액 26억 원의 FA 계약도 했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에는 충분한 기회다. 그러나 한화의 결정이 우선이다. 한화가 내릴 처분에 이용규의 경력 마지막이 달려 있다.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상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제는 코칭스태프에서 뭔가를 해 줄 단계는 지나갔다는 게 지배적인 시선이다.

이용규가 원하는 트레이드 또는 방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조건을 수용할 경우 한화는 선수 의견에 끌려 다닌다는 나쁜 전례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다른 카드를 꺼내 들자니 선택지마다 장단점이 있다. 한화가 일단 이용규를 육성군으로 보낸 것에서도 고민의 흔적이 읽힌다는 평가다. 내부적으로 깊이 논의할 시간이 필요했다.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 명제는 한화도 부인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한화가 개막 전에 뭔가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불씨를 계속 안고 가기에는 너무 이슈가 크다. 물론 어떤 결정을 내려도 '이용규 꼬리표'는 당분간 한화를 따라다닐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이용규 사태가 시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용규의 경력도 갈림길에 섰다. 한화가 육성군이라는 현재 방침을 바꾸지 않을 경우 경력에 큰 위기가 생긴다. 퓨처스리그 경기에도 뛰지 못할 경우 자연히 도태된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면 계약 기간 2년 동안 1군에서 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다음에 시장에 나와 봐야 찬바람이 뻔하다. 은퇴 위기라는 말도 과언처럼 들리지 않는다. 한화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이용규가 그 선택에 어떤 대응을 시작할지, 조만간 시작될 이번 사태 2라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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