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운데)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의 페르난~데스."

잠실야구장을 떠난 뒤에도 귓가에 맴도는 노래가 있다. 한 경기에도 몇 번씩이나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응원가가 수능금지곡처럼 반복된다. 두산 팬들은 '이게 얼마 만이냐'는 표정으로 목청껏 페르난데스의 응원가를 부른다. 말 그대로 행복한 외침이다. 

두산은 지난해 외국인 타자를 응원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지미 파레디스와 스캇 반슬라이크는 둘이 더해 33경기밖에 뛰지 않았다. 파레디스의 응원가는 2015년 두산 외국인 타자 데이비슨 로메로의 응원가 만큼이나 중독성이 있었는데, 몇 번 불러보지도 못하고 금지곡이 됐다.

지금 기세라면 페르난데스의 응원가는 시즌 끝까지 듣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본인의 만족도가 높다. 페르난데스는 "내 이름이 들어간 응원가는 태어나서 처음 듣는다"며 굉장히 즐거워했다.

타격 성적도 빼어나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4경기에서 타율 0.417(12타수 5안타) 5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출루율은 0.500에 이르고, OPS는 1.000이다. 외국인 타자의 활약에 목말랐던 두산으로선 설렐 수 있는 기록이다. 

▲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는 페르난데스 ⓒ 두산 베어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시즌을 치를수록 페르난데스를 흡족하게 바라보고 있다.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장타력이 부족한 건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 있지만, 까다로운 공에도 반응하지 않는 페르난데스의 선구안에 매료됐다. 

김 감독은 26일 잠실 키움전 1-1로 맞선 7회 1사 만루에서 페르난데스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은 상황은 "대단하다"고 표현했다. 볼카운트 1-2로 몰렸는데도 바깥쪽 포크볼을 참는 걸 보고 감탄했다고 한다. 

잘하면 타이론 우즈처럼 꾸준히 두산 팬들에게 사랑 받는 외국인 타자가 될 수 있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김 감독은 "우즈는 잠실 중앙 전광판 하단도 아닌 중단 왼쪽 오른쪽을 다 때린 타자"라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페르난데스는 우즈처럼 장타가 많이 나오는 타자는 아니지만, 출루와 콘택트 능력에서는 분명한 강점이 있다고 했다. 

페르난데스는 27일 키움전에서 3안타 1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그는 "타이밍이 점점 잡혀 가고 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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