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유희관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좌완의 역사 유희관(33)이 돌아왔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력이 일품이었다. 

유희관은 2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승리 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이 "정말 훌륭한 피칭을 했다"고 칭찬할 정도로 유희관다운 공을 던졌다. 두산은 연장 10회 3-2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명실상부 두산 좌완의 역사다. 유희관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구단 왼손 최초로 6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개인 통산 76승으로 구단 왼손 최다 승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유희관이 등판해 1승을 더할 때마다 구단 역사를 새로 쓰는 셈이다. 

지난해 부침을 겪은 뒤 더욱 단단해져서 돌아왔다. 시즌 끝까지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10승을 챙겼지만, 평균자책점이 6.70으로 높았다. 부침을 겪은 원인으로 줄어든 회전 수와 무뎌진 공 끝, 줄어든 몸쪽 싸움 등이 꼽혔다.

유희관은 겨울 동안 말그대로 칼을 갈았다. 철저한 식단 관리로 9kg을 감량하며 몸을 가볍게 만들었다. 김태형 감독은 유희관과 장원준의 5선발 경쟁 구도를 만들면서 더는 선발이 당연한 자리가 아니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줬다. 유희관은 부단한 노력 끝에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겨우내 노력을 증명할 첫 등판인 만큼 공 하나하나 정성껏 던졌다. 직구(36개)와 체인지업(33개), 슬라이더(21개), 커브(6개), 포크볼(2개)을 골고루 섞어 던지며 키움 타선을 요리했다. 실투 하나가 뼈아팠다. 5회 무사 1루 이지영에게 던진 4구째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렸고, 타구는 여지 없이 담장 너머로 뻗어갔다. 

유희관은 "공 하나에 울고 웃는 게 투수다. 몰리면 여지 없이 맞는다는 걸 또 배웠다. 나머지 공을 아무리 잘 던져도 공 하나로 결과는 달라진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키움에 약했던 좌타자들을 꽁꽁 묶은 게 큰 소득이었다. 유희관은 "이정후나 서건창 등 키움 좌타자들에게 약한 편이었다. 또 워낙 잘 치는 타자들인데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감이 붙은 거 같아서 소득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부담감이 꽤 컸던 첫 경기를 무사히 치러 홀가분하다고 했다. 유희관은 "못 던졌으면 반응이 어떨지 예상이 된다. 다행히 결과가 괜찮아서 다음 경기를 준비할 때 조금은 여유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여유 부리지 않고 경기마다 첫 경기라는 생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당연한 자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유희관은 "지금 자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시즌 끝까지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오늘(27일) 포스트시즌처럼 집중해서 던졌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까 이런 마음가짐이 생기더라(웃음). 지난해는 나답지 않게 많이 처져 있었는데, 올해는 투수 조장으로서 동료들을 이끌면서 계속해서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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