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2019 시즌 들어 치른 4경기를 유심히 지켜본 팬이라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것이다. 투수가 던진 공이 뒤로 절대 빠지지 않았다.
주자 상황과도 상관없었다. 공이 포수 앞에서 바운드돼 알 수 없는 곳으로 튀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포수 박세혁이 몸을 날려 이 공을 막아 냈다.
공이 뒤로 빠지는 것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폭투와 포일이 그것이다. 폭투는 투수가 공을 잘못 던졌을 때 기록되고 포일은 포수의 실책으로 남는다.
박세혁은 "폭투는 내가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공이 날아올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것마저 주고 싶지 않지만 손 쓸 수 없는 공은 어쩔 수 없다. 포일은 다르다. 그건 내 자존심이다. 내 실수로 공이 뒤로 빠지는 일은 없도록 할 생각이다. 시즌 내내 단 1개의 포일도 기록하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런 박세혁을 믿음직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김 감독은 "좋은 점을 많이 갖고 있는 포수다. 포구나 블로킹이 특히 뛰어나다. 도루를 잡는 송구도 괜찮다. 아직 투수 리드나 타격에는 모자란 면이 있지만 그것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수비력을 갖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박세혁의 다짐대로 지난 4경기에서는 두산 포수 뒤로 공이 빠지는 일은 없었다. 앞으로도 몸을 날려가며 빠져나가는 공을 필사적으로 막아 내는 박세혁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될 것이다.
박세혁은 자신의 각오를 말하며 선배 양의지를 언급했다. 양의지가 두산을 떠나며 자신에게 했던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박세혁은 "의지 형이 두산을 떠나며 "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고 하셨다. 언젠가는 해내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아직 나는 3할5푼을 치고 2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아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수비다. '포일 제로 선언'을 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내가 가장 잘하는 수비에 집중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일은 내 실수로 기록되는 것이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또 내가 열심히 공을 막아 주게 되면 투수들의 신뢰도 얻게 될 것이다. 의지 형의 말대로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며 한 경기 한 경기를 버텨 나갈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는 보이지 않는 언어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스포츠다. 사인을 통해서도 전달되지만 플레이를 통해서도 마음이 전해진다.
박세혁은 투수들에게 몸을 날리는 블로킹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렇게 쌓인 몸의 대화들은 두산의 배터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