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우완 홍상삼은 공황장애와 싸워왔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홍)상삼아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게."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김태형 두산 감독은 불펜 투구를 마친 우완 홍상삼(29)을 격려하는 말을 툭 던졌다. 김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다. 선수에 따라서는 짓궂은 농담을 섞어 말하기도 한다. 홍상삼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 달랐다. 기다릴 테니 편하게 하라는 말 외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홍상삼은 지난해부터 공황장애 치료를 받았다. 마운드에서 제구가 흔들리고, 폭투가 나오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인터넷상에 그를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댓글이 늘었다. 그는 "욕을 많이 들은 뒤로 증상이 생겼다. 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마음이 약한가 보다. 욕을 들으니까 사람이 심리적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이 많이 생기더라. 그러면서 스스로 압박하게 됐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 그리고 늘 함께 생활하는 동료들까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두산 코치진과 선수들은 홍상삼이 스스로 이겨낼 때까지 묵묵히 옆에서 응원하고 격려했다. 

야구를 포기하려던 순간도 있었다. 그때 홍상삼을 잡아준 건 강석천 두산 2군 감독과 지난해까지 2군에 있던 정재훈 현 1군 불펜 코치였다. 홍상삼은 "두 분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포기하려고 했을 때 1년만 버텨보자, 또 1년만 버텨보자고 잡아주셔서 조금은 이겨낼 수 있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강석천 2군 감독은 17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 대체 선발투수로 나선 홍상삼의 경기를 TV 중계로 지켜봤다. 올해 첫 1군 등판이었다. 홍상삼은 5회 2사 후 3차례 폭투를 저지르며 흔들리는 바람에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교체됐지만, 4⅔이닝 3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투구를 펼치며 12-3 대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 두산 베어스 홍상삼은 공황장애를 견디고 다시 마운드에 섰다. 완전히 치료가 된 건 아니지만, 앞으로 마운드에서 버텨 보겠다고 다짐했다. ⓒ 곽헤미 기자
강 감독은 "삼이(홍상삼)가 등판 하니까 계속 봤다. 마지막에 힘이 잔뜩 들어가더라(웃음). 그래도 선발에 구멍이 났을 때 잘 막아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제구가 많이 좋아졌다. 2군에서 예전에는 볼카운트 2-2, 3-2에서 볼을 던졌는데 요즘에는 계속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가더라. 그래서 제구가 많이 좋아졌구나 생각했다. 이제 마음에 안정을 찾아가는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홍상삼에게 문자 한 통을 보내뒀다. 강 감독은 "1승에 연연하지 말고 파이팅하라고 이야기해줬다. (기회를 준) 김태형 감독님께도 늘 감사하라고 했다"며 "삼이가 우락부락하게 생겼어도 대화해보면 정말 여리고 착하다. 그래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앞으로 기회를 받으면 잘할 것이라 믿는다"고 응원했다.

홍상삼은 그동안 믿고 응원해준 모든 코치진과 동료들에게 거듭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보답을 해야 하는데, 기회만 있으면 최선을 다하겠다. 동료들도 정말 고마웠다.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것도 아닌데(웃음) 한마음이 되는 게 느껴져서 정말 고마웠다. 마운드에서 공황장애 증상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몰라 노심초사했다. 옆에서 다들 응원을 많이 해주니까 확실히 힘이 나고 고마웠다. 앞으로는 기회에 보답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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