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즈키 이치로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지난달 은퇴를 선언한 스즈키 이치로(46, 전 시애틀 매리너스)가 지난 프로 생활을 돌아봤다.

이치로는 지난달 2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개막 시리즈 2경기를 마친 밤 기자회견을 열어 은퇴를 발표했다. 1992년에 오릭스 블루웨이스(현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한 이치로는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이치로는 입단 첫 해인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연속 200안타를 쳤고, 10년 내내 아메리칸리그 올스타에 뽑히며 미일 양국에서 '타격의 신'으로 평가받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2653경기 3089안타(117홈런) 1420득점 780타점 타율 3할1푼1리. 프로 생활을 하는 28년 동안 매일 똑같은 루틴을 지키며 자기 생활을 철저하게 통제한 것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생활 마지막에는 팀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친정팀 시애틀로 돌아오는 등 고전하기도 했던 이치로지만 명예의 전당 입성이 가장 유력한 선수로 꼽히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탄탄대로만 걸어왔을 것 같은 이치로는 최근 가진 일본 스포츠 매체 '넘버'와 인터뷰에서 "나는 항상 실패해 왔다"고 '뜻밖의 고백'을 했다.

이치로는 개막시리즈에서 무안타로 침묵한 것에 대해 "안타를 치는 것이 힘들다는 건 1995년 이후 변하지 않는 고민이었다. 개막 시리즈에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은퇴했기 때문에 이번 싸움에 졌다. 이뿐 아니라 내 야구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다만 실패하고 나면 노력해서 다시 그 실패를 뒤집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지막까지 싸운 끝에 졌다. 졌기 때문에 은퇴했다"고 말했다.

이치로가 밝힌 야구 인생에서 실패 중 하나는 2006년 WBC에서 한국에 패한 것도 포함돼 있었다. 유니폼에 수놓는 이름을 성(姓)인 스즈키에서 이름인 이치로로 바꾼 것 역시 처음에는 비웃음을 샀다. 이치로는 "이치로가 처음 야구장에서 불렸을 때 모두가 웃었다. 그 굴욕이 없었다면 모두에게 박수받는 은퇴는 없었을지도 모른다"며 실패를 뒤집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이 모두 '하늘 같은 존재'라 우러러 보는 이치로가 '실패'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치로 스스로는 매번 엄격한 기준을 정해놓고 실패하더라도 이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하며 28년 프로 인생을 헤쳐나왔다. 이치로의 회고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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