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성년'의 배우 김혜준 인터뷰

▲ 영화 '미성년'의 김혜준.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미성년'은 배우 출신 감독의 저력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우리 아빠와 너희 엄마의 불륜, 그 오묘한 관계에 놓인 두 여고생의 이야기는 섬세한 연출과 탁월한 연기 덕에 평범한 불륜극을 넘어선 매력 만점의 드라마로 다가온다. 두 소녀를 연기한 주인공은 배우 김혜준(24)와 박세진(23)이다. 500대2의 경쟁률을 뚫고서 최고의 배우이자 비범한 신예감독, 김윤석의 선택을 받았다는 자체만으로도 주목할만 하지만, 작품을 들여다보고 곱씹을수록 두 사람의 존재는 더 반짝인다.

여고 2학년생 주리는 사실 아쉬울 것 없는 모범생이었다. 아빠(김윤석)의 불륜을 알기 전까진. 임신까지 한 불륜 상대는 하필이면 같은 학교 아이 윤아의 엄마. 그 아이가 다짜고짜 전화기를 뺐어 그 사실을 엄마 영주(염정아)에게 이르고, 엄마의 '멘탈'이 고요히 무너진 날, 주리는 등굣길에 그 아이의 머리채를 잡았다. 유리창이 깨지고 복도에 널부러졌지만 화가 풀리지 않던 그 날, 어째 주리의 눈에 윤아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 영화 '미성년'의 김혜준.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주어진 길을 그저 열심히 걸어온, 어쩌면 아주 평범한 아이. 배우 김혜준이 그런 주리를 연기했다. 연기자 입장에선 윤아보다 먼저 들어오지 않은 캐릭터였다. 감정선도 드라마도 뚜렷하지 않아 처음엔 쉽게 공감을 못했단다. 복잡한 감정선이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미성년'은 주리로 시작해 주리로 가는 이야기였고, 덜컥 김혜준에게 그 주리가 주어졌다.

"쪼개지는 감정도 많고, 속은 뒤집어지는데 티는 나지 않는 감정을 그려야 하니까 어려웠어요. 힘들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러니까 그게 사람 같더라고요. 일상 사는 평범한 사람. 사람들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잖아요. 저도 그렇고, 관객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해요. 다시 돌아가 누굴 연기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주리라고 할 거예요."

윤아는 그런 주리가 뜻밖의 동병상련을 느끼면서도 유일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상대다. 처음 사람 머리끄덩이를 잡아봤다는 김혜준은 "손맛이 짜릿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리허설 겸 슛이었는데 풀샷은 '얘가 갑자기 왜 이래' 할 정도로 한 번에 갔어요. 첫번째 컷 하고 다같이 박수를 쳤어요. 둘 다 정말 힘들었는데 뿌듯함이 있더라고요. 어려웠지만 그러고 나서 술술 풀렸던 것 같아요."

김윤석 등짝을 때리던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김혜준은 "마음이 무거웠다"면서도 "제가 언제 때려 보겠나. 10번 넘게 착착 때렸다"고 털어놨다. "제가 손맛을 많이 봤네요."

▲ 영화 '미성년'의 김혜준.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미성년'은 그 자체가 신인 배우에게는 영광스런 기회이자 엄청난 부담이었다. 따져보면 엄마가 염정아에 아빠가 김윤석인 셈. 김혜준은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은 당연히 있었다"면서도 "약간은, 내가 아무리 불사질러도 그 공력과 연륜은 못 따라갈텐데, 못해도 지적해 주시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감독' 겸 배우 김윤석을 비롯해 선배들의 지적과 조언이 잇따랐다. 덕분에 모든 순간순간이 김혜준에게도 "피와 살이 됐다."

"압축 속성 과외를 받은 느낌이에요. 앞으로 연기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도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할 만큼. 초반에는 저도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에 꾸며내고 포장한 게 있었나봐요. 감독님이 그걸 딱 알아보세요. '방금 너, 그거 아니었는데' 하고 날것이 될 때까지 시키세요. 나중에는 날것이 밑바닥까지 드러나는 경험을 했어요. 그러다 제 목소리가 나오고 표정이 나오곤 했어요. 기술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본질에 다가가는 접근법을 배운 것 같아요. 마치 신세계가 열린 것처럼."

▲ 영화 '미성년'의 김혜준.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사실 염정아와도 드라마 'SKY캐슬'의 예서 엄마 한서진/곽미향으로 대박을 치기 전, 김혜준이 먼저 모녀 호흡을 맞춘 셈이다. 마침 'SKY캐슬'의 예서 김혜윤은 '미성년'에서 김혜준과 친구로 나왔다. 이미 '미성년' 촬영을 마치고 TV를 봤던 김혜준은 "우리 엄마랑 내 친구가 나오더라"며 "예서가 너무 못되면 김혜윤에게 카톡도 하고 그랬다"고 개구쟁이처럼 웃었다.

'연기가 하고싶다'는 막연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처음으로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는 게 이 반짝이는 신인배우 김혜준의 고백. 그는 "해나가는 과정이 힘들고 안 맞는 것 같고 자존감이 마구 낮아지는 경험을 하지만, 때려치우고 싶기보다는 나아가고 싶고 너무 재미있어 극복해내고 싶다"며 연기를 향한 사랑 고백을 이어갔다. 연기를 해나갈수록 넓은 세상이 열렸다는 그녀에게 '미성년'은 또 다른 세상을 향한 문이 된 게 틀림없다.

보란 듯이 저력과 가능성을 입증해 낸 그녀에겐 넷플릭스 '킹덤'에 이은 '킹덤2'이 예비돼 있다.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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