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성년'의 배우 김혜준 인터뷰

여고 2학년생 주리는 사실 아쉬울 것 없는 모범생이었다. 아빠(김윤석)의 불륜을 알기 전까진. 임신까지 한 불륜 상대는 하필이면 같은 학교 아이 윤아의 엄마. 그 아이가 다짜고짜 전화기를 뺐어 그 사실을 엄마 영주(염정아)에게 이르고, 엄마의 '멘탈'이 고요히 무너진 날, 주리는 등굣길에 그 아이의 머리채를 잡았다. 유리창이 깨지고 복도에 널부러졌지만 화가 풀리지 않던 그 날, 어째 주리의 눈에 윤아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쪼개지는 감정도 많고, 속은 뒤집어지는데 티는 나지 않는 감정을 그려야 하니까 어려웠어요. 힘들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러니까 그게 사람 같더라고요. 일상 사는 평범한 사람. 사람들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잖아요. 저도 그렇고, 관객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해요. 다시 돌아가 누굴 연기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주리라고 할 거예요."
윤아는 그런 주리가 뜻밖의 동병상련을 느끼면서도 유일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상대다. 처음 사람 머리끄덩이를 잡아봤다는 김혜준은 "손맛이 짜릿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리허설 겸 슛이었는데 풀샷은 '얘가 갑자기 왜 이래' 할 정도로 한 번에 갔어요. 첫번째 컷 하고 다같이 박수를 쳤어요. 둘 다 정말 힘들었는데 뿌듯함이 있더라고요. 어려웠지만 그러고 나서 술술 풀렸던 것 같아요."
김윤석 등짝을 때리던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김혜준은 "마음이 무거웠다"면서도 "제가 언제 때려 보겠나. 10번 넘게 착착 때렸다"고 털어놨다. "제가 손맛을 많이 봤네요."

"압축 속성 과외를 받은 느낌이에요. 앞으로 연기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도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할 만큼. 초반에는 저도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에 꾸며내고 포장한 게 있었나봐요. 감독님이 그걸 딱 알아보세요. '방금 너, 그거 아니었는데' 하고 날것이 될 때까지 시키세요. 나중에는 날것이 밑바닥까지 드러나는 경험을 했어요. 그러다 제 목소리가 나오고 표정이 나오곤 했어요. 기술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본질에 다가가는 접근법을 배운 것 같아요. 마치 신세계가 열린 것처럼."

'연기가 하고싶다'는 막연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처음으로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는 게 이 반짝이는 신인배우 김혜준의 고백. 그는 "해나가는 과정이 힘들고 안 맞는 것 같고 자존감이 마구 낮아지는 경험을 하지만, 때려치우고 싶기보다는 나아가고 싶고 너무 재미있어 극복해내고 싶다"며 연기를 향한 사랑 고백을 이어갔다. 연기를 해나갈수록 넓은 세상이 열렸다는 그녀에게 '미성년'은 또 다른 세상을 향한 문이 된 게 틀림없다.
보란 듯이 저력과 가능성을 입증해 낸 그녀에겐 넷플릭스 '킹덤'에 이은 '킹덤2'이 예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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