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선수단의 팬서비스는 이제 구단 내규로 강제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자발성을 갖추고 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37)은 지난 1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 후 황당한 일을 겪었다. 경기 후 팬들에게 사인을 하는 사이 구단 버스가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버스는 곧바로 멈췄고, 한숨을 돌린 김강민은 동료들과 원정 숙소로 향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김강민이 동료들보다 더 늦게까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시간까지 팬들에게 서비스를 해주고 있었을 뿐이었다. 팬들로서는 보기 좋은 해프닝이었다. 

광주 3연전 동안 SK 선수들은 성실하게 팬서비스를 했다. 광주는 원정팀이 1루 측에 구단 버스를 댄다. 선수들이 출입구에서 버스로 이동하는 동선에 팬들과 만날 약간의 여유가 있다. 멀리까지 원정 응원을 온 팬들은 이곳에서 선수들을 기다렸다. 선수들은 특별히 불편한 기색 없이 팬들의 요청에 성실히 임했다. 

시리즈를 모두 이겨서 그런지 선수들의 마음도 가벼웠다. 창원으로 이동하는 마지막 날까지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버스 이동 시간이 되자 주장 이재원이 선수단을 대표해 팬들에게 양해까지 구한 뒤 출발했다. 미처 사인을 받지 못한 팬들도 있었겠지만, 선수단을 탓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SK는 구단 내규에 팬서비스를 의무화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내규에 정당한 이유 없이 팬서비스를 거절하는 선수들은 규정에 맞는 징계를 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다만 아직까지 그런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팬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시작했고, 최근 3~4년 사이에는 확실한 선수단 문화로 자리 잡았다. 

구단 관계자는 “박종훈이 팬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다른 선수들의 의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박종훈은 팬서비스가 가장 좋은 선수로 팬들의 인정을 받는다. ‘연쇄사인마’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다. 다른 선수들도 이제는 팬서비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과정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요령도 생긴다. 팬들의 만족감도 당연히 높다. “팬서비스는 SK 선수들이 최고”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구단을 향한 충성심으로 이어짐은 물론이다.

감독들부터 달라진 것도 결정적이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거리낌 없는 팬서비스로 유명했다. 염경엽 SK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염 감독은 평소 선수단에 “팬들이 없는 프로야구는 없다. 경기장 안팎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염 감독부터 팬들의 사인 요청을 다 받아주는 편이다. 이긴 날에는 20~30분 동안 경기장을 빠져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염 감독부터가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선수들에게 행동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구단도 지속적으로 교육한다. 팬서비스의 기본 예의는 물론 해주지 못할 불가피할 사정이 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교육한다. 어쩌면 구단 내규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자발성을 갖췄다고도 볼 수 있다. 구단 또한 팬서비스를 위한 행사는 물론 경기 후 선수와 팬들이 더 안전하게, 더 친밀하게 만날 수 있는 서비스 동선 등을 고민한다. 리그 선두가 팬서비스에서도 선두를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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