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욱은 콘택 능력과 기동력은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한방으로 SK 타선의 버팀목이 됐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는 지난해 12월 키움·삼성과 3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거포 외야수 김동엽을 삼성에 내주는 대신, 키움으로부터 고종욱(30)을 영입했다.

김동엽과 고종욱은 완전히 다른 유형의 선수다. 김동엽은 언제든지 담장을 넘길 힘을 가지고 있는 반면, 고종욱은 언제든지 베이스를 훔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장타력과 타율이라는 상반된 장점도 있었다. SK도 사실 김동엽은 아까운 자원이었다. 하지만 정의윤 최승준이라는 비슷한 유형의 우타 자원이 있었다. 그리고 고종욱은 홈런 이외의 방법으로 득점을 만들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과감하게 베팅했다.

SK의 선택은 적중하는 분위기다. 고종욱이 요소요소에서 제 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염경엽 SK 감독은 “고종욱이 없었으면 4월에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뜯어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고종욱은 13일 현재 시즌 39경기에서 타율 0.287, 2홈런, 17타점, 11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타율이나 최근 중시되는 OPS(출루율+장타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 고종욱의 출루율은 0.302로 타율과 별반 차이가 없다. OPS도 0.745로 수준급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염 감독은 “그게 고종욱의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지금까지는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

고종욱은 벌써 11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타격감이 바닥을 길 때도 팀에 보탬이 됐던 결정적 이유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지만,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박빙 승부에서 주루 플레이로 팀 승리에 일조한 경우가 많았다. 고종욱의 도루 성공률은 올 시즌 91.7%에 이른다. 이 정도 성공률이라면 뛰는 게 팀 승리 확률에 확실한 도움이 된다. 상대 배터리를 괴롭히는 효과는 덤이다.

4월 중순부터는 타격까지 살아나며 또 다른 공헌을 하고 있다. 침묵할 때도 있지만 한 번 불이 붙으면 2~3안타를 기본으로 쳐냈다. 게다가 득점권에서도 강인했다. 올해 득점권 타율이 0.385로 좋다. 손목 힘이 좋아 이미지와는 다르게 장타도 많다. 올해 35개의 안타 중 40%에 가까운 13개(2루타 9개·3루타 2개·홈런 2개)가 장타다. 이 장타는 팀 승리에 결정적인 몫을 하는 경우가 많아 더 빛났다. 올해 고종욱의 승리확률기여도(WPA)는 1.22로 리그 11위다. 

SK는 시즌 초반 노수광의 부진, 한동민의 부상이라는 악재가 있었다. 그런데 고종욱이 자신만의 장점으로 두 선수의 빈자리를 한꺼번에 메웠다. 출루율보다는 맞혀서 나가고, 병살이 없는 야구로 팀 작전의 폭까지 넓힌다. 때로는 큰 것도 친다. 염 감독이 고종욱의 활약을 기록 이상으로 보는 이유다. 게다가 타격감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0.344다. 고종욱 트레이드 효과는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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